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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가 두번의 수석졸업 시계 방향으로 남편, 시아버지, 시어머니와 아들.
주부가 두번의 수석졸업 시계 방향으로 남편, 시아버지, 시어머니와 아들. ⓒ 정홍철
“기회는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주부의 몸으로 두번이나 수석졸업의 영예를 안은 장유복(34ㆍ충북 제천시 청전동)씨의 첫 마디이다.

그녀는 지난 2002년 대원과학대 식품영양학과를 수석졸업하고 이어 물리치료과에 편입, 지난 2월 15일 또 다시 수석졸업의 결실을 안아 대원대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로 기록되며 화제를 만들었다. 그녀의 졸업 성적은 식품영양학과 물리치료과를 각각 4.47과 4.40으로 만점(4.50)에 가까운 성적으로 높은 향학열을 보였다. 이는 늦게 시작한 공부이지만 최선을 다한 노력에 따른 결실이다.

그녀가 만학의 길을 택한 것은 고등학교를 중도 포기한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2남4녀 중 다섯째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제천상업고등학교를 2학년 올라가면서 중도하차해야만 했다.

그후 못다 이룬 향학의 꿈은 7개월여의 준비를 거쳐 1999년 5월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한다. 이듬해인 2000년 3월 대원대 식품영양학과에 입학, 2002년 수석졸업의 영예를 안음과 동시에 물리치료과에 편입, 다시 3년간의 ‘악착’같은 공부 끝에 수석졸업의 영예를 두번 안았다.

물리치료과에 입학한 후 그녀는 2003년 5월, 남편 이휘락(34ㆍ한샘인테리어 제천점 대표)씨와 결혼해 첫 아이를 가졌고 이듬해 2월에 출산, 산후조리를 위해 3주 정도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한 학기 수석의 자리를 놓쳐 못내 아쉽다고(당시 평점 4.26).

남편 이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집안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늦은 시간에 책상머리에 앉아 4~5시간씩 공부하느라 잠이 부족한 것이 늘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주부의 신분으로 만학의 길에 접어들었지만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집안일을 마치고 남편과 아이를 챙긴 후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이 남편의 귀띔이다.

그녀가 만학의 길을 택할 때 많이 망설였다고. 하지만 직장인으로 시작한 공부와 중도에 결혼과 임신, 출산의 과정을 겪으면서도 그녀의 수석에 대한 욕심은 컸다. 시간은 물론 금전적으로 그녀에게 있어서 장학금은 바로 학비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다. 이로 인해 그녀는 5년 내내 장학금으로 학업을 이뤘다.

처음 식품영양학과를 다니면서 그녀의 자신감은 점점 증폭되었고 결혼 후 순탄치 못한 주변 환경 속에서도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가족의 힘이 컸다. “회갑을 한해 앞두고 있으며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한 시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가장 큰 공”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또 힘들 때 마다 떠오르는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라는 중도포기의 유혹을 꺾으며 많은 격려와 지도를 보내준 교수님들이 고맙다고.

그녀는 학교를 다니며 주위 학생들로부터 "이모"소리를 들었다. 식품영양학과 때는 큰언니 큰딸과 물리치료과에 다닐 때는 큰언니 둘째딸과 함께 학교를 다닌 것도 묘한 인연이다.

악착 같이 5년 내내 ‘올A+’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그녀는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였기에 가능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 비결”이라며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꼽았다.

그녀는 지난 2일 아이 도현이의 첫 돌을 맞았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당분간 취업은 엄두도 못 낸다. 아직 아이가 어려 3년여 동안 육아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 이후 취업의 기회가 마련된다면 적극적으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충북인뉴스(www.cbinews.co.kr)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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