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5년 1월 27일자 조선일보 국제면
2005년 1월 27일자 조선일보 국제면 ⓒ 조선일보
사람에게 첫 인상이 많은 것을 좌우하듯이 언론의 보도에서 표제 선정은 기사 전반의 흐름을 설정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조선일보>는 72%가 투표 의사를 밝힌 내용을 표제로 꼽았지만 이것이 이어지는 기사의 제목으로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는지는 많은 의문이 남는다.

우선 <조선일보>조차 인정하고 있듯이 “과연 총선이 제대로 치러지겠느냐는 우려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알 카에다의 이라크 지부장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는 최근 이라크 총선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는 등 총선은 오히려 분열의 씨앗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같은 날 비슷한 내용을 다룬 <연합뉴스>나 <국민일보> 기사의 표제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2005년 1월 27일자 국민일보 인터넷판 국제면
2005년 1월 27일자 국민일보 인터넷판 국제면 ⓒ 국민일보
민주국가 첫발? 내전 신호탄? <국민일보>, 2005.01.26
이라크 저항세력 총선저지 총력 투쟁, <연합뉴스>, 2005. 01. 26


하지만 <조선일보>가 내세운 표제는 언뜻 보면 총선에 대한 지지 열기가 높은 것으로만 보일 수 있다. <조선일보> 기사에서도 보도했듯이 거주지 별로 투표 의사는 극명하게 달라지고 있으며 이는 <국민일보>에서 지적한 것처럼 ‘내전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독특한 시각은 소제목에서도 드러난다. 소제목으로 뽑은 “시아파·쿠르드족은 투표 열기”는 지금의 이라크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 제목이다. 시아파와 쿠르드족의 투표열기는 이와 대조되는 수니파의 저조한 투표율과 대비되어 이라크 현지의 갈등과 분열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라크 총선은 정통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라크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선전해오던 미국 행정부 관리들마저 총선 이후 이라크 상황의 악화, 종파간 갈등의 심화를 인정한 마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이러한 분석은 묻어둔 채, ‘투표열기’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의도적으로 이라크 상황을 호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미국 언론들조차 이번 이라크 총선이 실시될 30일은 미국 베트남전 패배의 분수령이 된 북베트남의 구정 대공세가 일어난 지 딱 37주년이라는 것을 들며 이번 총선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 최사라 기자는 언론비평웹진 필화(http://pilhwa.com)의 기자로 활동중이며 이 기사는 <미디어 오늘>에도 송고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