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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크!”

두청의 입에서 짧은 기합소리가 나오는가 싶더니 서흔남이 든 장작개비는 ‘탁’하는 소리와 함께 멀찌감치 날아가 버렸다. 두청이 재빠르게 발길질을 해 장작개비를 걷어차 버렸던 것이었다. 서흔남은 웃통을 훨훨 벗으며 소리쳤다.

“좋다! 오늘 누가 죽나 한 번 붙어보자!”
“잠깐 진정하시오! 방금 그대를 민 것은 내가 대신 술과 고기를 먹겠다는 뜻이었소!”

두청은 살짝 웃음까지 보이며 자리에 앉아 술을 죽 들이키더니 개고기를 덥석 입에 물었다. 서흔남을 비롯한 포수들은 물론 다른 승려들조차 이런 두청의 모습을 보며 어리둥절해 했다.

“뭣들 하시오? 내가 다른 보살들의 몫까지 먹고 마실 테니 어서 자리에 앉아 더불어 즐겨봅시다.”

두청은 게걸스럽게 술과 개고기를 줄 창 먹어대었지만 전혀 술에 취하지 않는 듯 보였다. 서흔남은 두청의 모습이 놀라워 술을 더 이상 마시는 것조차 잊을 정도였다.

다음날, 두청에 대해 호기심이 일어난 서흔남은 그의 소식을 알아보았지만 그 일로 인해 도총섭(승군의 대장)에게 불려가 파계를 당했다는 소식도 없었거니와 일하는 모습도 종전과 다름없다는 말뿐이었다. 재미있는 건 그날 이후 어느 누구도 두청을 두고 술과 개고기나 먹는 땡중이라는 말을 입 밖에도 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서흔남은 두청을 따로 불러 그날의 일을 사과하며 승려로서 어떻게 자연스레 술과 개고기를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두청은 별 거 아니라며 빙긋 웃어보였다.

“사실 먹을 수야 없지요. 그 날 큰스님의 귀에 제가 한 짓이 다 낱낱이 고해졌답니다. 그러자 큰스님이 이렇게 말하셨시더군요. '두청이 물과 두부를 먹은 게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이 난리들이냐?'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분명 술과 개고기를 먹었사옵니다' 큰스님이 다시 제게 물었습니다. '내가 먹은 것이 무엇이냐?' 그래서 제가 답했습니다. '개의 똥과 오줌이올시다' 큰스님은 한바탕 크게 웃더니 물러가라 하시더군요. 다른 스님들도 구태여 더 이상 절 탓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자기를 비꼬는 말로 듣고 크게 화를 낼 서흔남이었지만 두청의 말은 결코 남을 놀리는 투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이후 서흔남은 두청을 가까이 하며 벗처럼 대했다. 그리고 석달 후, 서흔남은 절의 터를 알아보는 일에 두청을 데려갈 것을 요청해 오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저 숲 속에 있는 것이 무엇이오? 언제 저런 것을 세운 적이 있었소?”

한참 터를 꾸밀 곳을 재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서흔남은 어두운 숲 사이로 다듬어진 기둥 같은 것이 엿보이자 두청을 불러 물어 보았다.

“소승도 처음 보는 것입니다. 가가이 가서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서흔남과 두청이 가보니 단아하게 지어진 건물이 숲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더 자세히 살펴보니 상태로 보아서는 지어진 지 꽤 오래된 것으로 보였으며 비록 낡은 집이기는 하나 격조가 품위가 엿보이는 모양새였다. 넓은 평상과 방에는 밖에 문이 달려 있었고 그 안에 있는 중심의 큰 방은 그 보다 높이가 조금 더 높았다.

“허! 이런 곳에 집이 있었다니 참 이상한 일이로군. 게다가 기둥이나 구들장도 멀쩡하지 않소?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완풍군 나리께 알려야겠구려.”

한참 뒤에 이서가 와 서흔남과 두청을 데리고 집의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없는 것 같은데 아궁이에 불을 한 번 떼어 보아라.”

두청이 잔나무 가지를 가져와 아궁이에 불을 붙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하게도 집의 윗목부터 온돌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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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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