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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의 머리돌
낙산공원의 머리돌 ⓒ 박성필
마로니에 공원에서 발걸음이 시작된 지 불과 500여m, 도심의 소음이 들리지 않기 시작할 때쯤 '낙산공원'과 마주할 수 있었다. 문득 스무살 되던 해에 찾아갔던 프랑스의 '몽마르트르'가 떠오른다. 아, 이곳이 서울의 '몽마르트르'가 아닌가.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 도심을 바라본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밤하늘 아래로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간이 빚어 놓은 회색 콘크리트 빌딩 안을 비추고 있을 갖가지 조명등은 더 이상 인위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또 하나의 자연'이었다.

낙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 1
낙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 1 ⓒ 박성필
낙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 2
낙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 2 ⓒ 박성필
나를 호위하고 있는 듯 산책로 밖 곳곳에 심어져 있는 나무 아래로 보이는 서울은 누군가 일부러 만들어 낸 예술품 같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볼수록 그 수많은 불빛 하나하나의 의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도심의 도로, 멀리 보이는 남산 그것들은 모두 조명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차량의 흐름에 따라 도로의 불빛은 우리의 심장 박동처럼 뛰고 있었다. 회색 콘크리트 빌딩에 매달린 간판의 네온사인들도 차량의 불빛이 호흡할 때마다 맥박을 같이 하는 듯 보였다. 더 이상 한낮 도심에서 느끼던 소음, 매캐한 매연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탐방로 옆으로 보이는 성곽
탐방로 옆으로 보이는 성곽 ⓒ 박성필
조선의 단종이 그의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찬탈 당하고 강원도 영월로 귀양을 가자 왕비였던 정순황후가 매일 이곳에 올라 영월 쪽 하늘을 바라보다가 일생을 마쳤다는 전설이 얽힌 이곳은 그래서인지 조용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했다.

정순황후가 부군을 기다리던 마음처럼 우리의 사랑도 그러하기를 빌었다. 불과 몇 시간에 걸친 '짧은 일탈'이었지만 산책을 통해 내 가슴의 온도는 조금 더 상승했는지도 모른다. 가까이 보이던 가로등과 아주 작아 보이던 도심 속 불빛, 그들에게서 얻은 온기를 오래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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