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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 리는 바아다의- 요-용사…대한 해병대."

일단의 사람들이 영하의 거센 갯바람을 그대로 마주 대하며 모래바닥에 구르고 가쁜 숨을 내쉬며 PT체조를 하고, 고무보트를 머리에 이고 악악대고 있다.

매서운 갯바람에 파도가 하얀 포말을 허공에 흩뿌리고 흐린 하늘에선 간간히 가는 눈발이 날아오는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 해수욕장의 해병대 아카데미.

한겨울 영하의 거친 해변 모래사장에서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된 채 군가를 부르고 극기 훈련을 받는 이들은 실직노숙자들의 재활을 위한 생활쉼터인 '사랑의 복지재단 24시간 게이트하우스(서울시 성동구 송정동)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자들로 18일부터 2박3일의일정으로 이곳 백사장 해수욕장 해병대 아카데미에 입교해 2일째 극기 훈련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 '노숙자 극기 훈련'은 사랑의 복지재단 24시간게이트 하우스가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을 받아 노숙자들로 하여금 삶의 의지는 물론 재취업의 의지를 다져 주기위해 마련한 것이다.

당초 입교키로 한 40명 중 38명이 참가해 극기를 통한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전직 은행원에서부터 개인사업자, 공사판 일용노동자등으로 다양하고 연령층도 2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에 이르기 까지 폭이 크다.

개인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맞아 파산한 바람에 피해 다니다가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는 박아무개씨(47.경기도 수원시)는 "극기 훈련을 통해 다시 일을 할 용기를 얻기 위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직 은행원이었다가 감원으로 실직된 이후 15일 넘게 노숙을 하고 있다는 김아무개씨(35)는 " 아내와 아이들 볼 면목이 없어 집에 들어가지 않았으나 이곳에 오기 전에 선배의 회사에 취직하기로 돼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칼바람 속에 온몸을 맡기고 버티고 있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이들은 2박3일 중 가장 힘들다는 2일째 극기 코스인 헬기레펠 훈련과 IBS 육상훈련, 해상 실제훈련을 한겨울 칼바람이 몰아치는 백사장과 바다 한가운데서 '살아야겠다'는 의지 하나로 온몸을 던져 버텨나가고 있었다.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시간이다. 낮고 애잔한 음악이 어둠에 싸인 해병대캠프를 잔잔하게 적셔나가는 가운데 이들은 숙연한 마음으로 볼펜을 들어 편지지를 메워나갔다.

그러나 한 장을 제대로 채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직 은행원이었다는 김씨는 볼펜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 한자도 쓰지 못한 채 한숨만 오르내리고 있다가 조용히 숙소 밖으로 나갔다.

카드빚을 지고 감당을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채 노숙자 대열에 들어섰다는 이아무개씨(27.서울시 용산구)는 '못난 아들을 용서하십시요'라는 말만 써놓은 채 눈물을 편지지위에 떨어뜨리고 있다.

24시간 게이트하우스의 김종호(33)상담원은 "이 극기 훈련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고 의지를 세우고 각오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돌아가면 자활과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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