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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일간 긴 겨울방학을 마치며 방학이 너무 짧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무료 스케이트장을 찾았습니다. 충북 음성읍 의용소방대에서 1월부터 2월 20일까지 음성천의 물을 얼려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 하루 남은 방학을 즐기는 아이들
ⓒ 전향화

오랜만에 (아마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 타보는 썰매.

"현진아. 이게 엄마가 어렸을 때 타던 썰매야. 넌 눈썰매만 타 봤잖아. 엄마를 봐. 이렇게 하는 거야 알겠지?"

얼음 위를 미끄러져가는 썰매, 녹슬지 않은 실력에 스스로 감탄하며 아이를 앞에다 태우기도 하고, 뒤에 매달기도 하며 혼자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며 정말 신나게 놀았습니다.

의용소방대 아저씨들이 주책없는 엄마라고 욕할 것 같지만, 손녀를 뒤에 매달고 열심히 썰매를 타고 있는 할아버지가 계셔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할아버지도 사실 손녀 덕분에 동심을 만끽하는 듯 했습니다.

▲ 할아버지의 사랑이 꼬마한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 전향화

어른이 되면 신나는 일이 줄어듭니다. 지나간 명절도 맛있는 음식과 세뱃돈, 손님들이 많이 온다며 아이들은 신나했지만, 밥하고 설거지를 반복해야 하는 나는 명절 전부터 맘이 무거웠습니다. 명절 때 쌓인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기분입니다.

▲ 아줌마도 친구들 모아서 그렇게 타고 싶단다.
ⓒ 전향화

초등학교 겨울방학을 하던 날, 아버지가 동생과 나를 논에 있는 조그만 둠벙에 데려가서 썰매를 태워주셨습니다. 딸아이를 뒤에 태우며 즐거워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니 그 생각이 납니다.

▲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따님
ⓒ 전향화

"아빠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았니?" 지나가며 들으니 아빠와 딸은 이런 저런 얘기를 합니다. 저 여자아이도 나처럼 엄마가 돼서도 아빠가 태워줬던 썰매를 기억할 것입니다. 아빠의 따뜻한 마음과 함께….

힘든데도 열심히 팔운동을 하던 할아버지의 등은 손녀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 엄마의 썰매를 열심히 끌어주는 둘째 아이
ⓒ 전향화
내 아이들은 엄마를 어떻게 기억할까? 1학년인 큰애가 엄마는 운전을 잘 못하지만, 우리를 재미있게 해주려고 여러 곳에 데리고 다녀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겨 주려는 엄마의 마음을 읽어주는 아이가 참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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