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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대학입시제도는 수차례 바뀌어 왔다. 2008년도 대학입시부터는 상대평가로 매겨지는 고교 내신이 대학 입학의 선발 기준이 된다. 하지만 벌써부터 현직 교사에 의한 답안지 대리 작성 사건 등 내신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 일고 있다.
지난 번 독일과 호주의 대학입시교육 사례에 이어 두번째로 미국과 일본을 살펴 본다. 역시 현지에서 대학 공부를 경험한 유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대학입시교육을 들여다 봤다. 최해은(31ㆍ여)씨와 정현선(33ㆍ여)씨가 메일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밝혔다.
최해은씨는 초등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다트마우스 컬리지(Dartmouth College)에서 경제학&독문학 학사, 독일 카셀대학(Universitaet Kassel)에서 독어교사과정 부분 연수, 미국 헤이스팅스대학 법학 대학(University of Hastings College of the Law)에서 법박사(Juris Doctor) 학위 수여 후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현선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1990년 10월 일본으로 건너가 95년 3월까지 큐슈산업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정씨는 현재 결혼 후 국내에서 일본어 번역 등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시험 기회와 교육 제도의 다양함, 대학교육의 경쟁력 높인다
최해은씨는 “미국의 입시교육의 장점은 단 한번의 시험으로 일생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험 결과 외의 다른 평가 방법의 중요도도 높고 시험의 기회가 여러 차례 있으며 입학 허가는 주로 학교별이지 과별이 아니다”며 여러 차례의 시험 기회가 주어지는 점과 학교별 입학 방법 등 한국과 다른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사교육 열풍은 어떤가에 대한 질문에 “성적이 반영되는 과목별 학력평가방법은 오직 그 과목의 교사에게 달려 있다. 같은 과목이라 해서 교사마다 같은 교과서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교육 콘텐츠를 교사 한명 한명에 맞춰야 하고 각 콘텐츠의 수요 가능 대상은 교사 한명 밑에서 배우는, 많아 봤자 30~40명의 학생이라는 한계로 사교육의 폐해는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현선씨는 “일본인 자체가 개개인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본인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간다. 우리 나라처럼 대학을 나와야 취업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 본인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가에 취업이 좌우되기에 본인의 실력을 키우고자 각각 교육에 임할 뿐”이라고 일본의 교육 풍토를 설명했다.
그녀는 “일본인들이 상상력이나 아이디어가 뛰어난 것은 역시 각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인정해 주는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단지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기업에 취업을 할 수 있다는 우리 나라 학생들의 생각과는 달리 몇 십년 가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존중해 주며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자신의 실력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일본의 실력 위주의 교육을 주목했다.
다음은 최해은, 정현선씨와 가진 메일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미국 – 대입시험점수, 내신성적, 특별활동 등 대학입학에 큰 영향
일본 – 개개인 중시하는 일본인, 명문대 제외하곤 경쟁 치열하지 않아
- 대학 입시교육에 대한 설명을 부탁 드린다.
최해은 : “미국의 대학입학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세가지는 대입시험점수, 내신성적, 그리고 특별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입시험은 SAT(Scholastic Aptitude Test, 수능고사)라고 불리며 한국과 달리 매년 수차례 가능한데, 보편적으로 11학년(한국 고2와 동일) 중ㆍ후반부터 12학년(한국 고3) 초ㆍ중반까지 친다. 한번 이상 시도 할 수 있지만 매번 기록되고 대부분 대학들이 최고 점수가 아닌 평균 점수를 평가하며 몇 회의 시도가 있었는지도 고려하기 때문에 정식 시도는 2~3회 정도로 그친다.
모의 고사 차원에서 일년에 한번씩 치러지는 PSAT는 주로 10학년과 1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하며 고득점자는 내셔널 메리트 스칼라십(National Merit Scholarship)이라는 특별 장학금 수혜자가 될 수 있다. SAT에는 수학적 능력과 언어/사고력을 시험하는 본시험(SAT I)과 학생 선택의 분야별 지식을 시험하는 과목시험(SAT II)이 있다.
일부 학생들은 ACT라는 시험으로 SAT I을 대신하기도 한다. 보통 2~3개 필요한 SAT II 선택과목 중 한국어도 있다. 2005년 3월부터 SAT시험이 일부 변한다고 하는데 시험 제도가 변한다기보다는 시험 내용이 갱신된다고 보여진다.
