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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반도가 일제의 지배로부터 해방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다른 한편 분단의 비운을 극복하지 못하고 냉전적 대립을 이어온 것도 똑같은 세월이었다.

그런 중에 그나마 남북정상회담을 한차례 갖고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지 5주년이 됐다. 남북관계와 분단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6.15선언에 명기한 약속,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은 아직 성사되지 못했다.

올해 여러 가지로 민족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에 북측이 6.15공동선언을 적극 이행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많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남북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기를 가리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 동북아시대에 걸맞는 장으로 추진해야

노 대통령의 그 언급만으로도 북측은 부담을 크게 덜었다. 2차 남북정상회담의 장소를 반드시 서울로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과거 같으면 정부 안에서도 왜 우리가 북측에 일방적으로 양보하느냐는 둥 반대가 많았을 법한 일이다.

5월 초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연합국의 전승 60주년 행사에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함께 초청받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참석할지 불투명하지만 그런 다자외교의 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차선책에 속한다.

이제 남북정상회담은 21세기 동북아시대에 걸맞게 추진돼야 한다. 예컨대 장소를 개성공단으로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개성공단은 동북아시대 평화번영을 주도하기 위해 남북이 합작생산으로 손 잡은 곳이다. 또 그 상품으로 유라시아 시장에 공동진출 해야한다. 이같은 비전을 제시하는 남북정상회담이라면 어떤 장소에도 구애받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동북아 평화번영과 남북동반 정책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1월13일 동북아의 중요한 거점 도시인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렸다. 국회 정치커뮤니케이션연구회(회장: 김재홍 의원. 필자)가 주최한 이 심포지엄에는 국내에서 여야 의원 5명과 학자, 경제인 등이 참석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주제발표를 맡은 국립 극동대학의 꾸즈네초바 엔 베 교수를 비롯해서 연구자와 재학생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당초 북측 학자를 초청하려했지만 접촉 과정에서 성사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나는 기조 발제에서 동북아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대북정책을 남북동반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주제발표자들이 모두 새로운 정책개념을 수용했다.

서로 겨냥 않고 제3의 공동목표 향해 나가는 정책

역대 남한정부의 대북정책은 일정한 차이가 있었지만 공통점이라면 북한을 직접 대상으로 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이다. 군사권위주의 정부 때와는 달랐던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도 북한의 대남 적개심을 완화시키기 위한 전략으로서 의미가 강했다. 북한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은 정책이라는 점에서는 권위주의 정부와 동질적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북한을 직접 대상으로 한 정책은 시행하는데서 남북한 양쪽의 저항에 시달리는 약점이 있다. 협상과정에서 북한은 북한대로 줄다리기를 하는데다 거기서 겨우 합의해 놓으면 남한 사회 내부에서 이른바 ‘퍼주기’ 논란으로 남남갈등이 불거지는 것이다.

북한도 그것을 남한에 의한 전략이라고 보기 때문에 대응전략을 궁리하고 그래서 불필요한 저항이 생긴다. 또한 남한 사회에서는 진보성향의 정권이 북한에 대해 퍼주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비가 일어나 국론분열상까지 노정됐다.

이런 불리점을 개선하고 남북한 양쪽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대전략이 강구돼야 한다. 양쪽 모두 윈-윈을 취하는 정책이란 ‘함께하는 정책’이다. 지금까지 대북정책이 ‘북한에 대한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 ‘남북한이 함께하는 정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대남전략도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의 대남 적화혁명 전략은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균형적 민족경제 발전’으로 사실상 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북한의 이중구조 때문에 불투명한 부분이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남북한이 함께하는 정책이라면 양쪽 모두 대응전략도, 퍼주기 논란도 불거질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정책의 효과도 남북한이 공동목표를 향해 함께 일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화합하게 된다. 이때 아시아 대륙의 자원개발 등을 비롯한 동북아 진출이 남북한에 좋은 공동목표가 될 것이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은 사실상 남북의 화해와 교류협력에 달려 있다. 한반도가 동북아에서 소통과 교류를 좌우하는 교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광활한 아시아 대륙의 원자재, 천연가스, 상품 등의 물류가 한반도를 통과하지 않고서는 동북아의 경제소통이 원활해질 수가 없다. 한반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해양 세력과 대륙이 만나는 접점을 이루고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반경 1500km의 원을 그려보면 동북아의 주요 도시와 자원매장지, 상품 생산공장, 물류망이 그 안에 들어 온다. 서울, 평양, 도쿄, 오사카, 블라디보스톡, 선양, 베이징, 상하이, 타이페이 등이다.

동북아 물류와 경제 소통의 관건이 남북한

바로 이런 대도시들의 물류와 경제 소통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한반도다. 여기서 남북한 동반정책의 구체적 콘텐츠는 우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부터 시작해야 한다.

둘째, 러시아 연해주와 시베리아 지방의 천연가스와 광물, 삼림 등 자원개발에 남북한이 합작 진출하는 일이다. 여기서 남한의 자본, 과학기술, 기업경영능력에 북한의 노동력과 투지를 결합시킴으로써 동북아 지역을 개발하는 역사적 프로젝트를 한민족이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북한의 개성공단 뿐아니라 동북아의 요충지에 남북한 합작생산 공단을 건설하는 일이다. 그리고 넷째, 남북한이 공동 생산한 상품을 유라시아와 미국에 수출하기 위한 시장개척 전략도 중요하다.

남북한이 합작한 것은 세계 평화의 의미를 가지므로 지구촌 공동체의 환영을 받을 것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일본처럼 남의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는 남북한은 거부감이 없다.

남북한의 동반은 이 지역의 수출 경쟁에서도 유리한 역사적 자산을 갖고 있다. 이렇게 동북아시대 남북한은 새로운 구상의 틀 속에서 서로 융합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김재홍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이 기사는 국회 여야의원 연구단체 '정치커뮤니케이션연구회'의 블라디보스톡 국제 심포지엄 참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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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치학과 학사 석사 박사, 하버드대 니만펠로십 수료. 동아일보 논설위원, 오마이뉴스 논설주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한국정치평론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제17대 국회의원, 방송통신위 상임위원-방송평가위원장, 서울디지털대 총장 등 역임. 현재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 저서 : '한국정당과 정치지도자론' '군부와 권력' '우리시대의 정치와 언론' 외 1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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