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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면옥>의 회냉면
<함흥면옥>의 회냉면 ⓒ 김영주
함흥냉면으로 유명한 곳은 오장동의 몇 집이지만 왠지 다른 함흥냉면이 궁금했고, 몇 집의 냉면을 먹어본 결과 오장동 냉면보다 맛있으면 맛있지 못하지 않은 한 집을 알게 되었다. 물론 3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곳인데 명동의 <함흥면옥>이 그 집이다. 물론 냉면인만큼 하늘에서 솟아날 만한 특별한 비법은 없다. 정성과 손맛이 맛을 좌우한다.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배덕현 조리장에 따르면 100% 고구마 전분 사용하고 반드시 손으로 반죽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함흥냉면은 면이 가늘고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면을 뽑으면 15초에서 20초 정도를 뜨거운 물에서 삶아내고 찬물, 얼음물, 또 얼음물의 순서로 재빠르게 씻어야 쫄깃해진다. 삶을 때는 색을 잘 보는 게 포인트인데 굳이 표현하자면 면발의 색깔이 뿌연색에서 맑아지면 그 때가 꺼내야 하는 순간이라고 하는데 역시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감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육수 역시 정성이 중요한데 사골, 꼬리, 양지로 24시간을 우려낸다. 함흥냉면은 기본이 비빔냉면이기에 비냉용 다진 양념이 중요하다. 고춧가루, 마늘, 깨, 배, 생강, 파, 참기름에 냉면용 간장으로 만든 진육수를 사용한다. 여기에 회냉면일 경우 회무침 양념이 들어가는데 20여가지의 재료가 들어간다. 마늘, 깨, 고춧가루, 오이, 배 등이 들어가고 설탕은 쓰지 않는다. 많이 쓰면 너무 텁텁해지기 때문이다.

회냉면의 회는 식초로 하루 정도를 삭힌 간자미를 사용한다. 고명은 회, 고기, 무김치, 오이, 배, 달걀이 얹어지고 식초와 겨자는 넣지 말고 먹을 것을 권한다. 식초는 멸균 작용과 부드럽게 하고 찬 맛을 더해 주는 역할을 하고 겨자는 온기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냉면 맛의 진수를 느끼는 데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집에서 알게 된 것 하나를 소개한다. 지금까지는 함흥냉면을 먹을 때 면발과 육수를 먹고 나면 당연히 일어났는데, 약간의 잔재들이 남아 있어 아까워하던 냉면 그릇에 뜨거운 육수를 더 달라고 해서 부어 먹으면 그 맛이 또 새로운 맛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냉면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서로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는 냉면의 양대산맥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거기에 세숫대야 냉면과 매운 냉면들이 가세하여 한층 풍성해진 냉면계의 치열한 현장에서 면발을 끊어가며 후루룩 목으로 넘기고, 뜨거운 육수를 들이키고 다시 젓가락으로 면발을 드는 과정을 반복할 때, 함흥냉면의 맛이 한층 더 생기지 않을까. 물론 다른 냉면들의 맛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02-776-8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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