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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29일)였습니다. 저는 퇴근길에 마산어시장에 들렀습니다. 문어를 10000원어치 샀습니다. 아내는 유독 문어를 좋아합니다. 저는 어시장을 나섰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내의 불안해하는 모습이 눈에 어른거립니다. 출근하는 저를 보며 아내가 말했습니다.

"집주인이 집을 판다나 봐요."
"집을 팔아?"
"예. 당신 들어오면 다시 전화한대요."
"..."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여간 착잡한 게 아니었습니다. 2월 말이면 만 2년입니다. 또 이사를 가야 하나. 비단 이번만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전세 기간 만료일만 다가오면 늘 불안했습니다. 결혼하고 벌써 다섯번째입니다.

▲ 부추 부침개입니다.
ⓒ 박희우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부추를 씻고 있습니다.

"웬 부추야?"
"당신이 부추 부침개를 좋아하잖아요. 매운 고추하고 홍합도 사왔어요. 오징어는 못 사왔어요. 오늘따라 좀 비싸야지요."

저는 아내에게 비닐봉지를 내밀었습니다. 아내가 비닐봉지를 열어 봅니다. 순간 아내의 얼굴이 반짝 빛납니다. 감동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웬 문어예요?"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세마리 사왔어."

저는 헛기침을 몇 번 했습니다. 아내가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부침개를 부치고, 문어를 삶고, 초장도 만들었습니다. 식탁이 여간 풍성한 게 아닙니다. 아내가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냈습니다. 제게 잔을 권했습니다.

"1주일 동안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무슨 고생. 당신도 한잔 들지?"

저는 아내에게 잔을 권했습니다. 아내가 잔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건배를 했습니다. 이 순간만은 집 걱정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내 역시 같은 눈치였습니다.

▲ 삶은 문어와 부추 부침개입니다.
ⓒ 박희우
"부추 부침개가 참 맛이 좋아. 아마 당신 솜씨 따라갈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거야."
"문어가 참 맛이 있네요. 당신이 사오는 문어가 제일 맛있어요."

서로를 칭찬하다 말고 우리 부부는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때 문득 생각나는 소설이 있습니다. O.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단편소설입니다. 저는 아내에게 소설 얘기를 합니다.

“‘델라’는 황금의 폭포가 물결치듯 빛나는 머리채를 가지고 있었어. 그녀의 남편인 ‘짐’은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은 금시계가 있었고. 그런데 이들 부부는 집세도 낼 수 없을 만큼 가난했어. 평소에 델라는 '머리빗'을, 짐은 '시계줄'을 같고 싶어했어. 크리스마스가 하루 남았어. 아내는 머리칼을 팔아 남편의 시계줄을,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빗을 샀지.”

아내가 싱긋 웃었습니다. 그러다 이내 흐려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얘들이 이제 겨우 친구를 사귀었는데. 또 이사를 가야 하나?"

저는 아내를 바라봅니다. 아내가 슬쩍 제 눈길을 피합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저는 덜컹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혹시 집주인아 아닐까. 다행히 집주인은 아닌가 봅니다. 아내가 웃으면서 전화를 받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큰아이의 피아노 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작은아이가 피아노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저는 입술을 지그시 깨뭅니다.

“그래 힘을 내자.”

저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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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필을 즐겨 씁니다. 가끔씩은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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