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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빙청주는 말 그대로 청주에 살얼음이 동동 떠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방청주의 독특하고 깔끔한 맛에는 온도 조절도 한 몫 하는 듯 하였는데 겨울철엔 춥고 바람 부는 응달에서 발효가 끝나 걸러진 청주를 며칠 더 숙성시킨다고 한다.
한방재료를 첨가하는 방법이 비법의 제일이요
술 독에 담긴 청주 재료들은 보통 보름 정도 발효시키면 찌꺼기들은 아래로 가라앉는다. 막걸리나 동동주를 제조하는 방법과 별반 다를 것은 없지만 발효되는 과정에 첨가되는 한방재료의 첨가 순서와 양이 특이하다.
주로 알려진 한방청주 제조 비법은 복분자를 주재료로 한다고만 알고 있지만 사실은 몇 가지 주재료가 더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머리를 맑게 해주고 단 맛을 중화시키는 들국화 꽃 봉우리이다. 여기에 대추와 몇 가지 한방 재료가 더 첨가된다.
술 맛에 단 맛은 복분자가 있어서 그런 것이고, 입안의 은은한 향은 들국화 향 때문이라 한다. 또 깔끔한 맛을 내는 건 한방재료들이 발효되고 중화되며 때론 맛을 상승시키거나 상쇄시키기 때문이란다. 설명을 듣고보니 그 맛이 더 신기하다.
한방청주는 약간 단맛이 있어 먹기에 부드럽고 은은한 향이 배어 있어 운치가 있다. 또 만취하고도 그 다음날 머리가 아프지 않고 술도 빨리 깨 숙취가 적다.
“우리 집 청주에 맛을 들인 분들은 미리 예약해서 한 말씩 주문해 가기도 해요. 복분자라 그런 건지 남자분들이 몸에 좋다고 많이들 찾지요. 많이 먹으면 먹지 않은 만 못해요. 즐겁게 적당히 먹어야죠.”
10년 넘도록 한방 청주를 만들어 팔고 있는 최 사장님(55·한방청주집 운영)은 상호가 왜 내포냐고 물으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몇 년 전에는 시외버스 터미널 부근에서 장사를 했는데 우리 집을 자주 들리는 공대 교수님이 계셨어요. 한 번은 제자들과 술을 하시다가 이 집에 멋진 상호를 지어주자 하시며 학생들에게 제안하는 거에요. 그 중 한 학생이 실내포장 한방청주라는 썬팅 문구를 보았나 봐요. 비가 많이 왔던 때라 ‘실’ 자하고 ‘장’ 자가 떨어져 나갔는데 그 학생이 '내포한방청주 어때요' 하는 겁니다.
그래 한바탕 웃음 바다가 되었는데 듣고 보니 이름도 그럴 싸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포한방청주가 됐는데 학생들이 학교에서 멀어 자주 못 온다며 가까이에 오라면서 그러기래 이렇게 효자 시장으로 왔고 이름도 ‘내포한방청주'가 되었죠.”
사실 청주에는 별 안주가 필요하지 않다. 걸죽하게 마시던 막걸리가 곧 요기가 되고 흥이 되었던 것처럼 한방청주 또한 별 안주 없이도 요기와 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음식에는 궁합도 중요하다. 안주를 골라보라면 두부김치와 도루묵 찌개가 잘 어울릴 것이다.
출출한 퇴근 무렵에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으나 술 한잔이 생각나면 평소 지척으로 두고 싶은 동료들과 한방청주 맛을 보러 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노동에 지친 갈증을 외국 술인 생맥주나 병맥주로 채우기보단 어름 동동 떠 있는 한방재료로 만든 순 우리 술 동빙청주로 말끔히 씻어 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