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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이면 기쁘고, 행복한 날이나 무언가 특별한 날에는 어디를 가고 싶다거나 무엇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나 누구와 함께 가거나 넉넉한 품으로 맞아주는 곳, 인사동은 그런 곳이다. 낮선 이에게는 낮선 대로, 낮 익은 이에게는 낮 익은 대로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간, 어떤 사람도 어울려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다.

▲ 쌈지길의 아기자기한 상점 간판
ⓒ 윤돌
갑오개혁 당시 한성(서울)의 행정구역은 동서남북중(東西南北中)의 5개 부와 47개 방, 775개 동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중 중부 관인방(寬仁坊)에 속해 있는 큰 절이 있던 마을을 큰절골(대사동 大寺洞)이라 불렀는데 행정구역이 바뀌면서 관인방과 대사동의 가운데 글자 인(仁)과 사(寺)를 따서 만든 곳이 오늘날 인사동이다. 큰절골(대사동)이란 말은 지금의 탑골공원 자리에 조계종의 본사인 흥복사와 원각사가 있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전한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리면 안국동 사거리 초입에 인사동관광안내센터가 있는데 그 옆에 인사동임을 알리는 ‘인사동 표지판’이 보인다. 물론 종로2가에서 들어서거나 3, 5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낙원상가를 지나 다가갈 수도 있다. 지금의 인사동 거리는 예전에 비해 조금 넓어져, 종로 2가에서 인사동을 지나 관훈동 북쪽의 안국동 사거리까지를 말한다.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는 전통 상품을 힐끔 보고 어느 술집에 들어가 동동주나 마시는 단조로운 인사동 구경이 인사동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다. 그렇게 해서는 인사동에 매력을 느끼기가 힘들므로 한두 가지 소재와 장소를 정한 후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는 것이 좋다.

시끌벅적 옛 시골장을 연상시키는 거리와 노점상, 진열장에 전시된 아름다운 빛과 선의 전통 공예품, 향 그윽하고 맛도 정갈한 전통차, 부어라 마셔라 벗과 함께 흥건히 취해볼 수 있는 주점, 국내외 예술인들의 끼와 혼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공간 등 자신의 취향과 때에 따라 깊이 있게 찾아보는 것이 좋다.

인사동 거리는 어릴 적 시골 장날을 떠올리게 한다. ‘찰칵 찰칵’ 흥겨운 가위질에 춤사위가 곁들여진 엿장수가 있고, 지글지글 기름 불판에 ‘털썩’하고 뒤집히는 호떡 냄새가 입맛을 다시게 하며, 수염을 기르고 역학책을 펴고 사주나 관상을 봐주는 사람, 혁필이나 붓글씨로 가훈을 써주는 사람, 초상화를 그려주는 사람 등이 있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미처 다 눈길을 줄 새도 없이 거리 끝까지 와버리고 만다.

길을 지나오고 나서야 “아참 그걸 봤어야지”하며 온 길을 되돌아가 그것을 본 후, 다시 무언가가 보고 싶어 길을 몇 번이나 오가기를 반복하는 곳이 인사동 거리다.

▲ 철사공예품을 만드는 모습을 아이들이 넋을 잃고 보고 있다.
ⓒ 윤돌

▲ 입담이 구성진 현대판 엿장수
ⓒ 윤돌
인사동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전통 공예품이나 기념품 등을 파는 상점을 둘러보는 것이다. 문방사우를 파는 필방이나 선과 색이 아름다운 자기와 생활자기를 파는 도자기집, 그림이나 글씨를 병풍이나 액자에 담아주는 표구사, 갖가지 전통 소품을 파는 기념품 가게, 옻칠의 향과 색이 아름다운 목공예 가게, 오래된 서적과 옛 지도 등을 파는 고서점, 전통을 기본으로 요즘 감각에 맞게 만들어진 개량 한복집, 골동품이라 하기엔 쑥스럽고 요즘에는 보기 힘든 물건이 중심이 되어 1960-70년대를 되돌림 해주는 추억 가게 등 아름답고 소중한 물건들이 가득한 상점들이 넘쳐난다.

