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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전용' 세레스
'눈길전용' 세레스 ⓒ 성락

속도가 화근이었다. 정월 대보름을 하루 넘겼지만 둥근 모습 그대로인 달이 눈 덮인 산골을 한 폭의 그림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황홀감에 취한 나는 얼음판 커브 길을 의식하지 못하고 엑셀러레이터에 그대로 발을 얹고 있었던 것. 사뿐히 지나치는가 싶었는데 차 뒷부분이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핸들 통제가 안됐던 것이다.

당황한 나머지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차는 그대로 미끄러지면서 1미터 정도 되는 둔덕 밑 밭으로 내려감과 동시에 옆으로 넘어졌다. '우지끈'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핸들을 놓친 나는 조수석 옆 유리에 머리를 부딪치며 차와 함께 넘어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뒤집힌 차
뒤집힌 차 ⓒ 성락

엔진과 라이트를 모두 끄고 마치 잠수함의 '해치(hatch)'를 열 듯 운전석 문을 밀어 올리고 간신히 빠져 나왔다. 머리를 부딪쳤으나 다행히 다치지는 않은 것 같고 유리창도 깨지지 않았다. 다만 오른쪽 '사이드 밀러'만 깨져 바닥에 팽개쳐져 있다.

아침 일찍 동네 반장을 보고 있는 후배 황인식 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세레스'를 몰고 달려온 후배는 고개를 젓는다. 자신의 차로는 일으켜 세우기 어렵다고 했다. 더구나 길바닥이 빙판이니 힘도 쓸 수 없다는 것. 그는 또 다른 동네 후배인 현문현 군에게 트랙터를 가지고 오도록 했다.

트랙터의 버켓으로 넘어진 차의 적재함 윗 부분을 밀어 일으켜 세웠다. 자칫하면 적재함에 손상이 갈 수도 있고, 또 일으켜 세우다가 놓치는 경우 유리 등이 부서질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트랙터는 놀랄 만한 힘을 발휘했다. 무게 1톤이 훨씬 넘는 '세레스'를 거뜬히 일으켜 세웠다.

트랙터로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트랙터로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 성락

차가운 겨울바람을 마다 않고 달려와 준 후배들이 정말 고맙다. 다행히 차는 크게 손상된 곳이 없다. 옆으로 넘어지는 충격에 긁히거나 약간 우그러진 정도다.

산은 오르기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든다고 한다. 수도 파이프의 경우 온도가 상승할 때 잘 언다고 '수도' 전문가인 친구 김광수는 언젠가 말했다. 눈길도 마찬가지인 듯싶다. 기온이 제법 올라가는 낮에 녹아 내린 물이 밤이 되면서 빙판을 만든다. 빙판에는 사람도 차도 장사가 없다.

눈 길
눈 길 ⓒ 성락

엊그제 눈길을 오르지 못해 정자골 어귀에 세워 놓은 '프린스'는 아직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당장 먼 거리에 볼일이라도 생기면 주전자에 물을 끓여 '세레스'로 운반해 와 언 기화기를 녹여야 시동을 걸 수 있다. 얼마 전 수도 파이프가 얼어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눈길로 '혹독한 산골 겨울나기'를 겪고 있다.

겨울은 '눈'이라는 자연의 섭리로 인해 낭만을 만끽할 수는 있지만 사람이 생활하는 데는 여러 가지로 불편을 주는 것 같다. 이것은 도시나 농촌 할 것 없이 공통으로 겪는 불편이다. 성급하게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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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지키며 각종 단체에서 닥치는대로 일하는 지역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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