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건강보험을 종신보험으로 전환한 회사원 최정두(38)씨는 1월 말 이를 변액보험으로 다시 갈아탔다. 따로 주식투자를 하지 않아도 주가 상승의 과실을 먹을 수 있다는 변액보험의 특징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께부터 인기가 급상승하기 시작한 변액보험은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그 수익을 보험금 지급시 되돌려준다. 즉 '위험보장'이라는 보험의 고유기능에 '투자성격'을 가미한 보험이다. 특히 최근 증시 활황세가 이어지면서 확정이율을 제시하는 종신보험 대신 변액보험으로 갈아타거나 새로 변액보험에 가입하는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
삼성생명 1월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전월비 84% 증가
삼성생명은 지난 1월에만 1만4950건의 변액보험을 팔아 초회보험료(보험 신규가입 후 처음 내는 보험료) 425억원을 끌어 모았다. 이는 전달에 견줘 판매 건수로는 20.2%, 금액으로는 84.7% 늘어난 규모다. 교보생명의 판매건수는 지난해 12월 1만1176건에서 올 1월 1만2315건으로 늘어났다.
외국계 생보사의 판매 증가분은 더 컸다.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지난 1월 1만300건을 팔아 27억원을 끌어모아 전월 6834건, 20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변액보험 판매 비중이 한 회사 당 전체 매출의 20~30% 가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 가운데 가장 보수적 성격을 지녔다는 보험시장에서 이처럼 변액보험이 돌풍을 몰고 온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저금리·고령화가 변액보험 인기 일등공신
한상언 신한은행 PB사업부 재테크팀장은 우선 저금리기조와 고령화를 그 이유로 꼽았다. 한 팀장은 "최근 일부 은행에서 금리인상 조짐이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절대금리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확정금리가 적용되는 일반보험보다 운용실적에 따라 보험금을 달리하는 변액보험으로 가입자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연 5%선이었던 보험 예정이율이 실세금리 하락을 반영, 오는 4월부터 4%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실적배당형 변액보험의 인기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변액보험의 인기는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수명과도 연관이 깊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상언 팀장은 "변액보험의 경우 10년 이상 장기간으로 가져갔을 때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통상 이 기간 주식시장 성장률이 7~8% 대로 물가상승률을 웃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입 기간을 늘려갈수록 효과가 더 커지는 변액보험의 특징을 감안할 경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올 초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타기 시작한 주식시장은 이 같은 변액보험 인기에 훈풍을 불어넣어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탄력을 받으면서 눈에 보이는 수익률이 커지고, 이는 다시 변액보험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식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형·채권형 수익률 '희비'
그렇다면 이들 변액보험의 최근 투자성적은 어떨까. 변액보험 역시 일반 펀드처럼 투자대상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주식에 많이 투자하면 주식형 또는 성장형, 채권비중이 높으면 채권형 또는 안정형, 이 둘을 섞어 놓은 혼합형으로 분류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최근 3개월간은 주식형의 수익률이 채권형을 월등히 앞선다.
주식형 상품이 최근 증시 활황에 힘입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채권형의 경우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던 것.
개별보험별로는 메트라이프생명의 혼합성장형인 '마이펀드 변액유니버셜'이 16.77%의 수익률을 기록, 최근 3개월간(2월21일 기준) 가장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이 밖에 알리안츠의 '변액유니버셜 1형'(성장형)이 14.86%, 삼성생명의 '삼성변액유니버셜 가족사랑'(인덱스혼합형)이 7.36%, 신한생명의 '신한변액종신'(혼합형)이 13.08%, PCA생명의 'PCA변액유니버셜'(성장형)이 10.73%, ING생명의 '라이프인베스트변액연금'(시스템주식형)이 10.39%, 라이나생명의 '라이나변액유니버셜'(혼합성장형)이 11.62%의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반면 흥국생명의 '변액종신'(채권형)이 -3.99%, ING생명의 '라이프 인베스트변액연금'(국공채형)이 -2.63%, SH&C생명의 '듀-플러스 변액연금'(안정형)이 -2.57%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본인이 가입한 보험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그 상품내에서 주식형이나 채권형, 또는 혼합형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옮겨갈 수 있다. 이같은 보험간의 갈아타기는 1년에 최대 12회까지 추가수수료 없이 가능하다. 주식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서둘러 채권형 상품을 주식형으로 갈아타도 좋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