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나라당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의도연구소 주최로 열리는 `정치선진화 비전 공개토론회`를 가졌다. 기조발제를 한 박근혜 대표가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은 윤건영 여의도연구소장.
한나라당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의도연구소 주최로 열리는 `정치선진화 비전 공개토론회`를 가졌다. 기조발제를 한 박근혜 대표가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은 윤건영 여의도연구소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당권 2기'로 접어들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정치개혁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새 당명, 세개로 압축
'국민한마음' '밝은미래' '선진한국21'

한나라당은 당 선진화 방안의 최종결과물이라 할 당명개정과 관련 '국민한마음', '밝은미래', '선진한국21' 등 3개를 당명후보작으로 압축했다.

당 선진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인 허태열 의원은 20일 브리핑을 통해 "당명개정 시기와 최종 당명은 내달 초 있을 연찬회에서 토론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 각 계파에서 당명개정과 관련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어, 언제 한나라당의 '간판'이 바뀔지는 미지수다.
박 대표는 '선진정치'의 모토를 내걸고 현 단계 민주화의 목표는 자유민주주의를 심화·발전시키는 것이라고 규정, 정치선진화의 3대 과제를 제시했다. 박 대표는 "1987년 민주화가 독재타도, 탈권위주의, 절차적 민주주의의를 성공시킨 1단계 민주화에 불과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주최 '정치선진화비전 공개토론회'에서 박 대표는 기조연설을 통해 △정치제도 △정치주체 △정치문화라는 3대 방향에서 선진화 비전을 발표했다.

우선 정치제도에 있어 국정감사기간을 연장해 상시국감체제로 전환하고 감사원의 기능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치인의 도덕성을 높이기 위해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을 개정하고 지난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자산백지신탁제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처벌과 관련 공여자와 수뢰자에게 해당금액의 50배가 넘는 추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법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선출직 부패사범의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것은 물론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주체를 설정하는 데 있어 박 대표는 "기존질서를 무조건 거부하는 급진세력이어서는 안되고, 과거의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한 낡은 세력이라도 안된다"며 "역사적, 실용적 통찰력을 지난 새로운 세력"이라고 말해, 극좌·극우 양극간을 배제한 '중도실용주의 세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마지막으로 정치문화 개혁과 관련해 박 대표는 "여야관계도 소모적인 정쟁을 되풀이하는 대결의 정치는 끝내야 한다"며 "대여투쟁을 극한적으로 벌이는 것이 소위 말하는 '선명야당'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의 이념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안보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지키고 싸워야 하지만"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어, 지난 연말 4대 법안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박 대표의 보수·강경 이미지가 얼마나 탈각될지는 미지수다.

이같은 박 대표의 '변화'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같은 선진화 방향은 오래 전부터 구상되어온 것"이라며 "다만 작년 7·19 전당대회 이후 '집토끼'를 단속하느라고 원칙적이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면,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한나라당의 차기집권을 위한 개혁 프로그램을 과감히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선진화 비전 공개토론회`에서 이인기 의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
`정치선진화 비전 공개토론회`에서 이인기 의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법치주의·의회주의 앞세워 참여정부와 대립각

박 대표의 기조연설이 끝난 뒤 이인기 의원은 '참여민주주의를 넘어 자유민주주의로'라는 발제문을 통해 "국민을 동원하고 국민을 정치의 전면에 내세우는 포퓰리즘(대중민주주의, 인기영합주의)이 급속도로 강화되었다"며 "인터넷, 시민사회 등의 참여민주주의는 의회민주주의의 보완적 기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또 "대중민주주의의 강화는 탈의회주의, 탈법치주의로 변질되어 대의민주주의의 토대를 약화시키고 대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급속도로 확산된 인터넷 문화도 우리사회 반의회주의적 경향을 확산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이 이같이 법치주의와 의회주의를 앞세워 대의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바탕에는 인터넷과 시민사회 등 참여민주주의를 토대로 탄생한 노무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워 '의회민주주의 위기'를 설정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인기 의원은 "87년 민주화운동의 부산물로 이른바 떼치(治)로 불리는 불법집단행동이 크게 늘었다"며 또한 "지역감정 대신 세대갈등을 부추겨 표심을 자극하는 현상마저 대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또 정치주체의 선진화를 표방하며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하는 등의 감시장치에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청와대, 국가정보원, 검·경, 감사원, 금융감독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친일진상규명위원회 등의 정부기관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시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며 인사청문회 강화 등 임용절차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대 국회의 모토인 '일하는 국회'를 실천하기 위해 한나라당은 작년 대여협상에서 실패한 예결특위의 일반 상임위화를 재차 주장했으며, 국회 예산에 정책개발지원비를 신설, 의원연구모임과 의원별로 정책·입법안의 개발경쟁을 촉진하는 '정책개발자금 공영제'를 제시했다.

또한 국회의원 회의출석을 강제하기 위해 회의시간 1/3을 불참하면 결석으로 간주하고, 총출석일수의 20% 이상을 결석한 의원은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그 사유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해 의원수당을 삭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정당운영의 선진화 방안으로는 진성당원제를 도입, 진성당원에게 각급 당직·공직선거에서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과 정책발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시민들이 왜 거리로 나섰나에 대한 반성이 먼저"
참석자들 "정치선진화 구호 너무 추상적" 쓴소리

박근혜 대표의 기조연설과 이인기 의원의 발제에서 제시된 한나라당의 '그럴싸한' 개혁프로그램에 대해 정작 청중들은 "자기반성부터 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한나라당이 '대의민주주의의 강화'를 강조한 것에 대해 "(정치인들이) 다양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 시민들이 시민단체를 통하거나 직접 거리로 뛰어나왔다"며 "이에 대한 정치권의 진지한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강철승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 교수의 목청은 더 높았다. 강 교수는 "2005년 첫 정책토론을 하는 마당에 한나라당이 작년에 어떻게 해왔는가를 짚어보라"면서 "연말 임시국회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15일 동안 방치한 것이나 1300여건이나 되는 법안 중에 20∼30건만 처리하고 말았다"고 성토했다. 강 교수는 이인기 의원의 발제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의 본질과 동떨어진 추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다"며 "(발제문에서 언급된) 법치주의나 의회주의를 정작 한나라당이 실천하고 있냐"고 따져 물었다.

패널로 참석한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한나라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질서를 강조한데 대해 "보수를 지향한다 하더라도 사회안전망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모든 것이 시장의 자율적인 논리에 맡겨지기만 한다면 도태되는 사람들의 자유는 누가 보장하냐"고 충고했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한나라당이 내건 '선진화' 슬로건에 대해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면서 "극복하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영진 한나라당 정치발전위원은 "17대 총선도 지역주의 바람에 의존했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발붙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일하지 않아도 당선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 이민정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