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한컵의 스노우크림(?)
ⓒ 박남수
ⓒ 박남수
서울 사람들은 이렇게 묻곤 합니다. “완도에도 눈이 와요?” 예, 완도에도 눈이 자주 내립니다. 더러는 흠뻑 내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내려서 쌓인 눈이 오래 가지는 않습니다. 금방 녹아 없어지니까요. 며칠 전에도 제법 눈이 내렸습니다. 읍내를 둘러보다가 붉게 핀 동백꽃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이 참 예뻤습니다. 역시 겨울은 동백(冬柏)의 계절인가 봅니다.

완도에는 동백이 참으로 많습니다. 산이나 밭이나 어디를 가든 수십 년, 수백년이 넘는 굵은 동백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완도 읍내를 돌아보면 여관, 약국, 식당, 미장원 등 어디에나 족히 백년을 살았을 법한 동백나무 분재들이 즐비합니다. 이곳, 저곳에서 피어나는 붉은 동백잔치가 볼 만합니다.

드라마 <해신> 촬영장을 보기 위해 완도를 찾는 손님들의 눈이 한층 즐겁겠습니다. 저 많은 동백이 어찌해서 분재가 되어 자라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본래 있던 자리에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가까이서 늘 동백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싫지는 않습니다. 더불어 저렇게 예쁜 꽃을 피워내는 사람은 마음도 곱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검붉은 고무 화분에 심은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그 좋은 동백이 쇠사슬로 칭칭 감기고 결국 주먹만한 자물쇠로 단단히 묶여 있습니다. 마치 노예 같습니다. 지난 성탄절 즈음에 설치되었을 전구며 전선들이 어지럽게 감겨있습니다. 도난을 염려한 주인의 안전 의식 때문이겠지만 어쩐지 안타까운 생각뿐입니다.

그 분재의 주인들은 이웃과 손님 그리고 지나는 행인들 모두를 언제 변할지 모르는 잠재적 도둑으로 규정하고 의심하며 자신들을 단속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돼지 목에 두른 진주 목걸이 같다고나 할까요?

▲ 노예가 따로 없네
ⓒ 박남수
▲ 전구 달린 전선도 어지럽게 감겨 있네
ⓒ 박남수
▲ 생맥주집 기둥에도 묶여 있고
ⓒ 박남수
▲ 소나무와도 나란히 묶여 있다
ⓒ 박남수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고금비전한글학교 교장 완도군성인문해교육협의회 회장 완도언론협동조합 이사장 오마이블로그 '완도통신' 운영자

이 기자의 최신기사늙은 엄마가 갯것 하는 이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