인사동 길 양쪽으로는 무료로 사진전이나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와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 학교 졸업전이나 동호회 회원전, 아티스트의 개인전, 유명 작가 초대전 등 다양하고 풍성한 전시회가 많아 굳이 전시 일정을 챙기지 않더라도 괜찮은 전시회를 접할 수 있다.

▲ 전시공간 '아트사이드'
ⓒ 윤돌

▲ 옛 물건을 파는 골동품 가게에서
ⓒ 윤돌
인사동 큰 길을 걷다 슬쩍 슬쩍 보이는 작은 골목들에는 정겨운 이름, 공간이 있는 찻집, 술집, 밥집 등이 알알이 맺혀있다. 무심코 눈에 띄어 찾아가는 것에서 벗어나 구경도 할 겸 골목을 누비다 보면 보석과도 같은 아름다운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작은 간판에 담쟁이 넝쿨 드리워져 있고, 손님 맞아주는 소박한 화단에 땡그랑 풍경 달려있는 나무문이 있는 찻집부터 조명 은은하고 실내 분위기 그윽한 고급 한정식집까지 보물찾기하듯 둘러보는 것이 좋다. ‘땡그렁’ 풍경소리 울리는 문을 열고 들어가 불빛 은은한 창가에 앉아 벗을 마주하고 차나 술을 나누면 참 좋다.

▲ 마음이 넉넉해지는 찻집 입구에 놓여있던 우체통
ⓒ 윤돌

▲ 어느 퓨전 찻집의 바깥 모습
ⓒ 윤돌
최근에는 ‘쌈지길’이라는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겨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끌고 있다. 인사동의 많은 풍물들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쌈지길은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벤치와 나무가 심어 있는 넓은 공간이 있고 각 층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상점들이 즐비하다. 쌈지길만 다 구경한다 해도 하루는 족히 걸리지 않을까 싶다.

쌈지길의 명물은 건물 오른쪽으로 들어서는 입구 한쪽의 오밀조밀 형형색색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상점들의 간판이다. 울긋불긋한 색상에 조명까지 있어 많은 이들에게 기념사진 찍는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 쌈지길 건물의 내부 광장
ⓒ 윤돌
인사동은 알수록, 다가갈수록 다양한 표정과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곳이다. 인사동 주위로는 60-70년대를 연상시키는 옛 거리와 사람들의 표정이 남아 있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보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겠다.

▲ 종로3가역 근처 노점에서
ⓒ 윤돌

▲ 인사동에서 종로2가 나가는 길, 우리는 일방통행으로 살아가고 있진 않은지
ⓒ 윤돌

덧붙이는 글 | 사진 촬영하기

-촬영할 대상을 옛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겠다. 허름하고 오래된 식당이나 상점의 간판이라든지, 삶의 흔적을 담고 계신 어르신들의 모습, 옛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물건이나 공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좋겠다.

-인사동을 찾은 사람들의 표정을 담는 것도 좋겠다.

-분위기와 정취있는 찻집이나 밥집에서 사진을 촬영하면 부드러운 색감이 사진에 배어 나오지만 실내이므로 어두워서 사진이 떨리거나 화상이 어두운 경우가 있다. 실내에서 촬영하려면 ISO 수치를 최대한 높이고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한다. 셔터속도는 손떨림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느리게(1/60초) 한 후 촬영한다. 수동 조정이 되지 않는 카메라라면 조리개 우선 모드로 설정하고 셔터속도가 1/60초 이하로 지정되면 트라이포드(삼각대)나 탁자, 기타 사물에 기대어 놓고 촬영하는 것이 좋다.

-진열장 물건들을 촬영할 경우에는 반사되는 빛이나 진열장 유리의 빛 때문에 촬영 대상에 반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는 편광 필터(PL)나 원편광필터(CPL)를 이용하면 형광등 및 수면반사시 빛의 반사를 제거할 수 있다.

찾아가는 길

3호선 안국역이나 5호선 종로3가역을 이용하면 5분 정도면 쉽게 인사동에 다가갈 수 있다. 토요일 밤 일요일 밤까지 인사동 거리에 차량이 통제 된다.

지하철 :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5번 출구,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지하철 1호선 종각역 1번 출구, 종로3가역 1번 출구
버  스 : 간선 109, 151, 162, 171, 172, 272, 601. 지선 1012, 7025. 공항버스 602-1.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www.yundol.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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