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 바위에서 5분도 채 되지 않아 울릉도에서 가장 따뜻한 남양에 도착했다. 남양몽돌해수욕장 바로 앞에는 파도에 출렁이는 바위 하나가 높이 쏟아 있었는데 우산국의 우해왕의 전설이 깃든 사자바위였다.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한 사자바위 위로 우해왕이 신라군에게 항복하며 벗어 놓았다던 투구가 산이 되었다는 투구봉이 보인다.
뒤를 보니 일행 몇은 벌써 백지장 같은 얼굴에 토끼 눈이 되어 배 멀미를 하고 있었다. 서면의 중간쯤에 이르니 곰 바위가 먼 바다를 향해 두 손을 높이 들고 서 있다. 어른 곰은 아니고 새끼 곰을 닮았다고 생각하니 불쌍하게 느껴지고 서글퍼졌다.
서면은 해안까지 치고 내려올 것 같은 산자락이 볼 만 하다. 그렇지만 더 볼만한 장관은 풍암과 기암이 곰보처럼 얽혀있는 해벽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해벽을 보고 있으니 뜬금없이 독도가 생각났다.
기암으로 이루어진 산봉우리와 바위섬의 절경, 북면
서면의 모퉁이를 돌아 북면에 들어서니 뱃머리가 제법 잔잔해졌다. 멀리 코끼리 바위가 하얗게 보이고 북면 산악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북면에는 많은 바위섬이 있다. 대표적인 바위섬이 공암이라 불리는 코끼리 바위가 있으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딴바위, 삼선암, 관음도등이 있다.
삼선암은 울릉도에서 손꼽히는 절경으로 꼽힐 것이다. 삼선암은 3개로 되어 있는 바위섬인데 전설에 의하면, 이곳의 빼어난 경치에 반한 세 선녀가 자주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하늘로 올라가곤 했는데 어느 날은 놀이에 정신이 팔려 돌아갈 시간을 놓치고 말아 옥황상제로부터 벌을 받아 세 선녀가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이다.
붙어 있는 두 개의 바위는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데 뾰족한 가위처럼 모양을 하고 떨어져 있는 가위바위라 불리는 일선암은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이 바위가 세 선녀중 가장 막내였다고 하는데 막내 선녀가 자꾸 놀다 가자고 해 돌아갈 시간을 놓쳤다고 해서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가장 많이 받아 풀도 자라지 않는 바위섬으로 변했다고 한다.
관음도를 돌아서면 죽도가 보이는데 죽도에는 현재 한 가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죽도에는 우물이 없기 때문에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두 시간 가까이 섬을 돌고서야 저동항의 촛대바위가 보이고 이내 도동항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보통 섬 일주에 필요한 시간은 두 시간 남짓이라고 한다. 파도가 치는 날은 일주를 하지 않는데 봄, 여름, 가을 시즌에는 울릉도에는 태풍이 오지 않는 한 파도가 없는 편이라고 한다.
배 멀미에 시달린 일행들은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파도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오후엔 포항에서 늦게 출발한 최 선생님을 도동항에서 기다렸다. 최 선생님이 합류한 우리 일행은 차를 빌려 일주도로를 따라 섬목 휴게소 까지 달렸다. 돌아오는 길은 하루해가 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