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형성 과정 알 수 있도록 개정해야
재산 형성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재산 형성 과정에서 공직을 이용해 재산을 불린 것은 아닌지 파악할 수 있다.
다행히 <내일신문>에 따르면 정부에서 이런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여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제대로 법이 개정될지 감시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좀 더 보완한다면 부동산을 공시지가로 신고하는 것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시가보다 2-3배 낮은 공시지가에 의한 신고는 재산을 축소 신고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금 10억을 가지고 있던 고위 공직자가 시가 10억짜리 부동산을 구입하면 재산의 변동은 없다. 그런데 재산 변동 신고는 2-3배 낮은 공시지가로 하기 때문에 이 공직자의 재산은 그 만큼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는 국민의 불신을 부채질
고위 공직자의 재산 공개가 애초 의의를 살리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언론의 수박 겉핥기 식 흥미위주 보도 때문이다. 대부분 언론들은 위에서 언급한 제도상의 문제점이나 아니면 신고한 재산 변동의 이면을 파고드는 심층적 보도는 하지 못했다. 단지 '누가 얼마 늘었는데 이 불경기에 이럴 수 있느냐'는 식으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런 식의 보도는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 도입의 애초 취지인 고위 공직자의 부도덕한 축재 소지를 차단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불신만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구경북지역 신문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우선 <영남일보>부터 살펴본다. <영남일보>는 2월 24일자에 '고위 공직자 75% 재산 불어'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리고 2월 28일자에는 'TK의원 74% 재산 늘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또 2월 25일자의 '재테크는 역시 부동산'이란 기사와 2월 28일자의 '재테크 솜씨도 가지각색'이란 기사 등을 통해 주요 공직자의 재산 불리기 수단을 설명하는 등 독자들의 흥미만 부추기는 보도를 했다.
그리고 <매일신문>도 비슷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매일신문>은 2월 24일자에 '행정부 고위공직자 75% 재산 늘어'란 기사와 '노 대통령 5816만원 순증'이란 기사를 실었다. 그리고 2월 28일자에는 '대법 헌재 등 사법부는 80%가 증가', '서갑원 의원 8개월새 3억↑'(증가)' 등의 기사를 실었다.
특히 <매일신문>은 대구경북의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에 대해 2월 28일자에 '조 시장 3천만원↓(감소) 이 지사 4천만원↑(증가)-대구 평균 신고액 4300만원 줄어'라고 크게 보도했다. 대부분 공직자들이 불경기 속에서도 재산을 불린 점을 감안하면 조 시장과 대구시 고위 공직자들은 상대적으로 청렴해 보인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조해녕 대구시장의 재산 변동 보도는 오보였다. 대구의 고위공직자 재산이 발표된 2월 28일자 대구시 공보에 따르면 조 시장의 재산은 291만7천원 줄어드는데 그쳤다.
그리고 대구의 평균 신고액이 크게 줄어든 데에는 류승백 대구시 의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류 의원은 재산이 1년 사이에 무려 20억원이 줄었는데 그 이유는 상속세 납부 10억과 전세 보증금이 10억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엄밀한 의미에서 재산 감소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류 의원 한 사람의 재산을 빼고 나면 대구시 고위 공직자들도 평균 2360만원 정도 늘었다.
언론은 어떻게 보도해야 하나
물론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변동에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재산의 증감이 꼭 도덕성과 직결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요즘과 같은 불경기 속에서 지나치게 재산이 늘어났다면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점을 언론이 보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언론이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흥미만 유발시키는 보도에서 그쳐서는 안 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제도상의 미비점을 지적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의 이면을 밝히는 심층보도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언론이 막연하게 재산 증식에 불평만 늘어놓는다면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만 키울 뿐이고 더 나아가 국정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을 초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