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력사건의 가해자가 김용갑 의원의 숨겨놓은 아들이라고?!"
한나라당 내에서 '일등 저격수'로 손꼽히는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지역구인 경남 밀양에서 집단 성폭력 사건이 터졌을 때 인터넷으로부터 더 큰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가해자 40여명 중 단 3명만이 구속되고 가해자들의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등 네티즌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던 중 사건의 불똥이 뜬금없이 김 의원에게 튄 것.
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가해자 중 한 명이 김 의원의 아들이다' '손자다'에 이어 심지어 '숨겨놓은 아들'이라는 헛소문이 퍼졌다. 끝내 김 의원의 홈페이지마저 마비되자 김 의원은 "내 아들은 37살이고, 손자는 아직 초등학생"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 의원은 당시를 회고하며 "한동안 인터넷에 들어가기도 싫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밀양시의 국회의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터무니없는 소문에 시달렸다"며 "인터넷 문화가 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긴 했지만 '보수 중의 보수'인 김 의원은 "그래도 인터넷은 재미있다"고 '인터넷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권의 2년을 평가하는 글 등 영향력이 큰 글을 올리고 난 뒤 (네티즌의) 다양한 의견들을 보는 것이 참 재미있다"며 "또 하루에 한두 번은 나와 관련된 기사가 꼭 나오니까 더 흥미롭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수구꼴통'이라고 비난을 받는 동시에 발언을 할 때마다 상종가를 치는 정치인이다. 특히 지난 임시국회에서 호주제 폐지 반대 주장을 펴던 중 남성 의원들을 향해 "불편한 거 떼버려라"는 발언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이메일 보낸 뒤 "이기 갔나"며 신기해 하다
김 의원은 "과거에는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면 찬반이 엇갈리고, 욕을 많이 먹었는데 이번에는 거의 칭찬 일색이더라"며 네티즌들의 반응을 내심 반기는 기색이었다. 김 의원은 '수구꼴통'이라는 평가에 대해 "워낙 많이 들어서 외면한다"며 "그런 인격을 가진 사람들은 인터넷을 할 자격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 의원의 인터넷 실력은 이메일을 받고 답장을 보내는 수준. 김 의원을 보좌하는 박정윤 비서관은 "일명 '독수리 타법'이긴 하지만, 가까운 지인에게 직접 답장을 쓴다"며 "'보내기'를 클릭한 뒤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이기 갔나?'하며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은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김 의원은 "인터넷은 이제 생활"이라며 "다음날 신문을 기다릴 것도 없이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신문을 읽는 독자들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며 "향후 인터넷이 그 빈자리를 채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김 의원은 인터넷의 힘을 인정하지만 실상 인터넷과는 거리가 멀다. 다른 의원들처럼 홈페이지(www.ykkim.com)가 활성화돼 있지도 않고, 소장파 의원들처럼 개인 블로그나 미니 홈페이지를 꾸리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정치인들이 시간을 많이 내기가 어렵다"며 "인터넷에 능숙한 사람도 바쁠 때는 홈페이지를 들여다 볼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지역구가 시골이라 인터넷 이용률이 낮다"며 "홈페이지를 아무리 보수해도 지역주민들이 잘 보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농사꾼 강기갑 의원, 컴맹에서 초보로
농사꾼이었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인터넷 활용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답글을 달고 이메일을 확인하는 초보 수준이다. 타자속도가 느려 칼럼을 쓸 때에도 이면지에 만년필로 쓴 뒤 보좌진들이 이를 다시 자판으로 쳐서 컴퓨터에 옮긴다.
그러나 이러한 인터넷 활용은 지난 17대 총선 직후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강 의원은 보좌진으로부터 컴퓨터 켜는 것부터 배운 '컴맹'이었다.
강 의원의 책상 유리에는 지금도 '컴퓨터 사용법'을 적은 종이가 끼워져 있는데 '오른쪽 상단 모서리에 있는 동그란 전원 버튼을 켠다' 등 컴퓨터 부팅 순서와 '갑자기 꺼지는 경우'에 대한 대처법 등이 적혀져 있다.
강 의원은 특히 올해 들어 인터넷 학습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국회 사무처가 올해 9월부터 전자문서를 기반으로 디지털 본회의장을 구축하는 등 '종이없는 국회'를 만들 방침이기 때문이다.
강 의원실의 한 보좌진은 "(강 의원이) 타수가 늘어야 하는데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 속도가 늘지 않는다"며 "더 공부해야 하지만 필요성은 절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강 의원도 인터넷의 위력을 느끼고 있어 평소 보좌진들에게 컴퓨터 사용법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보좌진들에게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1주일에 1번 정도 화상채팅을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보좌진들에게 "농촌에서 인터넷을 많이 쓰진 않지만 젊은 사람들은 하니까 어른들에게도 알려주지 않겠냐"며 "의원 홈페이지를 의견수렴과 정보제공의 장으로 만들어 농민들이 다 와서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강조한다. 또한 홈페이지에도 많은 동영상이나 사진이 올라오길 기대한다고 한다.
'녹색' 홈페이지... "전농에 의해 조직적 보쌈을 당해서 의원됐다"
실제로 강 의원의 홈페이지(www.gigap.net)의 구성은 의정활동과 보도자료, 논평, 농·수산업 관련 뉴스 및 법안 쟁점 등 나름대로 구색은 갖추고 있다. 이 홈페이지는 프로그래머 출신 보좌관의 작품이고 내용은 각각 담당 보좌관들이 채우고 있다.
홈페이지는 녹색이 많이 활용됐고 배경사진에 유난히 자연풍경이 많다. '소중한 먹거리'라는 코너를 두고 '밥상을 다시 차리자' '면역력 높이는 식생활' 등 식품 관련 정보를 올려놓는 것도 농사꾼 의원답다. 후원회 및 당 배너와 함께 전국농민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의 농민단체 배너도 눈에 띈다.
다른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강 의원 역시 홈페이지에 '흙내음 칼럼'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자신의 글을 올리고 있는데 추석이나 대보름 등 명절을 맞아 농촌 현실에 대한 생각을 적은 글이 눈에 띄지만 현재까지 게재수는 많지 않다.
강 의원을 소개하는 '살아온 길'나 '가족이야기'에는 농촌총각결혼대책위를 만들면서 "첫번째 쌍을 결혼시킬 때까지는 머리카락과 수염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결의하면서 '털보 농민 강기갑'이 탄생한 이야기, 대책위 간사였던 부인인 박영옥씨와의 연애 이야기 등이 흥미롭다.
역시 의원을 소개하기 위한 '의원님, 궁금해요'에서는 강 의원의 진솔한 답변이 눈길을 끈다. 강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 계기에 대해 "평생을 농민운동과 흙을 상대로 살고자 했지만 어느 날 하루 전농에 조직적 보쌈을 당하여 이렇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강관리법에 대해 "공식품(죽은 식품)이 아닌 살아있는 발효식품과 싱싱한 채소 등의 식사를 하고 매일 새벽 냉온욕이나 풍욕, 요가, 체조, 명상을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