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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꽃을 머리에 이고 잠시 푸르름을 감춘 소나무와 무등의 능선
흰 눈꽃을 머리에 이고 잠시 푸르름을 감춘 소나무와 무등의 능선 ⓒ 한석종

소나무 너머로 구름속에 갇혀있는 무등산 정상, 꿈엔들 잊힐리야 .
소나무 너머로 구름속에 갇혀있는 무등산 정상, 꿈엔들 잊힐리야 . ⓒ 한석종
무등산에 오르기 위해서 증심사에서 출발하는 코스와 원효사, 무등산 산장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은 증심사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가장 많이 애용한다. 증심사에서 중머리재, 입석대, 서석대에 이르는 코스는 너댓 개의 산행길이 있다. 그 중에서 증심사 입구에서 약사암을 거쳐 중머리재로 오르는 코스가 다소 가파르고 힘은 들지만 산행길 양 옆으로 낙락장송이 우거져 가장 각광받는 산행코스다.

솔 밭을 환하게 밝혀주는 눈 빛
솔 밭을 환하게 밝혀주는 눈 빛 ⓒ 한석종

눈 속에 빛이 있어 소나무의 속살을 환하게 밝혀 주고 있다.
눈 속에 빛이 있어 소나무의 속살을 환하게 밝혀 주고 있다. ⓒ 한석종
옛부터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를 사군자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여겨왔다. 아무리 험난한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소나무의 푸르름에서 선비의 고절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러므로 많은 선비들은 소나무를 찬양하고 노래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따뜻해지면 꽃이 피고, 추워지면 나뭇잎 떨어지거늘,
소나무여, 너는 어찌 눈서리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아마도 깊은 땅 속까지 뿌리가 곧게 뻗쳐 있음을
그것으로 미루어 알겠노라.

-<오우가>, 윤선도 -

흰 눈꽃을 뒤집어 쓴 소나무, 그래도 속 마음은 언제나 푸르다.
흰 눈꽃을 뒤집어 쓴 소나무, 그래도 속 마음은 언제나 푸르다. ⓒ 한석종

소나무의 살 빛이 사람을 쏙 빼닮았다.
소나무의 살 빛이 사람을 쏙 빼닮았다. ⓒ 한석종

푸른 솔잎에 엉겨붙은 눈꽃이 수정처럼 빛나다.
푸른 솔잎에 엉겨붙은 눈꽃이 수정처럼 빛나다. ⓒ 한석종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지표위에서 가장 기품있는
건목(建木);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 <소나무 예배>, 황지우 -


이 시에서처럼 타인을 좀더 이해하고 용서하며 한 해를 시작하여 마무리할 수 있다면, 우리네 삶은 얼마나 넉넉하고 풍요로워질까? 우리는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하기보다는, 미워하고 포기해 버리며 살아왔다. 마음이 비좁은 탓으로.

사람사는 세상, 사람이 사람을 포기한다는 것은 삶을 온전히 포기하는 일이다. 올 한해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용서를 해보고 싶다. 그래서 그것이 나를 휘어지게 할지라도.

솔 밭에 눈 안개가 연기처럼 피어오르다.
솔 밭에 눈 안개가 연기처럼 피어오르다. ⓒ 한석종

온 나무를 휘감고 만발한  눈꽃.
온 나무를 휘감고 만발한 눈꽃. ⓒ 한석종

눈 꽃이 만발하여 하늘을 뒤덮다.
눈 꽃이 만발하여 하늘을 뒤덮다. ⓒ 한석종
눈발을 흠뻑 뒤집어 쓴 소나무, 그러나 잠시 후면 훌훌 털고 일어설 무등의 소나무처럼 오마이뉴스 가족 여러분 모두 희망을 가슴에 안고 힘차게 나아가는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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