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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자 조선일보 A5면 기사.
25일자 조선일보 A5면 기사. ⓒ 조선일보 PDF

요며칠 사이 ‘박정희’ 이름 석 자가 신문지면을 온통 도배질하다시피 하고 있다. 마치 ‘죽은 박정희’가 되살아난 모양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박정희 비판하느라 난리들인데 유독 조선일보만 '박정희 감싸기'다. 한 마디로 꼴사납다.

어제 '10.26사태'를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 시사회가 용산의 한 극장에서 있었다. 이 영화는 그의 외아들 지만씨가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시사회 전부터 주목을 끌었는데 결과적으로 영화를 크게 홍보해줬다는 얘기가 충무로에 나돌았다고 한다. 영화를 구경한 사람들에 따르면, 박정희는 유창한 일본말에 엔카 취향 등 부정적 부분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박정희를 되살릴만한 ‘사건’이 어제 또 하나 있었다. 문화재청은 올 광복절에 광화문에 내걸린, 그가 쓴 ‘광화문’ 현판을 정조대왕의 한자 글씨로 바꿀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그의 ‘광화문’ 글씨는 고궁의 현판 가운데 하나라고 하기에는 이 글씨가 갖는 지리적 상징성이 결코 적지 않았다.

박정희의 '삼일문' 현판이 철거된 까닭

‘광화문’ 현판 철거는 몇 년 전부터 이미 거론됐었다. 몇몇 뜻있는 시민들은 그가 쓴 탑골공원 정문 현판인 ‘삼일문’을 철거해 버렸다. 대체 거기가 어디라고 일본군 장교출신인 박정희가 쓴 현판이 버젓이 내걸려 있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박정희의 ‘광화문’ 현판을 철거하는 것이 그리도 가슴이 아픈 모양이다. 오늘자 1면에서 사이드톱으로 이를 비중있게 다루고는 그것도 모자라 A5면 전면을 털어 다시 현판과 박정희 관련 내용으로 가득 채웠다.

놀라운 것은 ‘광화문’ 현판 철거와 <그때 그 사람들> 시사회가 모두 현 정권이 ‘박정희 폄하’ 목적으로 기획한 것인 양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월간조선 포함)가 박정희 살리기에 주력해온 매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건 도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과연 현 정권이 민간 영화사에 그런 영화를 만들라고 주문을 했을까.

얼마전 외교부는 1965년에 체결된 ‘한일협정’ 관련 외교문서를 공개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이 역시 현 정권의 ‘박정희 죽이기’ 맥락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는 뒤늦은 일이다. 외교문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30년이 지나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다.

조선일보의 ‘견강부회’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 재검토, 친일진상규명법 제정, 과거사기본법 제정, 정수장학회 논란, 서울 문래공원 내 박정희 흉상 철거를 비롯해 심지어 영화 ‘효자동 이발사’ 개봉까지도 현 정권의 ‘박정희 죽이기’로 몰아가고 있다. ‘박정희교(敎)’ 신자랄 수 있는 조선일보의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하겠다.

'박정희 감싸기'는 또 하나의 역사왜곡

ⓒ 조선일보 PDF
그러나 문제는 이 모두가 ‘헛발질’이라는 점이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 추진은 애초 시작부터가 잘못이었다. 역사적 평가를 두고 논란이 돼온 인물의 기념관을 짓겠다고 나선 자체가 결과적으로 그를 두 번 죽이는 꼴이 됐다.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조선>은 이 논쟁의 칼끝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향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문제의 발단은 민간기업을 총칼로 빼앗은 5.16직후의 부도덕한 군부세력에게서 시작됐다. 그리고 박정희는 그 세력의 정점에 있었다.

일제하 반민족 행위자들의 친일행적 규명을 둘러싼 논의도 그렇다. 해방 반세기동안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못하다가 뒤늦게, 그리고 어렵게 ‘민족적 숙제’를 하려는 마당에 박정희 하나가 걸림돌이 된다는 것은 웃기는 얘기다.

박정희는 여러 친일 반민족자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법이 ‘만주군 중위’ 박정희를 타겟으로 한 것이라니 참으로 가당찮은 얘기다. 그건 일제말기 친일보도를 한 조선일보가 도둑놈 제발저린 꼴이 아니고 뭔가.

굴욕적 '한일협정' 체결로 수 십만명이 넘는 일제 피해자들이 청구권마저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또 하나의 반민족행위가 아닐 수 없다.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박 정권의 이같은 처사는 권위주의 시절의 이른바 '통치행위' 차원을 넘는 월권행위라고 할 수 있다.

작년 8월에 공개된 미국 CIA 문서에 따르면, 박 정권은 군사쿠데타를 한 1961부터 한일협정을 체결한 1965년 사이 5년간에 걸쳐 6개의 일본기업들로부터 6600만 달러를 제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정권은 조선민중들의 목숨값을 뒤에서 정치자금으로 받아 챙긴 셈이다.

해방 60년, 한일협정 40년만에 겨우 역사의 진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특히 18년 박정희 독재정권하에 자행된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그런 역사적 진보를 조선일보는 두려워 하는가. ‘박정희 감싸기’는 또 하나의 역사 왜곡이자 파멸로 가는 길임을 조선일보는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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