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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며칠 전 필자는 그 동안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들을 검토하는 가운데 두 가지 점에서 참 특별한 '좋은 기사 원고료'가 올라왔음을 확인하였다.
우선 한 가지는 지난 여름 무더위 속에서 쓴 기사(<'통곡의 미루나무'는 오늘도 운다>)에 대해 넉 달이나 훌쩍 지난 12월말에 원고료를 올려줬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는 '좋은 기사 원고료'를 보내주신 독자가 나와 '동명이인'이라는 사실이다.
'나와 동명이인의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이 물음은 언젠가 나의 머릿속을 스쳐간 것 중 하나이다.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나의 이름 석 자를 검색해봤다. 극히 일부만이 검색된 결과이겠지만 나와 이름이 같은 의사, 종교인, 세일즈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이들이 눈에 띈다.
누군가의 '이름'이라는 것이 한낱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평생 함께 하는 것이 이름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기사를 통한 '동명이인' 독자와의 만남은 참 특별한 것이다.
'좋은 기사 원고료'를 올려준 동명의 독자도 이름이 같다는 그 특별함에 매료됐나보다. '좋은기사 많이 올려주시기 바라며....'라는 제목과 함께 짧지만 또 '좋은 채찍', 아니 '무서운 채찍'이 될 만한 글을 남겨주셨다.
"우연히 검색을 하다가 박성필 기자님이 쓰신 글들을 보게 되었답니다. 반가운 마음에 몇 개의 기사를 읽고 부끄럽지만 격려의 마음을 보냅니다. 제 이름도 박성필이지만 또 다른 박성필이란 분이 멋진 일을 하고 계시니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이 짧은 글을 읽으며 얼굴이 화끈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부족한 글들을 두고 '멋진 일'이라고 하여 부끄럽다. 또 '좋은 글'로 보답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다.
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님은 1991년 발간된 그의 저서에 실은 <글쓰기란 무엇인가>란 제목의 머리말에서 자신이 대학시절 쓴 글들을 거론하며 "최근에 우연히 《대학신문》을 들추다가 이를 발견하였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글이지만 거기에는 젊은 내 모습이 남아 있었다"라고 했다.
지금까지 쓴 나의 손이, 나의 정신이 써 내려간 많은 글들이 훗날 보면 유치하고 부끄럽기만 한 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들을 읽으며, 또 개인적으로 보관하게 될 글들을 읽으며 나의 젊은 날을 추억하게 될 날도 있을 것이다.
글을 써야 한다. 아니 아무도 '써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아도 나의 손이 움직일 것이고 나의 정신이 손을 움직이게 할 것이다.
아직도 창밖은 어둡기만 하다. 그러나 저 어둠 너머에는 희망이 있고 분명 나의 기사를 읽어줄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할머니가 주시는 쌈지돈을 받은 꼬마의 기분이 이럴까. 마냥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