거의 자동적으로 입학 할 수 있는 2년제 주니어 칼리지(Junior College) /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와 자체적으로 완화된 입학 조건을 낮춘 일부(주로 하위급) 사립대학 외에는 좋은 대입시험성적 하나로 원하는 대학을 갈 수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내신 성적과 특별활동도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하며, 내신성적을 위해서는 높은 성적뿐만 아니라 이수 과목의 질도 고려해야 한다. 중학교인 7~8학년 성적은 상관 없고, 고등학교인 9학년부터의 성적이 반영된다.
한국과 달리 학생의 궁극적 목적, 흥미, 능력 등에 따라 과목뿐만 아니라 난이도까지 다른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고수준ㆍ고난이도 과목에 보너스 학점이 따르기 때문에 대학 입학을 염두에 둔 학생은 힘들더라도 고난이도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내신성적이 아니더라도 일부 대학이 요구하는 필수학점/ 과목이 고등학교 졸업 필수학점/ 과목보다 많을 수 있음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나의 경우 고등학교 시절, 졸업을 위해서는 외국어가 필요 없었지만 웬만한 4년제 대학에 합격하려면 2~3년의 외국어 수업이, 소위 명문대학 입학 가능성을 타진하기에는 3~4년의 외국어 수업이 필요했다. 특별활동으로는 스포츠, 봉사, 클럽, 예술, 종교적 활동 등을 꼽을 수 있다.”
정현선 : “일본의 입시제도와 교육제도는 고등과정을 마치지 않아 잘 모르지만 명문대학을 제외하곤 그다지 치열하지는 않다. 일본은 종합대가 적은 반면에 각각 분야에 있어 유명한 대학과 전문대 그리고 학원이 있어 대학을 고집하는 한국보다는 대체적으로 경쟁이 적다.
일본인 자체가 개개인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본인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간다. 우리 나라처럼 대학을 나와야 취업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 본인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가에 취업이 좌우되기에 본인의 실력을 키우고자 각각 교육에 임할 뿐이다.
예를 들어 패션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대학을 진학하지 않아도 패션 분야에 있어 유명한 학원을 다닌다든지, 명문대가 아니라 지방대라도 미대로 유명한 대학 등이 있어 취업을 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리고 일단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주어진 학점을 따내지 못하면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진급을 하지 못한다. 물론 졸업 또한 하기도 힘들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출석률이 나쁘거나 출석률이 좋아도 교과과정을 잘 듣지 못하면 학점을 따기가 힘들다. 학과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전문 분야에 있어서는 상당히 까다롭다.
내가 다닌 미대 같은 경우에는 하루 하루 주어지는 과제가 너무 많아 일주일 동안 밤샘을 해야 하는 날이 상당하다. 어떤 과는 유급을 한 학생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자리 배정을 하는 곳도 있다.”
미국 – 학력평가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의 영향력 절대적, 사교육 설 자리 없다
일본 – 대학진학과 사회진출 등을 돕는 다양한 교육
-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나라의 사교육 열풍과 같은 것은 있는가?
최해은 : “한국 같은 사교육 열풍은 없는 편이다. SAT준비 전문학원이 있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나의 고등학교 친구 중에는 다닌 사람이 없었다. 한인이 극소수인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뜨거운 한인들의 교육 열정은 같은 지역의 다른 부모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은 으레 사설종합학원이 있고, 우수 한인대학생들이 가정교사로 활동하는데. 타인종 부모들도 경쟁의식 혹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사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한국 같은 사교육 열풍은 현실적으로 그 의미가 적다고 본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학 합격에 있어서 대학입학시험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사교육이 큰 이점을 갖기가 힘들다. 한국식 쪽집게 과외는 대입시험에나 도움이 되겠지 내신성적 향상에 있어서는 이점은커녕 수요와 공급이 타산이 맞을 수가 없다.
대입시험 외에는 전국적으로 균일한 시험이 없고, 지역단위로 균일한 시험이 일부 있어도 어디까지나 학군별, 학교별, 학생별 비교평가 차원이지 내신 성적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성적이 반영되는 과목별 학력평가방법은 오직 그 과목의 교사에게 달려 있다.
같은 과목이라 해서 교사마다 같은 교과서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교육 콘텐츠를 교사 한명 한명에 맞춰야 하고 각 콘텐츠의 수요 가능 대상은 교사 한명 밑에서 배우는, 많아 봤자 30~40명의 학생이라는 한계로 사교육의 폐해는 있을 수가 없다. 사교육이 활발한 한국에서조차 대학생을 상대로 학점 향상 목적의 학원이나 가정교사가 없는 것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정현선 :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 역시 우리 나라 못지 않다. 흔히 볼 수 있는 학원은 우리 나라에서 말하는 명문대와 같은 동경대, 와세다대 등을 보내기 위해 아기 때부터 정성을 쏟는 부모도 있으며 좋은 초중고를 보내기 위해 유치원 또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시키기도 한다.
