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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커뮤니케이션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월간 페이지뷰에서 SK커뮤니케이션즈에 1위를 내준데 이어 올 들어서는 월간 순방문자 수에서도 NHN의 네이버에 추월당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월간 페이지뷰에서 SK커뮤니케이션즈에 1위를 내준데 이어 올 들어서는 월간 순방문자 수에서도 NHN의 네이버에 추월당했다.
일보 전진을 위한 후퇴인가, 아니면 끝없는 추락의 시작인가.

인터넷 서비스의 절대 강자였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월간 페이지뷰에서 싸이월드를 앞세운 SK커뮤니케이션즈에 1위를 내준 데 이어 올 들어서는 월간 순방문자 수에서도 NHN의 네이버에 추월당했다.

15일 인터넷 조사기관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월 한달동안 2564만 명의 월간 순방문자수를 기록해 2561만 명에 그친 다음을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에는 네이트가 페이지뷰측면에서 195억 페이지뷰를 기록해 다음을 추월한 바 있다.

이메일과 카페 커뮤니티 서비스로 인터넷 산업을 선도해왔던 다음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경쟁사가 감히 넘볼 수 없었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다음이 사업 확장으로 잠시 주춤하는 사이 네이버와 네이트는 각각 통합검색과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돌풍을 일으키며 결국 다음을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월간 순방문자수에서 네이버, 페이지뷰에서 네이트에 뒤져

다음은 실적 면에서도 지난해 3년만에 적자로 돌아서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매출은 1874억원으로 전년 1414억원에 비해 32.5% 늘어난 1874억원이었지만 184억여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전년의 252억원 순익에서 적자로 전환된 것.

다음은 부진한 실적에 대해 라이코스와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 등 자회사의 지분법 평가손실과 경기침체에 따른 배너광고 시장의 성장 둔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최대 매출원이었던 배너광고의 실적 부진은 NHN 등 경쟁사 광고매출의 성장세에 비교해본다면 경기 침체 등 외부 요인 때문만은 아니라는 평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인터넷 포털의 핵심 서비스 역량이 예전만 못하고, 내세울만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다음의 앞날에 대해 '불확실성'만 남아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때 1조원을 넘었던 다음의 시가총액은 현재 3700억 원대로 급락한 상태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의 다음을 보는 눈길도 싸늘하다. 40%를 웃돌던 다음의 외국인 지분율은 13%로 떨어졌다. 반면 NHN 등 경쟁사들은 꾸준히 40%대를 유지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문어발식 사업 확대 후유증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대표(자료사진)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대표(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렇다면 다음이 추락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커뮤니티, 검색 등 인터넷 포털 서비스의 핵심 역량 강화를 소홀히 한 채 동시다발적인 신규사업 진출 등 문어발식 사업 확대의 후유증이라고 보고 있다.

다음은 지난 2003년부터 게임, 온라인자동차보험, 온라인 여행, 취업알선 등 자회사 설립을 통해 '재벌식 사업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게임, 자동차 보험 등 자회사들은 줄줄이 손실을 기록하며 모회사의 수익성만 갉아먹었다. 게임은 결국 사업을 접었다.

업계에서는 '다음자동차다이렉트보험' 등 자회사들은 올해도 순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창권 교보증권 연구원은 "다음은 무료이메일과 카페 커뮤니티 이후 이렇다할 히트 서비스를 내놓지 못해 핵심 서비스 영역에서도 경쟁사에게 밀리고 있다"며 "포털 사업과 별 연관이 없는 보험 등 사업 다각화로 인해 수익성 악화 우려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라이코스

지난해 미국진출을 위해 1112억원을 들여 인수한 라이코스는 더 큰 불확실성의 근원이다. 미국에서 한때 야후 등과 정상을 다투던 포털이었지만, 지금은 4500만 달러에 이르는 적자에 시달리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특히 다음은 라이코스의 회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라이코스 인수 자금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해 투자 위험이 더 커졌다.

다음은 해외진출 성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재웅 사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라이코스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지만 이달 말까지 구조조정을 끝내고 상반기 중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올 안에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성공한 카페, 블로그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 아이템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야후, 구글 등 막강한 거대 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하고, 미국과 한국의 인터넷 시장 상황이 다른 점을 고려하면 라이코스의 회생을 장담할 수만은 없다. 내로라하는 미국 포털들이 인터넷 문화의 차이 등으로 한국에서 맥을 못추는 것처럼 한국에서 성공한 서비스가 반드시 해외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또 마케팅에 투입할 자금 부족은 가장 심각한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이왕상 LG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이코스의 가장 큰 문제는 마케팅에 투입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결국 카페나 플래닛 등 서비스 마케팅을 이용자들의 입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입소문 마케팅은 한국에서는 통했지만 미국에서도 이게 가능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위기 탈출 해법은?

다음커뮤니케이션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전경. 이날 '다음'은 '글로벌 미디어로의 도약'이라는 새 비전을 제시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전경. 이날 '다음'은 '글로벌 미디어로의 도약'이라는 새 비전을 제시했다. ⓒ 다음커뮤니케이션제공
다음은 국내 미디어, 해외미디어, 전자상거래, 금융 등 4개 분야로 사업을 재편해 올 매출액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미디어·상거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

먼저 미디어 부문은 다음과 라이코스의 뉴스서비스를 통해 포털에서 뉴스 서비스, 이메일, 커뮤니티 서비스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전자상거래 부문에서는 인터넷 경매사이트 '온캣' 인수를 통해 옥션과 대등한 경쟁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금융부문은 자동차 보험서비스와 함께 금융 정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자동차 보험이나 전자상거래 부문 등은 인터넷 포털 사업과 연관성이 없는 분야이고, 특히 기존의 손해보험 업체나 옥션 등 각 분야 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업체들과의 경쟁이 기다리고 있어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이용자들이 한 곳의 포털 사이트에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메일, 검색, 상거래, 게임 등 특정 분야별로 최고 서비스를 골라 이용하는 행태가 굳어지고 있어, 기존 가입자 기반이 바로 타 사업 분야의 수익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모회사 다음의 후광이 자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로 10살이 된 다음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많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또 시장이 우려하는 불확실성은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모험의 한쪽 측면만 본 것일 수 있다. 다음이 이러한 우려를 씻고 또 다른 성공을 일구어 낼 수 있을지, 아니면 끝없는 추락을 거듭할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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