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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요즘 아이들에게 연필은 참 흔합니다. 어린이날이나 생일 등에 연필을 비롯한 학용품을 선물로 받아옵니다. 학급 활동에서 스티커를 많이 모으면 그에 대한 상으로 연필을 비롯한 학용품을 받아오기도 합니다. 입학할 때 특별하게 연필을 사준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연필을 사준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학용품이 많지 않았습니다. 연필도 귀하기는 마찬가지였지요. 그래서 몽당연필이 되어도 볼펜대에 끼워서 끝까지 쓰는 일이 많았습니다. 나중에는 연필이 너무 작아져서 볼펜대에 끼우기도 어려울 때에는 연필 끝에 종이를 말아 볼펜대에 끼워 쓰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다니던 초등학교는 마루로 된 교실이었습니다. 기름이나 초를 발라 반질반질하게 닦아내던 마루는 오래되어 옹이 부분이 쏙 빠져서 동그란 구멍이 난 곳도 있었고, 틈새가 벌어진 곳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이 아이들의 학용품을 삼켜버리는 함정입니다.

책상에서 떨어진 연필이 운 나쁘게 구멍으로 들어가면 그만입니다. 구멍에 눈을 대고 들여다보면 시커먼 바닥에 떨어진 연필이 손에 잡힐 듯 보였습니다. 아무리 선명하게 보여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손바닥으로 마루를 두드려보아도 발을 동동 굴러보아도 빠져버린 연필을 건져 올릴 방법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구멍 속에 빠진 연필이며 지우개도 점점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 녀석이 마루 속으로 빠져버린 연필을 기막힌 방법으로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선가 긴 싸리나무를 가지고 와서 끝 부분을 약간 쪼개어 벌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벌려진 끝 부분을 아래로 해서 구멍에 넣었습니다. 마루 속의 연필을 벌려진 사이에 집어넣어 꺼내려는 것이지요.

그런 허술한 방법으로 마루 속에 빠진 연필을 꺼낼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싸리나무 벌려진 가지 사이에 연필이 끼여 올라오는 것을 본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 다음에 아이들은 그 친구가 연필을 꺼낼 때마다 마루를 두드리며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꺼낸 연필이 꽤 많았습니다.

마루 속에서 꺼낸 연필을 책상에 올려놓고 자랑하는 친구가 무척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 연필 한 자루 얻고 싶어 갖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학교에서 빵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연필 하나 주면 빵을 준다고 했습니다. 집에 일이라도 있어 떡이라도 한 아이는 집에 가서 떡 줄 테니 연필 하나 달라고 했습니다. 도회지 나간 누나가 오는 날 과자 줄 거라고 예약하고 연필을 얻으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연필을 여러 자루 가지게 된 친구 녀석은 그 연필을 구실로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친구들 사이에서 어깨에 힘을 주고 살았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옛날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해집니다. 넉넉하지는 못했지만 과외다 학원이다 얽매어 살지는 않았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연필 한 자루의 소중함을 저절로 느끼며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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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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