우리 나라에선 고3 수험생을 위해 부모가 헌신을 다하지만 일본에선 좋은 유치원을 보내기 위해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부모와 형제들 또한 상당한 신경을 쓴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초중고를 마치고 나면 대학 진학에 있어서 부모와 학교는 별로 관여하지 않는다.
가업의 대를 잇고자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며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학교를 골라가며 다닌 사람도 있다. 그리고 각 학교마다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낸다는 8학군이 아니라 엘리트들만 다니는 명예를 가지고 있는 학교와 부유층학교 그리고 평범한 학교 등이 있다. 또 문제 학생들만 모아둔 학교도 있다.
교육 역시 이에 알맞게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한 교육, 대학에 진학을 하지 않아도 고등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등으로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대학을 가고 싶다면 본인 스스로가 학비를 벌고 대부분 부모는 지원을 안 한다. 그래서인지 대학을 다니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우리 나라처럼 미팅이나 엠티 같은 것은 없다.”
미국 – 시험 기회 여러 번, 단 한번의 시험으로 일생 좌우하는 한국과 달라
일본 – 몇 십년 가업을 존중하는 등 개개인의 실력을 인정하는 교육
- 대학입시교육이 한국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최해은 : “단 한번의 시험으로 일생이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험 결과 외의 다른 평가 방법의 중요도도 높고 시험의 기회가 여러 차례 있으며 입학 허가는 주로 학교별이지 과별이 아니다.
그리고 특정 학과로 입학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같은 학교의 다른 과와 점수 차이가 크게 나지 않고 추후 과를 바꾸는 것도 보편적으로 어렵지 않기 때문에 단지 시험 점수를 기준으로 과를 선택해야 하는 일이 없다. 또한 소수 명문대학이 목표인 경우 외에는 2년제를 졸업하고 4년제로 편입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정현선 : “일본에서 대학교육을 마친 본인으로는 상당히 앞서나간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상대적으로 대학 교육이 초중고 교육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일본인들이 상상력이나 아이디어가 뛰어난 것은 역시 각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인정해 주는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단지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기업에 취업을 할 수 있다는 우리 나라 학생들의 생각과는 달리 대학을 안 나와도 자신의 적성을 살려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학생들을 이끌어 가고 뒷받침해 주고 있다는 점이 조금 부럽기도 하다.
몇 십년 가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존중해 주며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자신의 실력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대단하게 느껴 주는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 – 전천후 노력형이 인정 받을 수 있는 대학교육 환경 긍정적
일본 – 전문지식 습득 노력하는 학생들과 상상력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대학
- 대학입시 제도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말한다면?
최해은 : “긍정적인 면은 어느 한 순간의 점수 하나로 한 인간의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등한시해도 나중에라도 마음을 잡아 대학 공부를 쉽게 할 수 있다. 전천후 노력형이 노력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이 무척 바람직하다고 본다.
부정적인 면은 전체적으로 대학입학의 문은 넓지만 최고대학, 특히 하버드 같은 명문사립대학의 문은 일반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높고 좁다고 볼 수도 있다. 같은 내신성적이라도 고등교육이 전국적으로 일률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부의 소위 명문사립고등학교 출신들이 더 높이 평가되기도 한다.
또한 한국에 비하면 낮은(저의 생각엔) 입시시험의 범위와 난이도가 다수의 고득점자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어차피 성적 외에 다른 면들도 보기 때문에 인종, 배경, 특기 등 한 개인이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최고’의 내신성적과 시험점수를 받고도 원하는 대학에서 입학허가를 못 받아 억울해 하는 수험생들을 종종 봤다.”
정현선 : “긍정적인 면은 일단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자신의 전문적 지식을 쌓고자 열심히 공부하며 대학교육 역시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3학년 때부터는 자신의 전공분야를 골라 그에 따른 교육을 받으며 대기업의 중급 직원들이 직접 수업을 하며 유능한 인재를 키워나가는 곳도 있다. 단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상상력과 자신감을 심어 준다고 할까.
부정적인 면을 굳이 들자면 다수 학과에 있어서는 단지 학점을 주기 위한 수업을 하는 경향도 있으며 학생 또한 사회에 나가기 전 충분히 젊음을 즐기고자 대학에 진학 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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