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다는 고드름…. 정말 재미있는 형상의 고드름이었다. 고드름은 기온이 많이 내려가는 날보다는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가 낮은 날에 더 잘 만들어진다고 한다.
얼마나 강한 바람이었으면…. 자연의 힘에 다시 한번 숙연해진다. 처마 안으로 완전히 꺽인 이 고드름은 독도 박물관으로 가던 길에 만난 제일 특이한 형상으로, 영롱한 빛을 지닌 고드름이었다.
울릉도 두 번째 날에 유난히 여러 가지 형상의 고드름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 끊어 먹던 고드름 얼음 과자가 생각이 났다. 갑자기 어릴 적 순수함도 추억 거리도 묻어둔 채 지내는 바쁜 일상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힘들었지만 이번에 울릉도에서 여러 가지 추억을 만들게 되어 내심 기뻤다.
고드름이 형성되는 온도는 0도 정도인데, 처마 끝에 매달려 아래로 자라는 고드름은 지붕에 쌓인 눈이 녹아 처마로 흘러내리다 바람에 의해 응결되어 생긴다고 한다. 처마 끝에 재미있게 얼어붙은 고드름의 형상이 일정하지 않은 것도 내 눈에는 그저 신비로울 뿐이다. 이것 또한 자연의 힘이 아닐까.
겨울철에 고드름이 많고 크게 달린다는 것은 눈이 많이 왔기 때문이라는데, 그 말을 증명이나 하듯이 울릉도에는 올해도 여전히 눈이 많이 왔다고 한다.
옛말에 고드름이 많고 크게 열리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이는 눈이 많으면 농작물이 눈에 덮여 보온이 되고 봄에 용수량이 많아 영농작업이 순조로워 농사가 풍년이 들게 될 것이라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울릉도에서 만난 고드름은 가끔 뉴스에서 접하던 거대하고 웅장한 고드름은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느끼지 못했던 겨울을 느끼게 해주었다.
어렸을 적 부르던 노래가 생각이 났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 놓아요
속으로 이 노래를 불러보며 바위 틈 사이의 고드름을 다시 한번 바라 보았다.
멀리 보이는 고드름 지대가 작은 하얀 폭포를 연상시켰다. 지금은 이미 다 녹아버리고 봄 맞을 준비를 하고 있겠지?
누구나 고드름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어릴 적 겨울이면 주변에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었던 고드름….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