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울음 소리와 함께 을유년 새해가 밝았다.
닭은 보통 새벽 4~5시 동트기 직전에 운다. 어떻게 동트는 시간을 아는 것일까? 모든 척추동물의 대뇌와 소뇌 사이, 즉 간뇌에는 '송과체'라는 내분비 기관이 있다. 이 송과체는 피부를 통해 빛을 감수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닭의 체내에서는 하루나 연 단위로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예를 들어, 잠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은 야간에 많고 주간에는 적게 분비되는데 이런 변화에 의해 몸 자체가 해 뜨는 시간을 알게 되는 것이다. 송과체가 닭을 살아 있는 자명종으로 만드는 셈! 그래서 빛이 차단된 공간에 닭을 두면 새벽이 되어도 울지 않는다. 양계장에서는 닭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알낳는 횟수를 조절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울까?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서열 유지를 위해서 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닭뿐만 아니라 참새, 까마귀 등 다른 조류들도 모두 빛에 민감해 아침 일찍 일어나 우는데, 닭은 가금화되어 늘 사람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그 특성이 더욱 부각되어 보인 것이다.
우리나라 하루 닭 소비량은?
작년 한해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에 먹어 치운 닭의 수는 평균 160만마리라고 한다. 연간 소비량은 5억마리 이상! 과연 이 많은 닭들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양계장, 일명 '닭공장'으로 불리우는 곳에서 태어나고 사육되어 우리들의 식탁에 올라오는 닭들. 몇 해 전부터 '올바른 먹거리'와 '동물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인도적 방식으로 사육한 닭을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이 큰 비난을 받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비인도적으로 사육하길래,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것일까?
정감 느껴지는 동물 농장이 아닌 동물 공장(Factory farm)에서 사육되는 닭(비단 닭뿐만 아니라, 소, 돼지 등 다른 가축들도 마찬가지다). 고기가 되는 그날까지 닭들은 어둠침침한 형광등 불빛 아래,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비좁은 철창 속에서 지낸다. 운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뼈가 약해서 다리, 날개 등이 부러진 채 지내는 닭들도 부지기수다.
양계닭들이 먹는 사료에는 온순하게 길들이기 위해 신경 안정제를 넣고(그렇지 않으면 비좁은 철창 안에서 싸움이 일어나 한꺼번에 압사당하는 사고가 발생한다고 한다), 달걀을 잘 낳게 하기 위하여 여성 호르몬제를 주사한다. 또 최단기간 내에 도축하기 적절할 만큼 살이 붙어야 하기 때문에 성장 촉진제도 들어가 있다. 다음은 제인 구달 박사의 저서 <생명사랑 십계명>에서 발췌, 요약한 내용이다.
오직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인간이 닭에게 하는 행위들
"양계장의 닭들은 모든 종류의 정상적인 행동들, 예를 들어 모래목욕, 가지에 앉기, 둥지짓기, 심지어 날개를 쭉 펴는 행동조차도 할 수가 없다. 닭장 안의 닭들은 알을 너무 많이 낳는 데서 야기되는 칼슘 결핍과 운동 부족의 복합적인 결과로 골다공증을 보인다.
암탉의 25%는 닭장에서 꺼내 가공 공장으로 운반될 때면 이미 다리가 부러져 있다. 이들은 다양한 호르몬이나 항생제로 살을 지운다. 구이용 영계는 16주가 아니라 6주만 되면 시장에 내놓을 만한 몸무게에 이른다. 멕시코의 한 소녀가 5살 나이에 유방이 발달한 경우가 있었는데 호르몬을 먹여 키운 닭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었다. 발톱이 길어서 철창의 철창에 걸리지 않도록 발톱이나 심지어는 발가락 마지막 마디를 잘라버리기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서로를 쪼아 상품가치를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닭의 부리를 자르는데, 왠지 사람들은 딱딱한 부리를 자르는 것은 아무런 고통도 야기시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마크 롤랜즈는 자신의 저서 <동물의 역습>에서 "닭의 부리 안 쪽에는 아주 민감한 내벽, 즉 부드러운 조직이 있고 그 안에 말초신경들이 퍼져 있다, 인간의 손톱 밑에 있는 피부막과 같은 것"이라며 "그래서 부리 자르기를 손톱깎는 것에 비유한다면, 손톱을 자르기 위해 손가락 끝을 싹둑 잘라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세계 불교도들에게 살아있는 생불로 여겨지고 있는 틱낫한 스님은 그의 책 <화(火)>에서 "사람이 화가 난 동물을 먹기 때문에 그 화가 몸 속에 남아 여러가지 질병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 1월에는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사가 음식 재료로 쓰일 수많은 닭들을 인도적으로 죽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렇듯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사육, 도축된 고기는 윤리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해악을 미친다고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자유롭게 들과 산을 돌아다니며 벌레와 낱알을 먹고 사는 자연 방사 토종닭과 방목닭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물론 이들이 낳은 유정란도 마찬가지다. 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유정란과 무정란 사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먹는 달걀은 대부분 무정란이다. 대량 생산을 위해 철창에 갇혀 사는 암컷 혼자 낳은 알들, 즉 수컷과의 교미 과정 없이(수정 없이) 배출된 것으로 병아리가 태어날 수 없는 알이다.
반면 유정란은 암컷과 수컷이 교미해서 낳은 것으로 적절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부화가 가능한 알이다. 다시 말해 유정란은 닭공장이 아닌 확 트인 공간에서 인도적 방법으로 사육된 닭(암탉과 수탉의 비율이 15:1 이상인 곳에서)들로부터 얻은 달걀로, 닭을 키우는 과정에서 항생제, 항균제, 착색제, 성장 호르몬제 등이 사용되지 않는다.
무정란, 어떻게 교미도 안 했는데 알이 생길까? 그동안 먹었던 달걀이 무정란이었다니. 어떻게 교미도 안 했는데 알을 낳을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도 많다. 달걀을 닭의 난자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난자가 수정되든 안되든 닭은 배란을 하고, 그것이 바로 달걀이다. 다만 수정이 된 후 배란된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유정란 또는 무정란이 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소희 기자는 www.animalpark.pe.kr 운영자이며 동물칼럼니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