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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벅스뮤직 대표
박성훈 벅스뮤직 대표 ⓒ 벅스뮤직제공
"'벅스'의 경쟁상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7일 음악파일을 무단 배포해 음반사들의 저작인접권을 침해한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아 의기소침할 만도 했지만 박성훈 벅스뮤직 대표의 자신감만은 여전했다. 벅스를 둘러싼 객관적인 상황이야 뭐 하나 희망적인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CJ의 인수 결렬, 유죄 판결 전부터 계속되어 왔던 음반 업계와의 갈등과 그로인한 음원 확보의 난항 등으로 현재 벅스는 유료화 계획을 벌써 몇 번씩이나 연기한 상태다.

그러나 박 대표는 한술 더 뜬다. 옆에서 보기엔 국내 상황도 버거워 보이는데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고 주저없이 말한다.

"음원 문제만 해결되면 벅스는 국내서 1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개척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온라인 음악시장을 만들어 온 경험이 있고 가처분 신청으로 서비스에 큰 제약을 받고 있음에도 전체 음악사이트 방문자의 50%가 벅스로 오는 것은 벅스만의 잠재력입니다."

박 대표의 지적대로 벅스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는 음원의 확보다. 지금 확보하고 있는 음원은 음제협과 소수 음반사의 음원들뿐이다. 게다가 음제협의 음원은 곡 수는 많아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인기 있는 음원은 그리 풍성하지 않다. 지금 상태로 전면 유료화를 시행했다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뻔한 이치다.

"유료화의 전제 조건은 음원 확보"

"유료화를 시행할 모든 준비는 끝낸 상태입니다. 가격 정책은 정액제와 종량제를 병행할 것입니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초등학생, 중고생, 대학생 및 일반의 세 그룹으로 분류해서 요금을 달리하되 평균적으로 월 2500원 수준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나 돈 내고 음악 들으라고 하려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모든 곡들을 갖춰 놓는 것이 우선입니다. 현재 음원 확보를 위해 대형 음반사 등 여러 저작권자와 접촉 중이지만, 합리적인 기준도 없고 저작권자들마다 요구 사항이 달라 어려움이 많습니다."

저작권자들과의 협상이 쉽지 않은 만큼 가졌던 섭섭함도 많았던 것 같았다. 또 음원 저작권자들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권리만 강하게 주장하다보면 온라인 음악시장 자체를 고사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도 컸다.

"유료 온라인 음악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벅스뿐만 아니라 어느 사이트든 소비자들이 원하는 음악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한 사이트에 유료로 가입해도 원하는 음악을 모두 들을 수 없다거나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 여러 사이트를 헤매고 다녀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면 소비자들은 절대 지갑을 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권리자들은 사업자가 맘에 들지 않으면 음원을 공급해 주지 않거나 음악을 자체 사이트에서 독점 서비스할 요량으로 아예 음원 사용을 금지해 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온라인 음악시장 전체의 파이는 커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작권자의 권리만 강조하면 소비자 외면 부를 것"

박 대표는 또 음반 시장의 침체와 관련해 벅스가 '공적'으로 몰리는 것에 대해서 다소 억울한 모양이었다. 그는 인터넷의 발달, MP3플레이어의 보급 등 소비자들의 음악 소비 행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아온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벅스가 '뜬' 것은 2001년경부터였는데, 음반 시장은 그 훨씬 전부터 침체기에 들어섰습니다. 또 벅스가 인기곡 대부분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당한 이후 사이트 이용률이 60% 줄었지만 음반 시장은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죠. 음반업계에서 구조적 원인을 고려하지 않고 벅스만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선천적으로 낙관적이라는 박 대표는 유료화가 되더라도 온라인 음악시장의 미래는 밝다고 전망했다. 특히 가입자 기반이 큰 이동통신업체와 국내 유수의 포털 등이 온라인 음악 사업에 뛰어들어 피말리는 경쟁을 벌이게 됐음에도 소비자들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라고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사업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좋은 일입니다. 서로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양질의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을 것이고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콘텐츠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치열한 경쟁체제 소비자에겐 좋은 일"

그러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결국 승부는 '저작권자-소비자-사업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상생의 모델을 누가 더 잘 만드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예전에는 소비자와 사업자, 이 둘만 만족시킬 수 있는 모델이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저작권자의 목소리가 가장 커진 상태입니다. 때문에 온라인 음악 시장의 세 주체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사업모델을 누가 가장 잘 만드느냐가 핵심입니다. 이 능력에 따라 가장 중요한 소비자가 원하는 음원의 확보 여부가 결정될 것이고 여기에 기반해 부가서비스 등의 차별화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끝으로 최근 법원의 유죄 판결에 대해 박 대표는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비록 검찰이 항소를 하긴 했지만 신체 구속의 우려를 떨쳐버렸다는 점과 그동안 벅스가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다는 것을 깨끗이 인정한다는 점에서는 시원한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음악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고 자라는 과정에서 겪는 산고를 이해당사자간 원만한 합의에 의해서 풀지 못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법의 잣대로 문제를 푸는 동안 벅스와 음반업계 모두 잃은 것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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