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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재건축 예정 지역. 지하철 2호선 성내역 옆에 있었던 잠실시영아파트가 완전 철거되었다. (헬기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을유년 연초부터 집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완화 움직임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맞물려 집값 상승 효과를 낳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3년 10·29대책 이후 긴 겨울을 난 집값이 이제 봄을 맞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이른바 '저점통과론'이다.

반면 집값 상승 움직임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 '국지적 변동'에 불과한데다 별다른 호재가 없어 상승기류를 타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잠시 해빙기를 맞았을 뿐 가격 침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반짝 해빙론'에 해당한다.

현재 집값 상승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 국민은행 부동산 시황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6일 기준으로 서울에서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1차는 기준 시점 전 한달 동안 무려 13.3%나 가격이 상승했고, 가락 시영2차는 12.17%나 뛰었다. 현재 가락시영 1차 17평 아파트는 4억5000만원 선에서, 가락시영 2차 19평 아파트는 6억250만원 선에서 거래가가 형성되고 있다. 1월 3일 시세와 비교하면 대략 3000만원 정도가 오른 셈이다.

송파구 가락시영 올들어 10% 이상 매매값 급등

강남구 개포 주공아파트도 올초부터 가격이 치솟기는 마찬가지다. 개포 주공1단지 17평의 경우 1월 26일 현재 7억1500만원에 거래가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 1월 3일 시세와 비교하면 무려 5000만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도 강남 못지 않은 매매값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 뚝섬 서울숲 개발지구 인근 지역과 강북 뉴타운 개발예정지 인근지역, 용산 등이다.

이러한 양상은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로 이어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 매매값 상승률이 5% 이상을 기록한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는 ▲의왕시 내손 주공1단지(8.25%) ▲의왕시 내손 주공2단지(6.94%) ▲수원시 화서주공2단지(6.79%) ▲수원시 천천동 주공(5.95%) ▲수원시 인계동 주공(5.79%) 등이다.

대표적으로 의왕시 내손 주공 1단지의 경우 15평 매매가가 지난 1월 3일 2억1950만원 정도였으나 26일에는 2억26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민은행 집계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기준일은 1월 24일.
ⓒ 국민은행
문의 전화 증가추세...거래는 여전히 '바닥'

이같은 매매값 급등세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지연과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게 현장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 설명이다. 이를 반영하듯 현장에선 지난해와 달리 문의전화가 증가하는 등 온기가 느껴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아파트 인근의 삼성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 1단지 15평이 8억1000만원 정도인데 1월초에 비해 약 3000만원 이상 오른 금액"이라는 말로 최근 가격상승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완화 조짐과 경기가 풀릴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에 가격이 뛰는 것 같다"고 급등세 원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볼 때 거래가 이뤄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최악의 침체기 때보다는 낫지만 "거래가 활발한 것은 전혀 아니다는 것. 호가는 천장부지로 올라가고 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강남구 개포 주공 인근에 위치한 행운공인중개소 오재영 대표도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를 전했다. 오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17평이 6억원선에서 거래가 됐다"며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더이상 악재가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재건축 아파트와 주변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원인에 대해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을 뿐 아니라 잠실 주공의 급등 여파 때문"이라고 말했다. 잠실 주공아파트 매매값 급등에 따른 동반상승 효과라는 것이다.

"나올 규제 다 나왔다" 분위기 가격상승 견인

이처럼 재건축 가격이 뛰면서 매물은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오 대표 얘기다. 오 대표는 "앞으로 (가격이) 좋아질 것 같다는 심리 때문에 물량은 빠지고 있다"며 "그렇다고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게다가 갑작스런 가격상승이 수요마저도 움츠리게 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금은 어느 정도 올랐다고 보고 있으며 오는 2월 개발이익환수제가 통과가 되면 가격이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숲 조성이라는 호재를 안고 있는 서울시 성동구 뚝섬 인근지역도 '호가 상승-거래 보합' 양상은 마찬가지다. 이 지역 인근 골든컴부동산컨설팅의 한 관계자는 "이곳 중앙하이츠빌 32평 호가가 약 4억5000만원 선인데 이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른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의는 많이 들어오지만 호가 자체가 너무 오른 탓인지 거래 자체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호가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올초 계속되는 집값 상승 왜?

무엇 때문에 올해 초부터 집값이 들썩이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심리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추세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다. 게다가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도입에 정치권이 난색을 표시하면서 '놓았다, 버렸다'하는 환경도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고종완 RE 멤버스 대표는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할 주기에 들어섰다는 근거를 대며 일부 반등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수도권을 거쳐 전국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고 대표는 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단기 부동산 가격 순환주기의 측면에서 봤을 때 하락은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으며 추가하락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강남권의 급등세가 제2의 강남권이라고 불리는 분당·목동·과천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전처럼 지역적으로 확산되거나 상승폭이 확대되거나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 급등세가 전국적 현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올해까지는 입주 물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수급논리상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결론적으로 그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와 집값 안정기조 사이의 견제와 긴장이 집값의 보합세를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PB사업단 팀장은 강남의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가격상승이 반짝 해빙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안 팀장은 "이사철을 앞두고 잠시 뛰는 기술적 반등 효과로 보인다"며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은 때이른 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안 팀장은 "앞으로 폭이 크지는 않겠지만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집값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그는 일부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문의전화 급증현상만으로 "매수세가 살아났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은 뒤 "올해 3/4분기까지는 약보합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경실련은 최근 집값 급등이 부동산 규제의 전면적 해체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김성달 경실련 간사는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이 뛰고 있는데 이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도가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정치권에 책임을 돌렸다.

즉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가 경우에 따라서는 도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재건축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쳐 급등세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말이다. 김 간사는 "확인해 보니 여당도 개발이익환수제를 강하게 밀겠다는 의지가 없고 한나라당은 반대더라"며 "이처럼 부동산값을 상승시키기 위한 각종 보약들을 내고 있다 보니 가격은 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간사는 특히 올 6월께 분양될 것으로 예상되는 판교 신도시에 각종 투기수요가 몰려들 것이 분명하다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만약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수도권 아파트값까지 덩달아 인상될 수밖에 없다"며 집값 상승에 대한 강한 우려를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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