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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석 의원에 대한 입각제의는 합당을 위한 포석?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김효석 의원에게 교육부총리직을 제안함으로써 다시 불거진 열린우리당-민주당의 합당론이 연일 정치권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은 "권력을 미끼로 한 민주당 파괴공작"이라고 강력히 성토하면서 노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요구하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여권의 인위적 정계개편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며 대여공세를 폈다.
열린우리당은 "현 시점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약간의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열린우리당의 어느 누구도 민주당과의 합당은 불가하다는 분명한 의견을 표시한 의원은 없다.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왜 합당론이 불거지는가 - 여 과반 붕괴 임박
시기적으로 볼 때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모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즉 지도부 경선에서 선출되기 위해 일부 정치세력이 합당론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건을 만들 목적으로 합당론을 제기할 수 있다. 전대 출마가 예상되는 문희상, 염동연 의원이 합당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한 반면, 민주당의 한화갑 전 대표는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 소멸할 당과는 합당하지 않는다"며 분명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에는 향후 열린우리당의 원내과반수 확보가 어렵다는 여권의 고민이 합당론의 중심에 있다. 열린우리당은 1월 27일 선거법 위반으로 오시덕 의원이 의원직을 잃음으로써 149석의 아슬아슬한 과반의석을 확보했지만, 김기석, 김맹곤, 신계륜, 이철우, 복기왕 의원 등 5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다음 달 중으로 판결이 나면 여당의 과반의석 확보 여부가 판가름 나겠지만, 많은 이들은 과반 붕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현재와 같은 구도에서 4월 재보선을 치를 경우, 열린우리당 쪽의 승산이 적어 150석의 원내 과반의석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합당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으로 2석을 더 잃어 147석이 되면 법적 과반도 무너지기 때문에 여당의 법안처리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정세균 원내대표 체제로 새롭게 태어나 의욕적인 활동을 다짐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원내 지도부로서는 향후의 국회 대책을 어떻게 세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2월 임시국회 운영에서 야당과의 협조 특히 민주노동당과 민주당과의 협조가 절실할 것이라는 점이다.
연정은 대안이 될 수 있나?
이런 상황과 조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은 현실에 대한 솔직한 인정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최근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과반 지위에 연연해하지 말라. 숫자 한두 명 많고 적은 것보다는 대의가 중요하고, 국회 입법 효율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민병두 기획위원장도 "(25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연정이 언급되었지만, 이는 유럽식이 아니라 정책연합을 염두에 둔 용어선택"이라며 '연정'에 대한 의미를 한정지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야당과의 연합은 이제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주당 인사에 대한 입각제의들을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아니냐 하는 불안감으로 경계의 눈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책연합이나 연정이라고 하는 것이 합당으로 가는 수순이 아니냐 하는 것이 민주당의 우려이다.
결국 열린우리당이나 청와대의 과제는 정책연합이 정계개편을 의도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입장의 표명과 고수를 통해 국민과 야당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야당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도 강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58.1%는 합당에 반대
1월 16일 열린우리당 밖에 있는 '노사모'와 '국민의 힘' 등 친노단체들이 모여 '국민참여연대'(이하 국참연)를 발족시켰다. 국참연은 4월 2일 전당대회에 적극 참여하여 '당원에 의한 당 장악'프로젝트를 가동하였다. 즉 전당대회에서 각급 단위의 선거에 출마해 당원의 뜻에 따르는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구성하겠다고 직접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정청래 의원을 비롯하여 10여 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국참연을 비롯한 당원들의 움직임에 따라 향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 또는 연정이 어떤 식으로든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합당하는 문제에 대해 찬성 33.5%, 반대 58.1%로 나타났다. 많은 국민들이 합당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였지만, 열린우리당의 지지층에서 합당 찬성 여론(56.3%)이 다소 높게 나타난 점은 향후 합당론이 지속적으로 부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1990년 1월 '3당 통합'은 전면적 변형주의
정당간의 합당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한국현대사에서 나타난 정당간의 이합집산이 정당한 이유와 국민적 지지 없이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루어진 것에 대한 반감에 기초한다.
