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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 28일 새로 개관될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 앞 미군 헬기장의 일부가 2일 반환되었다.

미군 헬기장의 부분 인수는 사전에 등록한 취재진에게만 공개되었다. 기자가 이날 현장에 참석해 보니 반환될 6번 패드지역과 5번 패드 지역 사이에 철재 담장이 설치되고 있었고, 1월 15일 관제탑 옆에 반환된 지역은 진입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 부분 반환되는 미군 헬기장 위치, 아래 흰선 왼쪽이 진입로 오른쪽이 이번에 반환되는 6패드 지역이다
ⓒ 황평우
1993년 용산가족공원을 새 국립중앙박물관 부지로 결정했을 당시, 미군헬기장 이전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전 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때문에 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남쪽으로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군 헬기장의 소음이나 진동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 우려가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미군 헬기장 이전은 2005년 1월 14일 SOFA 합동위원회에서 승인한 한미합의각서 수정문에 의거해 이뤄졌다. 수정된 합의문에 따르면 미측은 미군담장지역과 헬기장 관제소 사이의 폭 50m 구간과 6번 패드(헬기장 착륙 지점) 지역을 한국측에 우선 인계하고, 남은 구간은 2005년 5월 1일 한국측에 인계할 예정이다.

2004년 6월 4일 승인된 원래 합의문에서 미측은 2005년 2월에 헬기장 전체를 한국측에 인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헬기장 이전 공사 지연으로 지난 1월 한미간에 수정 합의문을 작성, 우선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차량 진입로를 건설하기 위해 미군 담장과 관제소 사이 지역을 2005년 1월 15일 한국측에 인계하였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차량진입로 공사 중이다.

▲ 반환되는 6패드와 5월에 반환되는 5패드 사이에 울타리를 치고 있다.
ⓒ 황평우

▲ 새 박물관 앞의 미군 헬기. 뒤에 보이는 국립박물관이 애처롭기만 하다
ⓒ 황평우
반환식이 시작되기 전 20여분간 취재진에게 사진 촬영이 허락되었고 곧 한국측 인수관과 미국측 장교가 나타났다. 4시가 조금 지난 시각, 미국측의 데니얼 윌슨 대령이 도착하여 헬기장 6번 착륙지점인 반환 현장에서 반환식을 열었다.

한국측은 국립중앙박물관 맹영재 박물관정책과장, 국방부 SOFA 담당 김수성 중령이, 미국측은 미8군 공병참모부장 데니얼 윌슨 대령, 관제 대대장 존굿 스미스 중령, 51 비행 대대장 트레드 만조 중령이 참석했다. 반환식은 윌슨 대령이 반환각서를 한국의 국방부에 전달하고, 국방부가 다시 문화관광부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전달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 미측의 데니얼 윌슨 대령이 국방부 김수성 중령에게 반환서를 전달하고 있다
ⓒ 황평우

▲ 국방부 SOFA 담당 김수성 중령이 국립중앙박물관 맹영재 박물관정책과장에게 반환서를 전달하고 있다
ⓒ 황평우

▲ 반환서 전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트레드 만조 51비행대대장, 데니얼 윌슨 대령, 맹영재 과장, 김수성 중령
ⓒ 황평우
반환되는 미군 헬기장의 총 면적은 9200평이며 지난 1월 15일 반환되어 진입로 공사가 진행 중인 관제탑 옆의 면적은 약 1000평이다. 이번에 반환된 6번 패드 지역은 2300평이다. 따라서 오는 5월 나머지 5900평이 반환되어야 완전한 반환이 이뤄지게 된다.

▲ 미군측이 반환하는 헬기장 지도, 왼쪽 빗금친 곳이 진입로이며 오른쪽 6번 패드가 이번에 반환되는 지역이다
ⓒ 황평우
그러나 오는 5월 헬기장의 완전한 반환이 이루어져도 이전되는 헬기장이 신축 박물관에서 5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완벽한 소음차단과 무진동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반환각서 전달 행사가 끝날 즈음 미군 중장이 헬기를 타고 이동할 때, 기자가 서 있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바람이 불고 진동이 강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전 헬기장이 500m 떨어져 신축된 경위에 대해 "2000년 우리가 의뢰한 대우엔지니어링에서 발표한 소음보고서에 따르면 400m 거리 정도면 소음으로 인한 문제는 없다고 돼 있다. 그래서 기준치보다 100m 더 여유를 둬 500m로 정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간부에게 "애초 200m 보다 500m 떨어진 것이 어디냐"라는 자조 섞인 말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해 고려대 문경환 환경보건학 교수는 "200m나 500m나 소리는 작을 수 있지만, 거의 차이가 없을 거다. 그 정도의 거리에서 헬기가 뜬다면 국립박물관 관람객들의 쾌적한 관람에 방해가 된다는 것은 삼청동자도 알 것"이라고 말했다.

▲ 미8군 중장이 취재진을 뒤로하고 헬기에 오르고 있다
ⓒ 황평우
뿐만 아니라, 3월부터 시작할 현 경복궁내 석조 문화재 이전도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헬기장의 완전한 이전은 5월에야 가능한데 3월부터 이전해 오는 석조 문화재를 헬기장의 소음과 진동에 노출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개관을 늦추거나 신축 박물관 마당의 조경 공사가 미완성인 상태로 개관 할 수밖에 없다.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경복궁에 있는 석조 문화재는 해체한 뒤 포장해서 이전해 올 것이다. 오는 4월 말 미군헬기장이 완전 철수할 때까지 포장된 상태로 보관할 것이다"라며 "전 직원과 협심해서 10월 28일 개관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미8군 중장을 태운 헬기가 이륙할 때 소음과 진동, 강풍은 대단했다. 헬기장이 500m 가 떨어져도 야외 석조문화재가 안전할지는 미지수이다
ⓒ 황평우
특히 미측과 국방부, 문화관광부 사이에 반환 협상과정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군 헬기장 이전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물관 설립과 개관 일정을 무리하게 잡은 것은 물론 새 미군 헬기장이 옮겨갈 여군발전단의 이전 비용을 국방부가 문화부에 과도하게 요구한 것 그리고 미측에 끌려다니다시피한 문화관광부의 협상력 등.

결국 미군 헬기장 신축 비용 276억원과 여군발전단 신축 비용 218억원을 지불하고서야 미측과의 이전 협상이 마무리됐다. 즉, 이번 미군 헬기장 이전은 한미간의 문화적 이해와 한국의 국립박물관 신축의 협조라는 화해의 상징이라기 보다는 국민의 혈세를 무리하게 지출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립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미 헬기장 이전에 대한 과도한 비용 지급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서 협상이 진행됐고, 개관일에 쫓겨 서둘러 무리하게 추진됐다. 미측은 예산이 남을 경우, 돌려주겠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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