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변재승 대법관)는 18일 현대비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 등으로 기소된 박주선 전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박 전 의원은 이날 대법원으로부터 보석허가를 받고, 오후 6시를 전후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법관으로 하여금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는 만큼 원심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시에 대해 ▲피고인이 1999년의 국정감사 상황과 정몽헌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는지 여부 등에 관해 전혀 알 수 없었고 예상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고 ▲피고인이 돈이 든 쇼핑백을 받고 내용물을 확인없이 그대로 후원회 업무를 보좌하던 보좌관에게 건네주면서 후원금으로 처리하라고 지시, 절차에 따라 처리한 점 ▲피고인이 현대 측에서 돈을 받은 후 정 회장의 증인채택 문제나 현대그룹의 다른 현안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전혀 없는 점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이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수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피고인은 평소 친분관계가 있던 고향 선배인 임아무개(현대건설 부사장)씨로부터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소정의 정치자금을 교부받은 것이라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박 전 의원이 지난 2000년 안상태 나라종금 사장에게 청탁과 함께 2억5000만원을 받고, 국회 정무위 소속으로 있을 당시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과 관련해 현대 측으로부터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대비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법원은 지난 2004년 3월 현대비자금 수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000만원이 선고했다. 박 의원은 같은해 7월 보석으로 풀려났었다. 그러나 2심에서는 "현대비자금을 정치자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보석을 취소하고 지난해 11월 2일 법정구속됐었다.
박 전 의원의 변호인은 대법원의 선고가 있은 후 "대법원이 박 전 의원의 보석을 허가했다"면서 "오늘 저녁 6시경 서울구치소에서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