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로 고통 받는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여러분이 따스한 손길을 전해 주십시오. 시민 여러분의 신고와 참여가 고통 속에 신음하는 이 어린이들에게 새 삶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6시께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구내. 퇴근길에 분주한 시민들 사이에서 애절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은평아동학대예방센터(이하 은평센터) 관계자들이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위해 거리 홍보에 나선 것이다.
"불이 나면 119, 아동학대는 1391로 신고해야"
은평센터의 김미주 간사는 “흔히들 아동학대라고 하면 매 맞는 것만을 생각하지만 물리적 폭력 외에도 아이에게 욕하고, 밥 안 주고, 돌봐 주지 않고, 씻기지 않는 것 등도 다 아동학대”라며 “불이 나면 바로 119에 신고하듯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는 1391에 빨리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간사는 또 “아동보호법 상에 부모가 아이를 때렸을 경우에도 처벌이 미미하고, 시설 보호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짧기 때문에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아동보호법을 개정해 학대 받는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혜화역 구내에는 서명운동을 위한 책상과 함께 아동학대 피해 사례가 담긴 사진들이 전시돼 시민들의 발길을 잡았다. 잔혹하게 학대 당한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본 시민들의 서명이 이어졌다.
서명에 참여한 시민 최영선씨는 “어떻게 부모가 애한테 그렇게 못된 짓을 할 수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며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나 어른들은 강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학대 방치는 또 다른 학대"
서명운동을 위해 마련된 홍보물에는 “아동학대 방치는 또 다른 학대”라는 글귀가 보였다.
은평센터 류혜선 소장은 “우리 나라 어린이 5명 중 2명꼴로 학대를 당하고 있을 정도로 아동학대는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토로한 뒤, “하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신고는 1년에 약 4천건 정도만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류 소장은 또 “아동학대는 해체가정이나 빈곤가정, 위기가정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 편”이라며 “학대 받은 아이들을 발견해 제때에 신고한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고,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이웃들의 관심과 신고가 무엇보다 절실함을 거듭 역설했다.
한편 은평센터는 서울시에서 설립했고, 아동학대 예방 전문기관인 굿네이버스(www.goodneighbors.org)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은평센터 외에도 대전과 인천, 목포 등 전국 17곳에서 아동학대예방센터를 운영하며,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접수와 현장조사, 상담 등을 실시 중이다.
100만인 서명 모아 아동복지법 개정 청원
굿네이버스는 안전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학대 피해 어린이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면서 지난 2003년부터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현재 2004년 2월 현재 약 43만여명이 참여한 상태다.
서명 명단 100만명이 모아지면, 학대받는 아이들의 보호 규정, 현장 조사시 상담원의 신변 위협 등 미흡한 제도 개선을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 첨부자료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