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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한 수원역 집창촌 성매매 여성.
인터뷰에 응한 수원역 집창촌 성매매 여성. ⓒ 박상규
정부가 내놓은 자활훈련시스템에 대한 수원역 부근 집창촌 여성의 한숨 섞인 말이다.

22일 저녁 8시에 찾은 집창촌안 업소들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강한 형형색색의 형광등 불빛으로 물들어있었다. 그 불빛아래 나란히 앉아 있는 여성들. 그들의 시선은 일제히 유리문 너머 길가의 행인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중 몇몇의 여성들에게 그간의 생활과 심경을 묻는 인터뷰를 요청했다.

남성 손님들 '뒷문 있는가'부터 물어봐

수원역 부근 집창촌에 온지 7~8개월 됐다는 은영(가명‧25)씨. "요즘엔 정말 장사가 안된다"는 한숨 섞인 말로 말문을 열었다.

정부에서 시행 중인 자활훈련에 대해 그는“자활훈련 프로그램(미용, 재봉, 애견 등) 중엔 쓸 만한 게 하나도 없다”며 “성매매 종사자수가 15만명에 달하는데 그럼 우리나라에 15만개의 미용실과 애견센터를 만들 것인가”라고 자활훈련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음으로 찾아간 업소에는 두 명의 여성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똑같은 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수진(가명‧27)씨와 은숙(가명‧27)씨는 서로를 친구사이라고 소개했다. 이들 역시 “손님이 없다”며 은영씨와 똑같은 말을 했다.

수원역 부근 집창촌에 온지 한달밖에 안됐다는 수진씨. '하루에 몇 명의 손님이 오냐'는 질문에 그는 “많이 와야 5명이다, 종일 이렇게 앉아 있다가 공을 치는 날도 많다”고 울상을 지었다. 수익을 어떻게 나누냐고 묻자 그는 “업주에게 방세(70~80만원)만 내고 나머지 돈은 우리가 갖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은영(가명‧25)씨와의 일문일답.

- 수원에 온지 얼마나 됐나.
“7~8개월 정도 됐다”

- 전에는 어디에 있었나.
“광주쪽에 있는 룸(살롱)에서 일했다.”

- 경찰들이 단속을 하나.
“거의 하지 않는다. 그냥 순찰차를 타고 한바퀴 도는 정도다”

- 성매매법방지법 시행 이후 손님들이 많이 줄었나.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 성매매법방지법을 시행하기 전에는 하루에 10명 이상까지 받은 적도 있는데, 시행한 이후 많아야 3~4명이고 하루 종일 앉아만 있다가 공을 치는 날도 많다.”

- 성매매법방지법 시행 이후 손님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
“혹시 단속에 걸릴까봐 걱정하면서 ‘뒷문이 있나’를 먼저 물어본다. 예전에는 6만원 내고도 시간을 끌면서 나가지 않고 버티는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은 단속을 걱정하며 잠깐 있다가 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 업주와 수익은 어떻게 나누나.
“수익은 모두 아가씨들이 가져간다. 업주에게는 방세만 내면 된다. 방세는 70~80만원이다.”

- 정부에서 자활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자활훈련으로 미용이나 재봉 또는 애견미용을 배운다고 들었다. 그럼 성매매에 종사하는 15만명의 여성들이 미용을 배우면 우리나라에 15만개의 미용실이 생기는 것인가.”

- 이곳 여성들이 입은 옷이 비슷하다. 청바지, 몸에 달라붙는 웃옷을 공통적으로 입었던데.
“예전에는 자기 취향대로 깊게 파인 옷이나 짧은 치마를 입을 수 있었는데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경찰들이 맨살이 드러나지 않게 바지와 티셔츠를 입으라고 했다. 그래서 여기 있는 여성들 옷이 비슷비슷하다.”

- 굽이 상당히 높은 신발(기본 15cm)을 신는 것 같다. 발은 안 아픈가.
“처음에는 발도 아프고 힘들었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니 적응이 됐다. 키가 180cm가 돼 보이도록 각자 굽을 맞춰 신는다.”

- 많은 사람들이 집창촌에는 감금이나 폭행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은 어떤가.
"집창촌은 오픈돼 있는 곳이라서 감금은 없다. 지방의 집창촌, 룸살롱 등은 감금을 한다고 하는데, 이곳은 그렇진 않다. 청량리나 미아리 등도 오픈돼 있어서 감금은 안 한다고 들었다. 볼 일 있으면 외출도 할 수 있고 쇼핑도 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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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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