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과 열린우리당 이부영 전 의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검 중수부(박상길 부장)는 한화 측에서 대한생명 인수과정에 김승연 회장의 연루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이부영 전 의장 측도 한화로부터 받은 비자금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두 사람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31일 논평을 통해 "검찰은 전윤철 감사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없이 전 감사원장에 대한 조사를 종료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고 밝히고 나섰다.
한화 대생 인수로비의혹 사건 경과
검찰은 지난 대선자금 수사 당시 한화비자금 87억원 중 60억원이 2002년 대선때 여·야 정치권에 제공된 사실을 확인하고, 그동안 한화가 조성한 비자금 87억원의 행방을 추적해왔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정치권에 제공된 60억원을 제외한 27억원 중 18억원이 '불법용도'로 쓰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고, 나머지 9억원 가운데 1억원 안팎의 자금이 2002년 하반기에 채권 형태로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이부영 전 의장 측에 유입된 단서를 포착했다.
특히 검찰은 지난 27일 구속수감된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으로부터 이 전 의장 측에 채권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이 전 의장의 비서관을 지낸 장아무개씨가 언론을 통해 2002년 8월경 한화비자금 중 3000만원을 수수했다고 시인함에 따라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우선 검찰은 장씨를 먼저 소환해 유입된 채권의 정확한 액수와 성격 등을 자세히 확인키로 했다. 이어 검찰은 이 전 의장을 상대로 한화로부터 실제로 채권을 수수했는지 여부와 규모, 명목 등을 조사해 범죄혐의가 드러나면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또 검찰은 한화 측에서 이 전 의원 측에 건넨 채권이 3000만원뿐이라는 김연배 부회장의 진술과 달리 그 이상의 돈이 제공됐는지 여부를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나아가 검찰은 김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됐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김 회장을 이번 주중 소환할지 여부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김승연 회장과 이부영 전 의장 설 전 줄소환 성사시킬까?
하지만 검찰은 김연배 부회장이 대생 인수과정의 모든 것을 본인이 다 알아서 처리했다며, 김 회장의 연루 여부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소환시기를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전 의장의 비서관을 지낸 장씨도 3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전 의장의 과거 언론사 후배였던 한화의 임원 이모씨가 2∼3년 전부터 인사를 하고 싶다는 뜻을 종종 전해왔었다"면서 "2002년 8월께 이씨로부터 3천만원 상당의 채권 3장을 직접 받아 현금화했고 구체적인 수사 경위나 용처는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본의 아니게 이 전 의장에게 누를 끼쳐 죄송할 따름"이라면서 한화비자금과 이 전 의원의 연관성에 대해서 철저히 부인했다.
현재 검찰은 이 전 의장 측과 소환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전 의장의 소환 후 바로 김 회장이 소환될 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의장과 장씨 등을) 한 번은 부르긴 불러야 한다"며 "조사를 가능하면 빨리 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전윤철 감사원장, 검찰에 자진 출두해 로비의혹 해명해야"
한편 검찰은 한화 측에서 지난 2002년 9월경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정부측 위원장인 전윤철 감사원장(당시 재경부 장관)에게 채권 15억원을 건넸다가 거절당한 김 부회장의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적으로 조사중이다.
그러나 검찰은 전 감사원장의 소환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이미 드러난 상태"라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화의 전윤철 감사원장에 대한 로비의혹이 전 감사원장 자신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의혹을 종식시키기 위해 전 감사원장 본인이 검찰에 자진 출두해 본격적인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로비시도가 없었다는 전 감사원장의 해명은 여러 정황을 고려한다면 납득할 수 없다"며 "전 감사원장의 일방적인 해명만으로 수사가 종료되어서는 안되며, 전 감사원장과 채권을 전달한 당사자와의 대질수사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전 감사원장에게 "단순히 소극적으로 로비와 관련하여 채권제공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매각 과정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외부의 압력을 받은 적은 없는지, 또 한화측의 로비 시도가 단 한 번에 그쳤는지 등 각종 의혹들을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