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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1월 14일
매일신문 1월 14일 ⓒ 매일신문
대구지역의 주요 일간지인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에는 연합뉴스에서 제공된 기사가 많다. 지역신문의 인적ㆍ물적 한계 때문일 수도 있고, 주독지(主讀紙:서울ㆍ외신과 지역뉴스를 모두 아우르는 지역신문)를 지향하는 문제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타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연합뉴스에 많이 의존하는 것이 지역신문의 현실이다.

그런데 연합뉴스에서 제공되는 기사량은 많은 반면 신문의 지면은 한정되어 있는 관계로 인해 기사의 취사 선택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대두된다. 물론 구체적인 선택 기준은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보도할 기사와 그렇지 않을 기사를 가르는 선택 기준은 각 신문사마다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예를 살펴보면 매일신문과 영남일보가 강자의 단점은 감추고 장점은 드러내는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삼성전자 부도덕한 노조탄압에 대해 인색

지난 11일 오전 11시 51분에 송고된 ‘삼성전자, 금품제공 통해 노조탈퇴 강요’란 연합기사가 있었다.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면서 노조 탈퇴를 요구하고 사직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이 회사 전 직원에 의해 11일 제기됐다”는 내용이었다.

또 이 기사에는 “삼성전자 인사그룹 차장 S씨가 노조를 탈퇴하고 사직하는 조건으로 1억35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확인서를 써줬다”는 전 직원 홍두하씨의 주장도 실려 있었다. 이는 ‘무노조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조원을 매수하고 노조결성을 방해한 삼성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이 보도에 침묵했다. 영남일보는 인터넷에만 이 기사를 실었을 뿐 지면에는 보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매일신문에서는 지면은 물론 인터넷에도 위의 기사를 싣지 않았다.

그런데 대기업 삼성의 이런 부도덕한 행위에 먼산바라기를 했던 매일신문과 영남일보가 며칠 후 보도된 삼성의 업적에 대해서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영남일보 1월 15일
영남일보 1월 15일 ⓒ 영남일보
지난 14일 오전 10시08분에 송고된 연합뉴스 '국내 최초로 순이익 100억불 기업 탄생!'이란 기사에는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최초로 순이익 100억불을 돌파한 사상 최대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을 발표했다”며 “삼성전자의 순이익 100억불 돌파는 특히 2003년 기준으로 전세계 기업 중 9개 기업에 불과했던 ‘대기록’으로 금융과 석유화학 업체를 제외한 순수 제조업체로는 도요타자동차가 유일했을 만큼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 기사에 대해 매일신문은 같은 날 ‘삼성전자 작년 순익 10조 돌파’란 제목으로 2면에 박스기사로 실었다.

그리고 지난 14일 밤 9시05분에 송고된 연합뉴스 ‘삼성전자 브랜드의 기적 일궜다 <이코노미스트>’란 기사에는 “삼성전자가 보여주고 있는 놀라운 브랜드 마케팅에 전세계가 놀라고 있다고 영국의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4일자)가 보도했다”며 “삼성은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부도 위기에까지 몰렸으나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세월에 디지털 융합 시대를 주도하는 세계적 브랜드로 거듭나는 성공신화를 일구었(고)…이코노미스트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전자업체인 "필립스가 성공을 원한다면 먼저 삼성에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삼성을 극찬한 이 기사에 대해 영남일보는 1월15일 ‘삼성전자는 성공신화’란 제목을 달아 10면에 박스기사로 자세히 보도했다.

뿐만이 아니다. 삼성의 부도덕한 노조 탄압 행위에 대해서는 침묵했던 매일신문과 영남일보가 정확히 10일 뒤에 터진 기아자동차 노조의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발빠르게 보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아차 노조의 채용비리에 대해 발빠른(?) 대응

매일신문 1월 21일
매일신문 1월 21일 ⓒ 매일신문
지난 20일 밤 9시 54분에 송고된 연합뉴스 ‘기아車 광주공장 채용비리 파장(종합)’이란 기사에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직원 채용 과정에서 노조간부가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파문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며 검찰 수사 상황과 불거지는 의혹들 그리고 노조 및 회사측의 반응 등을 보도했다.

그리고 특히 광주지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사건은 현재까지 노조간부가 채용과 관련해 돈을 받은 개인비리 성격으로 노조와는 관계가 없고, 아직 구체적인 혐의 사실이 드러난 것이 없으며 다른 직원들과 연루 및 브로커 개입 여부 등도 확인된 바 없다"며 노조의 조직적 개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이에 대해 영남일보는 1월 21일치 ‘노조간부 돈받고 일자리 장사’란 기사에서 위 기사의 일부분을 실었다. 그리고 매일신문은 1월 21일치 ‘기아차 노조 채용비리 일파만파’란 기사에서 연합뉴스의 위 기사를 대부분 실었다.

위의 기사 대부분을 전재한 매일신문의 경우 특이한 점은 광주지검 관계자가 언급한 “현재까지 노조간부가 채용과 관련해 돈을 받은 개인비리 성격으로 노조와는 관계가 없고…”라는 부분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노조의 조직적 개입에 대해 신중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의 말은 빼버리고 개인의 비리가 아닌 노조 전체의 비리로 보도했다.

물론 이 사건은 아직도 수사중이라 결과를 지켜봐야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지만 지금까지 노조 관계자가 여럿 관련되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의 비리가 개인적이든 조직적이든 상관없이 비판이 엄중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직원채용에 있어서 회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점과 당시 노조와는 관계가 없고 개인비리 성격이라고 밝힌 검찰 관계자의 말을 굳이 외면하면서까지 노조 전체의 비리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영남일보 1월 21일
영남일보 1월 21일 ⓒ 영남일보
뿐만 아니라 매일신문은 1월 24일치 사설 ‘부패 勞組…초심으로 돌아가라’에서 “부패의 먹이사슬이 이렇게까지 번질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며 “기아차 공장 채용 비리는 노사 야합의 합작품이다…투명성과 도덕성 없이 기업이 사회에 기여할 몫은 없다”는 추상 같은 비판을 했다.

이는 앞서 삼성의 부도덕함에 대해서 침묵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상대가 약자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해묵은 언론의 반노조 정서의 표출일까.

언론의 이중잣대, 소비자로 부터 외면받을 터

예전에 언론은 (독재)정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본이 정권의 자리를 대신한 것 같다. 특히 삼성과 같은 초일류기업의 경우에 언론은 더욱 더 위축되는 모습이다. 광고 비중이 기형적으로 높은 우리 언론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오래된 ‘친기업 반노조’ 정서의 반영 같기도 해서 씁쓸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언론이 공정보도의 원칙을 지키지 않을 때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는다는 사실이다. 강자와 약자를 구분해 이중적인 보도 태도를 보인다면 누가 언론의 보도를 신뢰하겠는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덧붙이는 글 |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안태준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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