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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만나고 싶다>
<꼭 한번 만나고 싶다> ⓒ MBC
MBC의 <꼭 한번 만나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은 첫 방송이 나갈 때만 해도 KBS의 < TV는 사랑을 싣고>의 일반인 버전이라며 베끼기 의혹을 사기도 했고 연예인들의 이야기에 젖어 있던 이들에게 '과연 될까' 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 1년 5개월이 되어 가는 이즈음, 어느 덧 주말 저녁 시간을 따스한 눈물로 번지게 한다. 오해로 인해 혹은 너무도 절박한 가난으로 인해 헤어져야 했던 이들의 만남이 이어지고, 억지 추임새를 넣지 않아도 감동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인연보다는 가난이 원인인 '생계형 이별'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또 그 중 태반이 해외입양 사연이어서 일정부분 고착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감동이 줄어든다고 할 수는 없다. 만들어지거나 재구성 된 사연들이 아닌 '죽기 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의 심정이 담겨 있기에, 매번 그 결말을 예상하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란 쉽지가 않다.

덕분에 <꼭 한번...>은 금요일 저녁 7시 20분이면 꾸준히 온 가족을 TV수상기 앞으로 불러 모으며 객관적 수치에서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지난 3주간 - 2월 18일~3월 4일 16.5~17.2%로 전국일간시청률 6,7위권 유지, TNS 미디어 코리아).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구성의 주축이 보통사람들인 걸 감안한다면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다. 더 이상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적 이야기가 아니라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미움과 화해, 그리고 용서를 다룬 <아름다운 용서>
보통 사람들의 미움과 화해, 그리고 용서를 다룬 <아름다운 용서> ⓒ KBS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지난 달 28일, KBS에서는 <아름다운 용서>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한순간의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용서라는 키워드로 해결을 제시' 한다는 기획의도를 밝힌 이 프로그램은 아이러니 하게도 MBC가 KBS에서 빌려간 '만남'의 형태를 다시 재차용하고 있다.

첫 회는 30년 전 아들을 해외입양 해야 했던 어머니와 그녀를 용서하는 아들의 사연이었다. 베끼기 논란 속에 방영 된 프로그램이었지만 전해지는 울림이 적지 않았던 까닭은 가공되지 않은 삶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SBS에서도 포맷은 다르지만 가족의 이야기를 구성원의 입을 빌려 진행하는 교양. 정보물 <패밀리 스토리, 우리 집에서 생긴 일>을 방송했다. '트래처 콜린스 증후군'이란 희귀한 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와 그럼에도 행복해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패밀리 스토리...>는 첫 방송임에도 높은 전국시청률(12.3%, TNS Media Korea)까지 확보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최근 봇물 터지듯 등장하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모두 일반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사람들의 삶, 방송의 주요테마로 뜨다

사실 이제껏 TV는 연예인들의 전용공간으로 여겨져 왔다.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평일 초저녁과 주말 저녁시간은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와 짝짓기 등 연예오락프로그램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간 많은 교양물들은 휴일 아침이나 평일 새벽 시간대의 찬 밥 대접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과연 누가 달콤한 주말의 늦잠이나 다음 날의 지각과 TV시청을 맞바꿀 수 있었을까.

하지만 불변의 진리는 없는 법이던가. 최근의 추세는 보통사람들이 황금시간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얼굴 없는 아이 줄리아나를 다뤄 많은 호응을 얻은 <패밀리 스토리- 우리 집에 생긴 일>. 스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얼굴 없는 아이 줄리아나를 다뤄 많은 호응을 얻은 <패밀리 스토리- 우리 집에 생긴 일>. 스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 SBS
<패밀리 스토리…>나 <꼭 한 번…> <아름다운 용서> 등의 방영시간대는 이제까지의 관례를 깬 저녁 7시대이다. 게다가 <꼭 한 번…>의 경우 황금시간대인 금요일이고 시청률마저 꾸준히 상위권에 속한 다는 것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대변해 주고 있다.

물론 아직 대부분의 황금시간(특히 주말)은 몇 명의 스타가 좌지우지하는 오락 프로그램들이 틀어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교양물들이 보여 주는 성과에 주목한다면 좀 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방송사들의 이런 방송편성 경향이 한때의 유행으로 형성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예쁘고 말발 좋은’ 연예인의 투입만으로는 시청자를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해졌다.

주말의 황금시간대 오락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방송인지 동창회인지 구분이 안 갈 때가 있다. 평소의 친분을 들먹이며 반 말짓거리는 예사고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고 외모를 비하하고 그것도 안 되면 오로지 ‘들이대는’ 것이 재미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물론 웃음은 나온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그 식’대로의 웃음일 뿐이다. 밝은 웃음이 아닌 허망한 잿빛 탄식이 섞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애꿎은 리모콘만 만지작거리다가 오히려 그들에게 들이대고 싶은 충동이 불쑥불쑥 솟아오른다.

이제는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함께 미소 짓고 때로는 서로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야 한다. 요즘 같이 힘든 시기, 거칠지만 풋풋한 이웃 냄새나는 이들이 전해 오는 울림은 얼마나 맑고 경쾌한가.

일반 시청자들이 주인이 되어, 때로는 지켜보는 연예인에게 오히려 감동을 선사하는 예능 교양 프로그램이 보다 많아지고,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대로 단단히 자리 잡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내용만 좋다면, 죽기 살기로 목을 매는 시청률도 따라 오고 광고도 자연히 줄을 잇는단 말이다.

정보가 열리고 시대가 바뀌어 가는 지금, TV속의 주인공들도 자리이동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정말로 세상엔 울고 싶은 일이 많다. 신변잡기 시시껄렁한 농담일랑 이제 그만 됐으니 제발 시청자들에게 맑은 눈물을 흘릴 기회를 달라. 이젠 그만 좀 ‘들이대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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