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민족이나 그들 고유의 축제가 있다.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축제도 있으나, 대부분 춤을 추고 노래하며 노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타이푸삼(Thaipusam) 축제는 새로운 의미의 축제였다.
다민족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교가 국교이지만 정교분리정책에 의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에 이슬람교는 물론 기독교와 힌두교 및 불교가 공존하고 있는 나라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렇게 여러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관계로 다양한 종교의식을 경험할 수 있는데 25일이 바로 힌두교의 축제, '타이푸삼'이 있는 날이다.
세계에서 춤을 가장 잘 추는 민족의 하나인 힌두교도들의 축제라고 하여 춤을 추며 노는 것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이 사람들은 춤을 추는 대신 자신의 몸에 바늘을 꽂거나 우유통을 머리에 이고 고행을 한다.
타이푸삼의 유례
이 축제는 힌두신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여러 가지 신화가 있지만 가장 근거 있어 보이는 신화에 따르면 신(神) 스리 마하마리암만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장남 카나바다는 똑똑하지만 게을렀으며 차남 물루간은 순수하고 우직한 성격이었다. 스리 마하마리암만은 두 아들에게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세 바퀴 돌고 오는 사람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차남 물루간이 지구를 세 바퀴 도는 고행을 하고 있을 때 장남인 카나바다는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만 있었다. 집에서 놀고만 있는 카나바다를 본 스리 마하마리암만이 꾸짖자 카나바다는 어머니 곁을 세 바퀴 돌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어머니라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감동한 스리 마하마리암만은 카나바다에게 권력을 물려주게 되었다.
한편 차남인 물루간은 오랜 세월 동안 고행을 마치고 돌아왔으나 모든 권력은 이미 형에게 물려진 뒤였다. 이에 카나바다는 상심하여 말레이시아에 있는 바투동굴에 들어간 후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 스리 마하마리암만은 뒤늦게 자신의 경솔함을 반성하고 물루간을 만나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동굴을 찾았는데, 이날이 바로 '타이푸삼'이다.
타이와 푸삼의 합성어가 타이푸삼인데, 타이는 1월 15일~2월 15일까지의 한 달을 말한다. 힌두교에서는 이 기간을 신성한 달로 여기며 푸삼은 보름달이 뜨는 날을 뜻한다.
공포를 느낄 만한 고통체험
바투동굴은 산 중턱에 뚫린 높이 120m가 넘는 종유 동굴인데, 안에는 로드 서브리암니암 힌두교 사원이 있어 타이푸삼이 되면 수많은 힌두교도들이 참배를 위해 272계단을 올라 이 동굴에 이르는 진풍경을 직접 볼 수 있다.
타이푸삼 축제를 보기 위해 새벽 4시에 바투동굴을 찾았으나, 이미 수만 명의 신도들이 노천에서 밤을 세우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낮이 되면 이런 사람들이 백만 명 이상이 된다고 한다. 캄캄한 밤이었으나 고행자들은 자신의 뺨과 혀에 긴 바늘을 꽂거나 등에는 맨 피부에 낚시 바늘을 꽂아 오렌지를 매달고 272계단을 오르며 고통을 체험하고 있었다.
일반 신자들도 계단을 오르는 고행을 하고 있었다. 여성들도 머리를 완전히 깎은 다음 노란색의 옷을 입고 맨발로 계단을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젊은 부부는 어린애기를 막대기에 걸친 포대기에 담아 함께 어깨에 매고 오르면서 자녀가 무사히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카바디라는 고행을 위해 별도로 만들어진 구조물을 어깨에 매고 가는 신자들은 아주 정교하게 장식한 금속이나 나무 아치의 카바디를 어깨에 매고 철사 혹은 못으로 카바디와 자신의 몸을 연결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피가 흐르는 이런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쇠꼬챙이로 몸을 찌르고, 벌건 숯불 위를 걸어가며 고통을 넘어 도에 이르려는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참회와 감사의 축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타이푸삼'은 말로 아부를 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또 먹고 마시며 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고통을 체험하면서 남의 아픔을 느끼고 참회와 감사를 통해 자아를 찾으려는 신성한 축제가 '타이푸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