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28일 오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광복 60주년 기념 해방영화와 친일영화 발굴 공개' 국회 특별상영. 1938년에 만들어진 <군용열차>(서광제 감독) 주요 부분이 상영되고 있다.
ⓒ 권박효원

86주년 3.1절을 앞둔 28일 오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는 최근 새로 발굴된 일제 말기 친일영화와 해방초기 기록영화들이 특별 상영됐다. 특히 이날 상영된 극영화는 황국에 대한 충성이 배경에 깔려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특별상영에서 소개된 극영화는 <군용열차> <어화> <집없는 천사> <지원병> 등으로 1939년부터 1941년 사이에 제작된 영화들이다.

이중 <군용열차>는 기생일을 하는 연인의 2000원 빚탕감을 위해 스파이에게 군용열차에 대한 정보를 준 주인공이 이후 황국의 무원을 기도한다는 유서를 남긴 채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한다는 내용이다. <지원병>의 친일색채는 보다 뚜렷하다. 조선인은 지원병이 될 수 없는 현실에 고민하던 주인공이 이후 지원병 모집에 합격하고 군용열차에 오르게 되는 내용이다.

김종원 동국대 교수는 이날 일제 말기 극영화를 설명하면서 "1940년 이후 친일 어용영화의 제작편수가 4∼6편에 이른다"며 "이들 영화에는 일본의 우월성을 바탕에 깐 계몽과 내선일체를 표방한 친일사상 주입, 군국주의를 옹호하고 '성전(태평양 전쟁)'을 수행하자는 논리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친일성이 약한 <군용열차>에서 보다 강한 <지원병>에 이르기까지 영화인들의 고뇌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원병>을 만든 안석영 감독은 '독립의 노래'를 작사하기도 했는데 '한국영화측면비사'라는 책에는 안 감독에 대해 "요시찰인 (일제 경찰부) 명부에 기록된 것이 끝내 무서웠던 것"이라며 제작 배경을 분석하고 있다.

이미경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은 "'어용' 영화는 부끄러운 과거를 간직한 것들이지만 이런 영화들이 오히려 과거의 과오와 공적을 바로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이날 특별상영의 의미를 강조했다.

영화 발굴을 주도해온 한국영상자료원의 이효인 원장 역시 "이번에 발굴한 영화들은 한국영화사의 중요한 자료이며 일제 강점이 우리의 미학과 세계관을 어떻게 강제로 조정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방 이후인 1946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방뉴-쓰>는 민중영화주식회사에서 만든 기록영화인데, 조총련계의 같은 회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만들어진 <해방뉴-쓰>와는 달리 보수우익적인 색채를 띈다.

이번에 발굴된 <해방 뉴-쓰>는 '특산품 전람회' '우리 농촌 생활 소개' 등 문화행사가 내용의 주를 이루고 미국과의 친선을 강조한 조선팀과 미군선발팀의 야구대회도 다루고 있다. 기존 <해방 뉴-쓰>가 8.15 해방 당시 환영시위대 등 정치적 사건이나 메이데이, 민족문화건설전국회의 등 좌파 진영 행사를 다뤄 검열을 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미군정이 직접 제작하거나 군정 지원 아래 일부 인사들이 제작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왜 진보진영의 <해방 뉴-쓰>와 같은 제호와 회사명을 써가며 친미보수적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지는 아직 연구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