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대학 박물관(관장 장준식)은 24일 충청북도 제천시 덕산면 신륵사 극락전(충청북도 지방유형문화재 제132호) 외벽에서 임진왜란 때 승병장이었던 사명대사가 강화 정사로 일본 방문시를 표현한 <사명대사행일본지도>((泗溟大師行日本之圖)를 확인했다.
벽화는 신륵사 극락전 우측 상단 벽면에 가로 17.4m×8m의 규모로 그려졌으며 사명대사의 일본 방문을 묘사한 벽화로는 국내 최초 발견이다. 임진왜란 당시 강화 정사로 일본에 상륙한 대사 일행을 일본인들이 수행하는 행렬을 묘사하고 있다.
벽화에는 100여명의 인물군이 등장하며 사명대사가 가마를 타고 있고 일본인들이 호위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특히 일본군이 무릎을 꿇고 있으며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하는 모습은 매우 독특해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가늠케 하는 사료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 사명대사의 일본행을 묘사한 그림은 두 점뿐. 경상남도 밀양 표충사의 <사명대사일본상륙행렬도팔곡병>(四溟大師 日本上陸行列圖八曲屛; 유형문화재 제274호)은 8폭의 병풍 형태이나 벽화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신륵사 극락적의 외벽에는 중국의 위(魏)나라가 왜(倭)를 정복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에 근거해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위왕조조도>(魏王曹操圖)가 있으며 내ㆍ외벽에는 불경관련 그림 등 136점의 벽화와 우수한 기법의 단청문양 140매가 확인되었다..
연구와 보존만을 위한 학술조사로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이번 '신륵사 극락전의 단청 및 벽화연구조사'는 문화재 관리와 보존에 대한 발전적인 사례로서 타 지역의 문화재보존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 관장은 "신륵사에는 사명대사 일행의 일본 방문을 묘사한 벽화뿐만 아니라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많은 벽화와 단청이 있어 훼손을 막기 위한 현황 모사 등의 보존대책이 절실하다. 국가유형문화재로의 격상도 논의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조사의 지도위원을 맡고 있는 정영호(단국대 박물관장 겸 석좌교수) 교수는 24일 신륵사에서 열린 지도위원회에서 "불화와 단청은 불교미술사이지만 <사명대사행일본지도>는 사명대사에게 항복하는 그림으로 우리에게 던져주는 역사적 의미가 크다. 현실적으로 민족정기와 주체의식을 세우는데 다시없는 그림이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이 벽화가 보존되어 온 것이 다행스럽다"라며 추가의 훼손을 막기 위한 보존대책이 수립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이번 조사는 연구와 보존만을 위한 학술조사로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것으로 문화재 관리와 보존에 대한 발전적인 사례로서 타 지역의 문화재보존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현규(충북도 무형문화재 단청장 제9호) 단청장은 "<사명대사행일본지도>는 신겸스님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며 1800년대의 국내 단청이 잘 보존된 곳이 극히 드물지만 신륵사 극락전 내부의 단청은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조선시대 후기 단청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제천 신륵사는 신라 진평왕 4년(582년)에 창건돼 문무왕 재위(661∼681)시 원효대사가 중수하였고, 조선 초기에는 무학대사와 명종 재위(1545∼1567)시에는 사명대사가 중수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다.
| | 제천 신륵사 | | | 신라 진평왕 4년(582년)에 창건 | | | |
| | ▲ 제천 신륵사3층석탑과 뒷편의 극락전 전경 | ⓒ정홍철 | | 제천 신륵사는 충북도 제천시 덕산면 월악리에 소재하고 있으며 신라 진평왕 4년(582년)에 창건돼 문무왕 재위(661∼681)시 원효대사가 중수했으며 조선초기에는 무학대사와 명종 재위(1545∼1567)시에는 사명대사가 중수했다고 전해지는 고찰로 6·25전쟁 때 폐사된 것을 1960년대에 중창해 오늘에 이른다.
신륵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로 극락전은 지난 1982년 12월에 충청북도 지방유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되었다. 이와 함께 현존하는 건물로는 산신각·국사당·요사채 등이 있다.
극락전은 장대석 기단 위에 정면 3칸, 측면 3칸으로 지어진 맞배지붕의 목조건출물로서 주초석은 자연석과 석탑의 옥개받침 등 탑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둥은 민흘림 원기둥으로 세워져 있으며 지붕가구는 1고주 5량가를 형성하고 있다. 내부에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각각 좌우에 위치해 있고 안팎 벽에는 140여점의 탱화와 벽화가 그려져 있다.
유물로는 극락전삼층석탑과 괘불대와 부도 2기, 당간지주 등이 있다. 극락전 앞에 위치한 삼층석탑은 극락전과 방향이 어긋나 있어 다른 곳에서 옮겨왔거나 극락전과 별도로 세운 것으로 추정되며 1999년 6월에 보물 제1296호로 지정되었으며, 1981년 해체하여 복원할 때 탑 내부에서 3.5∼5cm 크기의 토탑(土塔) 108개와 사리함 조각 2개가 발굴되었다. / 정홍철 기자 | | | | |
덧붙이는 글 | 충북인뉴스(www.cbinews.co.kr)에도 송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