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개인의 신앙적 양심에 따른다 하더라도 집총거부는 명백한 명령불복종"이라고 추궁하고 "대체복무제 등이 아직 입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집총거부는 군형법상 항명죄"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이에 대해 "성경의 말씀과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의거해 집총을 거부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평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집총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가야 한다면 그 길을 택하겠다"면서 자신의 신념을 굽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모든 복무 군인이 집총을 하게 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는 것은 항명죄에 해당한다며 "피고의 신앙을 존중하나, 현행법상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군에 입대한 이씨는 자대배치를 받은 이후부터 "기독교적 가치관은 전 인류가 모두 한 가족이고, 모든 이들의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집총거부 의사를 밝히고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입대 전부터 이 같은 개인적 신념을 가졌던 이 씨는 중장비 기술자격증 등을 취득해 방위산업체요원으로 복무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입대했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는 병역의 의무는 다하되, 사람의 생명을 겨누는 집총만은 거부하겠다는 '비무장 전투요원'으로의 복무를 희망한다는 점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의 병역거부와는 다르다. 또 집총거부를 교리로 채택하지는 않고 있으며, 개인의 양심과 의사에 맡기고 있다.
이씨는 항소 여부에 따라 육군형무소에 얼마간 수감되다 강제전역 되어 민간교도소로 옮겨져 수형생활을 해야 한다.
"평화적 비무장 전투요원으로 군복무 법제화해야"
한편, 이처럼 자신의 양심을 지키고, 국방의 의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평화적 군복무'의 길이 하루 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집총거부는 본인이 의지를 철회하지 않는 한 구속 이외에는 달리 뚜렷한 해결방법이 없는 실정에서 평화적 군복무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비무장 전투요원으로의 군복무를 허용하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것.
오만규 삼육대 교수는 "선량한 한국의 청년들에게 심한 좌절을 안기는 현행 병역법은 전향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며 "보다 양심적으로 살아가려는 청년들로 하여금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군대에서도 과거 위생병과 등에서 비무장 군복무제를 시행한 바 있으나,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사라져 현재는 평화적 군복무의 문이 완전히 닫혀 버린 상황이다.
최정민 평화인권연대 대표도 "민간법원이 아닌, 군사법원에서도 평화적 군복무 신념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 것 같다"고 평가하며 "지난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양심상 갈등을 덜어주기 위해 국방의 의무에 비견되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만큼 이제라도 입법부의 대체복무제 법제화 노력이 가속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도 3일 <오마이뉴스> 인터넷 의정간담회를 마치고난 후 만난 자리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 지지하는 의원들이 과거보다 많이 늘어났다"며 "평화적 군복무 신념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을 위해 이러한 방편이 함께 연구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 "신앙양심 실천 청년들 포용해야" | | | 집총거부로 구속된 이 이병 부모 | | | | 그의 부모가 기억하는 아들은 어려서부터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남달랐던 착한 아이다.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어느 날, 건강을 위해 태권도에 다니던 아들은 갑자기 체육관에 가기 싫다며 때를 부렸다. 친구와 대련을 차마 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엄마는 그것은 여느 주먹다짐이나 싸움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한사코 말렸지만, 아들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10여년 뒤 아들은 어려서처럼 자신이 옳다 싶으면 놓지 않던 신념을 가슴에 담은 채 끝내 감옥행을 택했다.
재판이 끝난 뒤 만난 이 이병의 부모는 "이들이 집총을 거부하는 것은 결코 힘든 일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며 "아무리 어려운 일을 맡겨도 감수할 수 있으므로 이런 청년들이 자신의 신앙양심을 지키며, 국가에 봉사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포용하는 정책이 조속히 마련되어 시행되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아버지 이영수씨는 "박애정신을 고취하며 살아가려 노력하는 청년들에게 무조건적 희생이 강요되어서는 곤란하다"며 "보다 바르게 살아가려는 젊은이들을 범법자로 양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 최민순씨도 "이러한 청년들을 교도소로 내모는 것은 시간과 경제, 정신적으로 국가가 얼마나 큰 손실을 입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이러한 청년들의 신념을 사장시키고 고립시킬 게 아니라,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들과 같은 소수자들이 병영생활에서도 집총을 하지 않고 필요한 분야에서 복무할 수 있는 길이 하루 속이 열리기를 바라는 것이 이들 부부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 김범태 | | | | |
덧붙이는 글 | 김범태 기자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한국연합회 미디어센터에서 인터넷 언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