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이에 앞서 지난 4일 시장보선 출마를 공식선언하는 자리에서도 “시민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민주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며 당내에서 특정인을 후보로 선출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하기도 했었다.
김 교수는 지난 98년 목포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권이담 후보에 3000여표라는 근소한 차로 석패하기도 했고, 지난 2002년 6월 시장선거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전태홍 후보에게 패한 적이 있다.
이처럼 김 교수는 두 차례 선거에 출마해 비록 낙선했으나 참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로 민주당 텃밭인 목포지역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우리당, 후보선출 놓고 내부 분열 초래
따라서 김 교수의 무소속 출마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후보간 양자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던 4ㆍ30 목포시장 보궐선거 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열린우리당이 이처럼 내분 양상으로 치닫게 된 계기는 시장후보 선출을 놓고 당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2월 하순부터 중앙당 차원에서 목포시장 보궐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기로 하고 후보선출 절차를 확정 발표했다. 목포시장 보선에 당의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민주당은 지난달 28일까지 예비후보 6명이 등록을 마치고 지난 8일에는 정책토론회까지 끝냈다.
오는 15일까지 시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1위부터 3위까지 3명을 가려낸 뒤, 3명을 대상으로 다시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결과를 각각 6대 4로 반영해 최종 후보를 이달 30일 확정하기로 했다.
민주당 예비후보 6명은 지난 2월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기자회견을 하고 출마 공식 선언과 함께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사무실을 개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름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의 적극적인 움직임과는 달리 열린우리당은 오는 13일 있을 중앙위원과 전남도당위원장 선출 등 당내 행사를 이유로 현재까지 목포시장 보선에 관한 정치일정마저 발표하지 않고 있다.
우리당 소극적 태도에 지역 비판 여론
그러자 지난 4일 목포시청 브리핑 룸에서 전남도당 위원장으로 출마선언을 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연 유선호 의원에게 한 기자가 “열린우리당은 목포시장 보선을 포기한 것 아니냐”고 질문할 정도로 목포시장 보선에 소극적인 당 태도에 대해 지역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모두 4명의 입지자 가운데 이달 초 김영현 전 목포시당원협의회 회장과 김정민 교수만 공식 출마 의사를 밝혔을 뿐 나머지 정영식 전 행정자치부 차관과 김대중 전 목포시의회 의장은 물밑접촉만 하고 있었다.
목포시당원협의회는 뒤늦게 지난 5일부터 4명의 입지자들과 이틀 간격으로 조찬회동을 하고 후보선출방법에 대해 논의해 왔다.
이 자리에는 김영현씨는 “기간당원만 참여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정민 교수는 “야당인 민주당도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마당에 여당이 당내 경선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원 투표 30%, 시민여론조사 결과 70%를 반영해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영식 전 행정자치부 차관과 김대중 전 목포시의회 의장은 자신들의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는 등 목포시당원협의회에서도 후보선출 방법마저 정하지 못하고 있다.
‘총선 패배’ 김대중 전 의장 출마 논란
이처럼 목포 열린우리당이 내분에 휩싸이게 된 데는 김대중 전 시의회 의장의 출마 문제도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김대중 전 시의장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독자 추대돼 출마했으나 전국을 뒤흔든 대통령 탄핵역풍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이상열 후보에게 1만여표 차로 패한 바 있다.
그런데 김대중 전 의장은 이번 시장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표명을 하지 않고 있으나 당 중앙위원 출마를 접는 등 사실상 시장보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또 목포열린우리당 안팎 그의 측근들은 “3년 뒤 총선보다는 이번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며 출마를 강력하게 권유하고 있는 반면 당 일각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작년 총선에 이어 다시 출마하는 것은 대시민 명분이 약하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등 찬반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총선에서 김대중 후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이번에 출마를 선언한 김영현 예비후보측에서도 김대중 후보를 향해 ‘선거를 독식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상대인 민주당 입장에서 대결을 꺼리고 있는 인물은 열린우리당의 정영식 전 행자부 차관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현재 6명 예비후보 가운데 4명이 시의원 출신이거나 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나머지 두 후보는 45년만에 이번 선거 출마를 위해 목포로 내려왔거나 그동안 지역에서 살지 않았던 인물들이다.
목포고등학교 출신인 열린우리당 정 전 차관은 지난 94년 관선목포시장을 역임했고 김대중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차관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4월 목포총선에서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탈락하자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지난해 총선결과에서 보듯이 목포는 이번 시장보선에서도 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열린우리당에서 정영식 전 차관이 출마하게 되면 4월 시장보궐선거가 당 이름을 앞세운 민주당 후보와 인물경쟁력으로 맞서는 열린우리당간 볼만한 격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목포 열린우리당 내에는 정 차관에 대해 ‘민주당에서 이적했고 행정관료 출신이어서 당 색깔과 맞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비토하는 분위기가 많다.
김 교수, 2차례 시장선거 출마하기도
지역에서 일반주민들이 정 전 차관과 함께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는 인물이 바로 김정민 교수. 김 교수는 비록 두 차례 시장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참신한 이미지로 지역민들에게 각인돼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초 목포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으나 미국 연구 활동 때문에 1년 동안 목포를 비웠다가 지난 2월초 귀국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잠시 귀국해 김대중 후보를 돕기도 했었다. 귀국 후 김대중 전 의장을 만나 시장보선 출마의사를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귀국 후 지인들과 만나 ‘집권여당이 구태모습을 버리지 않는 등 특정인을 선출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들러리로 서지 않을 것’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해 왔다. 김 교수는 10일 오후 전화통화에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경우 끌려 다닐 수 있다고 판단해 무소속 출마선언을 서둘러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정민 교수의 무소속 출마로 가장 난감하게 된 것은 김대중 전 의장이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패한 뒤 1년만에 다시 나서는 것이 다소 무리는 있으나 측근들의 권유 등으로 출마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선을 통해 모양새를 갖출 경우 출마 명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4월 본선에서 정영식 전 차관과 김정민 교수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 자체 조사, 민주당에 2배 이상 뒤져
김정민 교수가 떨어져 나감으로써 정영식 전 차관 또한 결과가 뻔한 전장터에 당 차원에서 추대하더라도 나갈 가능성이 희박해 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목포열린우리당이 최근 자체적으로 목포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당 지지도가 민주당에 비해 2배 이상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궐선거의 특성상 투표율도 낮을 것으로 보여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거가 치러지는 4월 30일은 주말에다가 격주 휴무일이어서 젊은층이 투표장에 나갈 가능성이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5, 60대 이상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게 되고 결국 민주당의 우세로 결판이 날 가능성 높다는 분석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10월 30일 치러진 인근 해남군수 보궐선거에서 지금 목포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던 민화식 전 해남군수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5파전으로 치러졌다. 선거결과 민주당 박희현 후보가 당선되고 열린우리당 후보는 4위에 그치는 등 참패했다.
목포시장 보궐선거를 50일 앞둔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의 분열은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