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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소 입구 모습
ⓒ 김강임
지난 1월 6일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 전날까지 계속되던 소한 추위도 이날만큼은 누그러졌다. ‘환영’, 육군훈련소의 정문에 새겨진 환영이라는 글자는 군대를 보내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듯했다.

▲ 음악회도 열리고
ⓒ 김강임
육군훈련소의 한 켠에서는 음악회가 열렸다. 아들을 군대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을 녹이기 위한 것인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축제분위기가 감돌았다. 아들을 군대 보내는 아버지 한 분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입영을 앞 둔 징집대상자는 애인의 손을 잡고 이별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아들이 입영하던 날 육군훈련소의 이런 모습은 경직된 부모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 육군훈련소 입영기념식 장면
ⓒ 김강임
오후 1시, 2천여명이 입영하는 육군훈련소 연병장은 한 마디로 숙연한 분위기였다. 핸드폰, 지갑, 가방, 모자를 엄마에게 건네 준 아들은 입영통지서 하나만을 호주머니에 놓더니 달음박질을 치며 연병장으로 달려갔다. 겨울 햇살을 받으며 입영식이 거행되었고, 연병장에 줄을 지어 서 있는 징집병들의 모습은 모두가 씩씩해 보였다.

▲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부모님들
ⓒ 김강임
환영, 축하, 이별의 시간도 잠시, 징집병들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들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위해 발돋움을 하며 연병장의 기념식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징집병들이 연병장을 한 바퀴 돌아설 무렵, 찬바람이 불어댔다.

손을 흔드는 사람, 이름을 불러보는 사람, 그리고 눈시울을 적시는 사람. 연병장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희비가 엇갈리는 시간이었다. 새로운 세계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아들에게 내가 전해준 한마디는 “축하한다”는 말 뿐이었다. 대한민국 아들이라면 누구나 가야할 길이기에 입영은 곧 축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게다. 그러나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겠지만, 아들을 군대 보내고 뒤돌아서는 어미의 마음은 눈시울과 함께 겨울바람이 코끝을 찡하게 불어댔다.

▲ 마지막 행진 모습을 보니…
ⓒ 김강임
엄마 품에서 처음으로 떨어져보는 코흘리개 적 초등학교 입학식이 생각났다. 행여 학교생활은 잘 할 수 있을지, 친구들과는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선생님 말씀은 잘 들을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 같은 것 말이다. 아들놈을 군대 보내는 부모의 마음도 비슷하다. 훈련은 힘들지 않은지, 먹을 것은 잘 먹는지? 상사의 가혹행위는 없는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지난 12일 소포로 훈련병인 아들의 옷이 왔다. 남색점퍼, 청바지, 흰색티, 운동화, 그리고 팬티와 양말. 나는 아들의 옷가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셨다.

청바지 속에서 발견한 아들의 편지는 안도의 숨을 쉴 수 있게 했다. 엄마 아빠를 격려라도 하듯이 “사랑하는 엄마 아빠! 저 잘 있어요. 훈련소의 생활은 엄마 아빠께서 걱정하시는 만큼 그리 힘들진 않아요. 100일후에 더 씩씩한 모습으로 찾아뵐게요.” 그 편지 내용을 보는 순간 걱정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아들이 입영한지 벌써 2주일이 되었다. 그러나 아들이 입영을 하고 나니, 날씨는 왜 그리도 추운지, 눈은 왜 이렇게 퍼부어 대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아뿔싸! 이 추운 겨울 날씨보다 더욱 차가운 것은 어제(20일) 훈련소의 훈련병 인분사건이다. 이 뉴스를 접하고 나서 밤잠을 설쳤다. 어떻게 상식이하의 일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특히 가혹행위와 구타 등으로 두려움을 간직하고 있는 훈련병의 부모입장으로써는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다.

특히 지금은 훈련기간이라 아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뉴스를 접하고 나니, 군에 대한 불신에 사로잡히게 된다. 입대하는 아들에게 ‘축하한다’며 등을 토닥이며 축하메시지를 전해줬는데 말이다.

이제 아들은 오는 2월 중순이면 5주의 훈련을 마치게 된다. 그동안 학교나 가정에서 익히지 못했던 것을 군대라는 특수 집단을 통해 익혀, 씩씩하고 용감하게 성장할 것을 기대하는 부모마음은 지금은 침통하기 그지없다.

앞으로는 인간성이 벗어나지 않는 범주 내에서 훈련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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