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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의 왕따일기 책 표지
양파의 왕따일기 책 표지 ⓒ 박미향
그래서일까? 왕따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인 견해 탓인지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표지에 그려진 여자아이의 표정이 어두워 보여 책을 펼치기 전에 걱정이 앞섰다. 이렇게 어두운 책을 딸들과 함께 읽어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오히려 책을 읽고 난 후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적극 권했다.

곧 새 학년을 맞을 우리 딸들처럼 책 속의 정화도 새 학년을 맞이한 4학년 여자아이다. 정화는 미희와 친해지고 싶지만 반에서 인기가 많은 미희는 정화에게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성이 양씨인 양미희와 어울려 다니는 아이들은 "양파"라고 불리고 정화는 그 속에 끼고 싶어 한다.

그런 어느 날 이발사로 일하는 아빠의 병원에서 우연히 미희를 만나게 되고 미희는 정화의 아버지를 의사로 오해한다. 다음 날 정화는 "너, 우리 양파에 들어오지 않을래?"라는 미희의 말을 듣고 양파의 조직원(?)으로 신고식을 치른다.

이제 정화는 꼭 친하고 싶었던 미희와 어울려서 신이 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때부터 엄마에게 거짓말을 자주 하고, 싫으면서도 미희가 원하는 대로 친구들을 따돌려 마음이 불편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불편한 정화의 심리가 투명하게 잘 그려져 있어 놀라웠다. 왕따가 된 정선이를 바라보는 정화의 내면, 즉 '자신도 왕따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의 그 깊이'가 잘 드러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불편한 내면의 세계가 풀리는 과정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를테면 마니또 편지로 나타난 정선이에 대한 정화의 마음 씀씀이가 예뻤고 적극적인 방법이 아니기에 스스로 괴로워하는 모습이 더욱 예뻤다. 그리고 주말이면 봉사활동을 하는 아버지에 대한 모녀의 불만과 TV에 소개된 아버지의 선행에서 나타난 정화의 내면도 마음을 잔잔하게 적셨다.

양파의 왕따일기 책 본문중에서
양파의 왕따일기 책 본문중에서 ⓒ 박미향
하지만 마음을 아프게 한 요소도 있었다. 그것은 왕따로 인해 끝내 정선이가 전학을 가게 된 점이다. 그러나 해피엔딩만을 연상케 하는 동화책에서 볼 수 없는 결말이란 점에 퍽 인상적이었다. 어린 독자들로 하여금 왕따가 어떠한 결과를 부르는지 간접 체험의 기회가 숨어 있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었다.

또 글쓰기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내고 용기를 얻는 정화의 갈등해결 구조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정화의 어머니, 선생님, 정선이 어머니 등 어른의 개입이 아닌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참 좋았다. 그 갈등을 스스로 이겨내려는 노력에 책 읽기 전의 기우가 눈 녹듯 사라졌다.

참, 이 책에는 멋진 한 마디, 명언이 있다. 본문 104쪽에 있는 "아무리 주위에서 도와줘도 자기가 강하지 않으면 다 필요 없는 거니깐"이란 선생님의 말씀이다. 곱씹어 읽어보아도 멋진 말이다.

정화가 겪은 내면적인 갈등을 주위 어른들이 나서서 도와줄 수는 있어도 스스로 노력않는다면, 자기가 강하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는 일이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우리 집 두 딸도 그 점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옆에서 엄마가 아무리 강조하고 깨닫게 하려고 해도 스스로 깨달아야 할 부분이 삶의 여정에 있다는 것을.

엄마의 지나친 욕심일지 모른다. 하지만 좋은 욕심이라고 생각하며 또 하나 더 욕심을 내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난 뒤, 진정으로 친구가 잘하는 것을 시기하거나 질투할 것이 아니라 잘한다고 칭찬을 하며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친구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끝으로 감히 출퇴근 하는 지하철의 직장인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뚱딴지같은 이야기일지는 모르나 그 손에 들린 스포츠 신문과 무료 신문보다 몇 갑절 영양가 있는 책이기에 권하고 싶다. 당신의 딸, 아들에 대해 학교, 직장,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왕따 현상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보고 반성해보게 될 테니까.

덧붙이는 글 | 국정넷포터에도 송고하였습니다.


양파의 왕따일기

문선이 지음, 박철민 그림,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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