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4년,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 때 육영수 여사의 목숨을 앗아간 총알이 문세광의 총에서 발사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고 YTN이 11일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씨를 사망케 한 '8.15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에 관한 외교문서가 지난 1월 20일 30여년 만에 공개돼 이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문세광 쏜 3번째 총알과 경호팀 발사한 총알 사이 한발의 총격 더 있었다"
YTN에 따르면 "지난 1974년 8·15 경축식을 중계한 한 라디오 방송의 녹음본을 분석한 결과, 당시 모두 6발의 총알이 발사된 것으로 들린다"며 "문세광이 자신의 허벅지에 쏜 첫 번째 총알을 '0'초로 봤을 때 6초에서 7.4초까지 4발이 연속으로 발사됐고 마지막으로 22.4초 뒤에 마지막 한 발이 발사됐다"고 전했다.
이같은 분석은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정보통신공학부 교수팀이 SBS TV의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팀의 요청으로 당시 총성이 녹음된 녹음본 등을 분석한 결과 나왔다.
배 교수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문세광이 6.6초에 쏜 3번째 총알과 경호팀이 7.2초에 발사한 총알 사이에 숨어 있는 한발의 총격이 더 있었다고 YTN은 보도했다.
YTN은 또 분석결과를 인용해 "그 총알은 6.9초 때 발사된 것으로 거리상으로 문세광보다 더 뒷쪽에 있어 큰 총소리에 작은 총소리가 묻힌 것"이며, "소리의 특성으로 볼 때 이 총소리는 문세광의 총이 아닌 다른 사람이 쏜 총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큰 소리가 나면 그 여운에 묻혀 상대적으로 작은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는데 이것을 '사운드 매스킹 효과'라고 부른다"며 "그 작은 총성이 들리고 0.1초 뒤부터 육 여사가 쓰러지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명진 교수 "작은 총성 들리고 0.1초 후 육 여사 쓰러지는 반응"
또 YTN은 "이 한 방의 총알을 그 당시의 녹화 화면과 대비하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며 "6.9초, 숨어 있는 4번째 총알이 발사되자 육여사의 몸이 좌측으로 기울어졌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오며 넘어진다. 총알이 머리를 관통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YTN은 덧붙여 "지난 89년 한 수사관이 육영수 여사의 암살범은 문세광이 아니라는 양심선언을 하면서 불거졌던 의혹이 30년이 지난 지금, 과학의 힘을 빌어 사실로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 "육 여사 죽음에 관한 결론 내리지 않았다"
이번 논란의 발단이 되고 있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임수진 작가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배명진 교수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은 제작팀이 내린 결론은 아니다"며 "제작진이 배 교수에게 총성에 관해 문의를 하고 (관련) 멘트를 받은 것은 맞지만 그런 결론의 내용을 전달받은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임 작가는 "일부 언론에서 제작진이(누가 쐈는지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고 하는데 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았고 유도하려 하지도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SBS 홍보실 관계자도 "여러가지 의혹을 풀기 위해서 (배 교수에게) 의뢰를 했더니 배 교수가 새로운 총성이 들렸다는 것으로 나름대로 결론을 도출한 것일 뿐"이라며 "제작진은 이와 관련해 증거가 적합하거나 충분치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에선 '이런 의혹도 있다'고 제시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오는 12일 밤 10시55분 '누가 육영수 여사를 쏘았는가?(가제) - 8.15 저격사건, 30년간의 의혹'(연출 박상욱)을 방송할 예정이다.
한편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지난 1월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당시 수사기록 일체를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제작진은 "이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마무리 짓기 위해 현장에서 총을 쏜 다른 사람이 있었는지, 육영수 여사가 맞은 탄두는 회수됐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선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뿐만 아니라 수사기록의 공개가 필수적"이라고 수사기록 공개를 신청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