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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매화야
반가운 매화야 ⓒ 한성수
어제는 대동강 물도 풀리고 새싹이 돋는다는 우수였으므로, 오늘(토요일) 퇴근길에 나는 꽃망울을 잔뜩 부풀린 목련 나무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그러나 목련꽃 봉오리는 아직 힘만 주고 있을 뿐 여전히 함초롬히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테니스장 옆을 돌아 나옵니다. 그런데 가만! 하이얀 꽃송이와 꽃망울들이 보입니다. 그렇게도 찾던 매화꽃이 바로 코앞에 있었습니다.

테니스장옆 매화
테니스장옆 매화 ⓒ 한성수
반가움과 설렘에 서둘러 셔터를 누릅니다. 이제 옆 건물을 도는데, 이쪽 화단에도 매화나무 두 그루에 꽃이 가득 피어 있습니다. 그 옆에는 홍매화의 꽃봉오리들이 싱그러운 봄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습니다. 나는 겨울에 핀 꽃을 찾아서 산으로, 들로 쏘다니면서 그렇게 꽃을 보고자 소망했는데도 없더니만, 우수를 넘긴 따뜻한 태양은 이렇게 눈부신 선물을 가져다줍니다. 인간이란 자연에 비하면 얼마나 초라한지요.

꽃망울을 가득 단 홍매화
꽃망울을 가득 단 홍매화 ⓒ 한성수
병풍처럼 둘러친 진해 장복산을 바라보니 머리에는 희끗한 눈을 아직도 두건처럼 머리에 덮어쓰고 있습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흰 눈을 배경으로 그보다 더욱 단아하고 해맑은 모습에 옛 선비들은 매화를 사군자의 으뜸으로 생각했나 봅니다. 나는 차를 타고 집으로 옵니다. 그런데 토요일이라 길이 막혀 창원명지여고 뒤편 산 쪽으로 난 길을 돌아오는데, 여기에도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모습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모습 ⓒ 한성수
마누라는 매화꽃도 좋아하지만 그 열매인 매실은 더 좋아합니다. 매년 마누라는 매실을 사서는 설탕과 매실을 반반씩 넣어 매실청을 만들어 두는데, 소화가 되지 않거나 체했을 때는 효과가 그만이라며 약보다는 항상 그 샛노란 액체를 한 숟가락 가득 떠서 내밉니다. 그리고 건져낸 과육은 고아서 받쳐내어 다시 고추장을 담글 때 함께 넣습니다. 마지막으로 잘 말려서 뽀얗고 매끈한 씨는 베개피 속에 넣어 베개를 만드는데, 마누라는 머리를 맑게 해 준다고 선전을 하는 통에, 아이들끼리 매실베개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기도 합니다.

단아한 매화꽃 송이
단아한 매화꽃 송이 ⓒ 한성수
마지막으로 평양기생 '매화'가 지은, '매화' 시조 한가락을 읊고 마치겠습니다.

매화 옛등걸에 봄졀이 도라오니 옛 퓌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퓔동말동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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