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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사회복지선진화비전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사회복지선진화비전 공개토론회에서 복지문제에 대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사회복지선진화비전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사회복지선진화비전 공개토론회에서 복지문제에 대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일회담·문세광 사건·영화 <그때 그사람>·광화문 현판휘호 등 박정희 정권의 과거사가 잇따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관심은 '그의 딸' 박근혜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침묵시위'라도 하듯 지난 20일 "내가 누구의 딸인지 잊어달라"는 발언 이후 말을 삼가고 있다.

박 대표의 과거사 시련은 지난 여름 1차 촉발됐다. 7·19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대표최고위원으로 당선된 직후 박 대표는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유신 청산', '독재자의 딸' 등의 공격을 '국가정체성'으로 맞받아 공세적으로 대응했다. "전면전도 불사하지 않겠다"는 말도 그 때 나왔다. 당시 박 대표는 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면에 나서 '나홀로' 싸움에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보인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공과 논리를 앞세우고는 있지만 '공'으로 '과'를 덮으려는 무리수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박 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지난 여름처럼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과제로 본다는 것.

유신시대와 상대적으로 먼 20·30대 기류 주시중

이 측근은 "별다른 내색은 없지만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신다"며 "여론의 추이를 보고 장기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박심'을 전달했다. 특히 '유신시대'와 물리적 시간대가 먼 20·30대의 반응이 어떨지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고 이 측근은 전했다.

문제는 당과의 관계. 박 대표는 작년 여름 과거사 국면에서도 "당에 누를 끼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고, 이번에도 "나를 염두에 두지 마라"는 말로 당과 개인을 구분 짓는 태도를 취했다.

이와 관련 이 측근은 "당 분위기도 살피고 있는데 당에 (박정희 정권의 과거사 문제를) 맡길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에 관한한 외곽조직을 활용하겠다는 판단이다.

영화 <그때 그사람>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박지만씨가 맡은 것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법적 대응 전 '자문'을 구하는 동생에게 박 대표는 "알아서 하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을 대표해 이계진, 한선교 의원이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지만 짤막한 현장소감 외에는 논평 등의 후속타가 없다.

박 대표는 현재 현장정치에 열중하고 있다. 과거사 공방, 4대입법 정국을 거치면서 추락한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재래시장과 중소기업, 복지시설 등을 방문하며 다시 민생과 경제를 외치고 있다.

계파 초월 "박근혜와 한나라당은 별개다"

박근혜 대표의 '부친 문제'와 관련해 당내 분위기는 크게 세갈래(침묵, 엄호, 분리대응)로 나뉜다. 우선 '침묵'하는 그룹. 당직을 맡은 의원들이 그렇다. 오전회의 때마다 정부여당을 향해 각을 세우던 김덕룡 원내대표는 잇따른 박정희 과거사 공개 배경에 대해 "과거사 진상규명 법안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수준의 발언이 전부였다.

박세일 정책위의장은 "직접 코멘트할 생각은 없다, 국민과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이상배 의원은 "대응 자체가 필요 없다"며 "일일이 대응해 당이 이 문제에 대해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일부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엄호성' 발언들도 나온다. 5선의 강재섭 의원은 박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해 "역사의 창고를 뒤져 역사를 쓰레기통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형오 전 사무총장은 27일 유홍준 문화재청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최근 부상하고 있는 과거사 문제는 정치권의 회오리"라며 "승자에 의한 역사파괴는 막아야 한다"고 표현, 박정희 대통령의 '광화문' 현판 휘호 교체작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당내 전반적인 분위기는 박근혜 대표의 정면대응과 당과의 분리대응을 바라는 쪽이다. 소장파, 보수파, 중도파 등 계파를 막론하고 '한나라당과 박근혜는 별개다'라는 식이다.

홍준표 의원은 이미 개인성명을 통해 "스스로 앞장서 파문 확대를 막으라", "한나라당과 박근혜는 한 몸이 아니다", "대표는 바뀔 수 있지만 한나라당은 영원해야 한다"라며 강한 어조로 박 대표의 '홀로서기'를 주문했다.

이방호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회창 아들의 병역문제로 10년을 잃어버렸다, 그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며 "박 대표는 아버지니까 억울한 마음이 있겠지만 당직자나 당원들이 (박 대표를)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이 의원은 영화 <그때 그사람>에 대한 당 대변인의 코멘트를 문제삼기도 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박 대표의 반응을 전하며 "유족들에 대한 명예훼손은 또 다른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방호 의원은 "한나라당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일에 대변인이 나서서 논평할 일이 아니"라며 "박 대표의 가족이나 개인변호사가 해야 할 일을 당이 나서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엄정하게 역사의식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며 "박 대표가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철저한 분리대응의 입장에 섰다.

이성권 "말로만 잊어달라고 하면 남들이 잊어주나"

소장파는 좀더 강경하다. 당의 '무시전략'을 비판하며 박 대표에게 정면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성권 의원은 "누구의 딸인지 잊어달라고 했지만, 말로만 잊어달라고 하면 남들이 잊어주나"라며 "3공의 과오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당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지난주 상임운영위회의에서 '한일회담 진상규명TF'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의 경제원조가 희생자 보상차원이 아닌 정권기반의 강화를 위해 쓰여졌다는 반성 속에 추가협상을 검토하고 피해자 보상책을 마련하자는 생각에서다.

이 의원은 "검토해 보자는 말만 있었지 이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그렇게 웅크리고 비껴가기를 바래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일부 언론이 제기하고 있는 박정희 과거사 공세를 음모론적 시각에서 보는 것을 경계하며 "과거를 성찰해보려고 하는 시민의식의 성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의 이같은 싸늘한 분위기에 박 대표의 과거사 행보가 주목된다. 대표실의 한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좀 일찍 터졌다 싶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을 준비해오지 않았겠냐"며 "(박 대표가) 일단 대응을 시작하면 전면전이 될텐데 그 '때'를 보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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