이념과 정책 그리고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와는 무관하게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 합당을 한 대표적인 사례로서 1990년 1월의 '3당 통합'을 들 수 있다. 알다시피 '3당 통합'은 구체제의 집권 여당이었던 민정당과 야당에서 두 번째의 원내의석을 가졌던 민주당, 세 번째의 공화당이 합당을 통해 민자당(민주자유당)이라는 거대여당을 만듦으로써 최대 야당인 평민당을 소수로 고립시키면서 여소야대 국회를 일거에 여대야소의 국회로 전환시킨 사건이다.
여소야대 즉, 분할정부(divided government)는 대통령제의 최대 취약점으로 민주주의가 공고화되지 않는 국가에서는 심각한 정치위기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13대 국회 전반기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집권당인 민정당은 원내다수연합 형성을 위해 최소한 하나의 야당과 제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민정당은 4당체제 하의 연합정치가 초래하는 원내다수세력의 유동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분할정부'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 부족하였다. 결국 민정당은 13대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인위적인 정계개편 즉, '3당 통합'을 통한 거대여당을 탄생시켰다.
이것은 정부의 집권 엘리트들이 의회 내에서 취약한 소수파의 지위를 벗어나 안정적인 다수파를 형성하기 위해 야당의원들을 포섭하는 공작정치와 그것이 빚어내는 인맥과 보스 중심의 비공식적 후원-수혜 관계의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즉, '3당 통합'은 변형주의(transformismo)에 의한 이합집산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계개편은 유럽 선진국가의 정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념, 지지기반, 정책 프로그램을 달리하는 정당간의 연합 또는 동맹(coalition)이 아닌, 정당 정치인들간의 타협과 비밀협약에 의한 담합(collusion) 또는 통합(fusion)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변형주의는 시민사회와 정치사회의 분리라는 정치적 대표체계와 사회적 조건 간의 극심한 불일치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총선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정치적 대표체계와 정치적 위임(mandate)은 변형주의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변형된다. 정치권와 유권자는 유리(遊離)되고, 정치는 '그들만의 잔치, 그들만의 게임'이 되어 버린다. 또한 그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함을 보여주며 위기임을 말해준다.
'저수준의 실질적 합의, 그러나 고수준의 절차적 합의'를 통한 원내갈등 해결
2005년 4월 재보선을 기점으로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붕괴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정국에서의 영향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즉 민노당과 민주당이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그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따라서 원내 제1당으로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원만한 정국대응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먼저 여당이면서 제1당인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 나타난 국민들의 뜻과 정치적 위임을 저버리고,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위한 노력을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원만한 의사일정 진행과 원내 갈등의 관리를 위해 사안과 정책에 따라 야당들과 논의하고 연합하는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념적으로나 이해관계에 따라 실질적인 내용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더라도, 절차적 정당성과 합의를 통해 차근차근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저수준의 실질적 합의지만 고수준의 절차적 합의의 형태로 원내 갈들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소수당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야당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함과 아울러 대화의 통로를 항상 열어야 할 것이다.
또한 야당은 총선을 통해 형성된 국민의 정치적 위임의 다수인 제1당인 여당을 정당한 과반수로서 인정하고 원내다수파의 정통성에 시비를 걸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의사절차를 준수하겠다는 의지와 실천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국회의장의 역할이다. 의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하면서도 의사규칙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 국회 내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국회 내로 반영된 대립되는 사회의 이익과 의사를 국민적 합의로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느 한 정당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민주화가 된 지 15년이 되어간다. 아직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공고화의 길을 가고 있다. 민주화의 이행에 뒤이어 민주적 절차나 규범이 제도화, 내면화되는 '공고화'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과 정치인의 숙제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무정쟁'을 약속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도 이에 화답했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정책과 이슈를 놓고 경쟁하고 협력하는 연합형성의 정치, 타협을 통한 원내갈등 해소의 국회문화가 정착되는 2005년 을유년 한국 의회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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