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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훈
처음 친구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몇 장의 특기할 사진들을 올린 일은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조회 수가 두 자리 수를 넘어 최고 전성기인 하루 45명 방문(어디까지나 개인통계에 개인 추산)에 다다른 것이었다.

사진에 대한 반응 또한 천차만별이었다. 직접적인 반응은 제일 절친한 친구인 Y로부터 가장 먼저, 그리고 매우 뜨겁게 왔다.

“야 이 자식아! 사진 빨리 지워.”

유난히 붙어 다녔기에 사연도 많고 재미있는 사진도 많은 인물인 Y가 다른 친구들로부터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듣고 나서 바로, 내게 보인 반응이었다. 나는 이에 대해 별다른 응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뭘. 관심 받아 좋으면서. 그리고 애들이 네 사진 많이 퍼가서 지워봤자인걸.”

즉각적인 반응이 없자 Y는 내 홈피 방명록에 전격적인 투쟁의 글까지 올렸다.

“아무개는 각성하라. 친구의 사진을 이용해서 홈피의 조회 수를 올리려는 얕은 속셈 다 보인다.”

역시 단짝은 단짝인가 보다. 뱃속 깊숙한 곳에 있던 내 탐욕까지 파악하고는 투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실제 지배권이 내게 있는 그네의 사진을 지우지 않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초상권 운운 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녀석에게 밥 한 끼를 대접하기로 하고 이번 사건은 막을 내리고 말았다.

당사자와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것에 비추어, 내 홈피의 조회 수를 많이 올리는 데 기여했던 많은 주변인들은 매우 유희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사진 진짜 웃기더라. 다 내놔. 역시 서 기자…….”

단순한 유희적 반응들이 확실히 많긴 했지만 특별한 의견도 있었다.

“사진 정말 골 때린다. 그래도 그 때 사진 보니까 정말 기분이 좋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잠시 추억에 잠겨서 좋았다. 사진처럼 우리들 반 친구들끼리 우정 안 변했으면 좋겠다.”

허접한 화질의 카메라 폰 사진으로 이런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니……. 잠시 홈피에 올렸던 사진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리고 어눌하고 냉소적인 표정만이 가득했던 내 얼굴에 참으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웃음이 흐른다.

그 때는 무어 그리 웃을 일이 많았는지……. 미소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상황뿐만이 아니라 단순한 파일 형태의 사진을 보고 있는 순간에도 번지는가 보다. 따스한 기운에 꽃이 만개할 수 있듯이 사진으로 인한 추억은 과거로 회기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감보다는 더 기분 좋은 아련함을 남기고 있었다.

ⓒ 서강훈
카메라 폰 앞에서 풀 한 포기 짧은 머리를 하고 마치 제가 모델이나 되는 양 취한 어설픈 포즈와 상기된 표정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생생함이라니.

단순히 조회 수를 올리려는 야심으로 정리하고자 했던 사진들은 지금도 본의 아니게 인터넷상에서 친구들의 미니홈피를 타고 일파만파 맑은 웃음이 섞인 추억을 전달하고 있다. 오늘도 스크랩 횟수를 살펴보았더니 수 회나 늘어있다. 과연 어떤 녀석들이 퍼간 것일까. 천천히 녀석들의 미니홈피를 돌아봐야겠다.

조회 수를 올리는 힘인 고등학교 때의 치기 어린 사진들은 동시에, 그렇게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추억을 아로새기는 힘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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