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선생을 욕되게 한 민족의 반역자!"
17일 오전 11시 50분경, 서울남부지법 3층 306호 법정 앞 복도에서 외마디 소리가 울려퍼졌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의 한 회원이 '백범 김구 선생'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로 서울고검에 의해 직권 기소된 <친일파를 위한 변명>의 저자 김완섭씨에게 달려든 것이다.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지만, 그는 경찰관을 향해서도 "백범 김구 선생을 '살인마'라고 욕되게 한 김완섭을 법원이 그동안 방치해뒀다"며 "그런 민족의 반역자를 보호하는 것이 경찰이냐, 이제는 법이 아닌 민족의 이름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외쳤다. 김완섭씨는 경찰관들 보호 아래 법원을 빠져나갔고, 그는 허탈한 표정으로 망연자실 김씨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이한주 서울 남부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김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그동안 4차례 열렸던 재판에 불출석했던 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씨는 이날 두 명의 경찰관의 보호를 받으면서 재판에 참석했다. 김씨가 법정에 들어설 때 약간의 소동은 있었으나 재판은 차분히 진행됐다. 법원도 방호원 두 명을 법정에 배치했다.
김씨는 이날 법원에 의해 강제구인돼 출석했으며, 재판부는 그동안 재판에 불출석한 이유에 대해 "김씨가 (고소한 독립운동가협회로부터) 폭행 당할 것을 우려해서 출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법원, "국민적 관심 지대해 합의부로 재판 진행"
5개월여 만에 열린 김씨에 대한 속행 재판에서 이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지대하다"며 "신중한 재판을 위해 단독 판사 두명을 보강해서 합의부로 재판을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영규, 이근수 단독 판사가 합류했으며, 재판부는 이후 심리를 신속히 가급적 빨리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부장판사는 "재판부의 계획은 앞서 국사편찬위원회에 '감정촉탁'한 (김씨 관련 자료) 결과가 오면 검찰과 변호인 측의 증인 신문 등 전부 심리하겠다"며 "감정촉탁 자료를 재촉해 받은 후 추후 기일을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다음 기일에 결심을 한 후 한 차례 상고 기일을 잡아 진행한 다음에 재판을 끝내겠다"면서 "피고인이 출석을 안하면 재판을 진행할 수 없기에 이제부터 재판기일에 정당한 사유없이 안 나올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재판부는 검찰 측에 '독립운동가협회'의 구성 및 결성시기 등을 조사해 의견서나 증거로 제출토록 하고, 다음 기일을 추후 지정해 재판을 진행한다고 밝히고 20여분만에 재판을 마쳤다.
이날 공판에는 (사)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김용삼 이사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재판부가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재판일정과 변경사항만을 밝힌 후 다음 기일로 일정을 미루자, 빨리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고검은 지난해 7월 김씨를 직권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씨가 지난 2003년 11월 말 국회 과거사진상규명특위 공청회에서 "김구 선생은 민비의 원수를 갚기위해 무고한 일본인을 살해한 뒤 중국으로 도피한 조선 왕조의 충견"이라는 내용의 문건을 배포한 혐의 등을 적용했다.
또 백범 김구 선생의 아들인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도 2003년 5월 김씨가 출간한 <새 친일파를 위한 변명>이란 저서 내용 중 '백범 김구는 타고난 살인마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무위도식했던 룸펜집단, 민비시해는 여우사냥'이라는 대목을 문제삼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김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 | [사건 경과] '친일작가' 김완섭의 혐의는 무엇? | | | |
| | ▲ 김완섭씨와의 대담이 실린 일본 잡지. 김씨는 일본 우익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 김씨는 지난 2003년 11월 20일 국회의 과거사진상규명특위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무고한 일본인을 살해한 조선왕조의 충견'이라는 내용의 문건을 배포했다. 앞서 김씨는 같은해 5월 출간한 <새 친일파를 위한 변명>이란 저서를 통해 "백범 김구는 타고난 살인마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무위도식했던 룸펜집단, 민비시해는 여우사냥"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광복회와 백범 선생의 아들인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 등은 김씨에 대해 김구 선생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004년 3월 김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곧바로 김신씨는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이어 같은해 7월 서울고검은 일선 검찰이 무혐의 처리한 사건에 대해 수사재기 명령을 내리지 않고 직접 수사해 직권으로 기소하는 매우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직권 기소한 정현태 서울고검 검사는 "국사편찬위원회와 국가보훈처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김씨의 주장내용이 허위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정 검사는 공소장에서 "김구 선생이 1896년 10월 황해도 치하포항에서 살해한 `쓰치다'는 당시 조선인으로 위장한 일본군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김구 선생이 쓰치다를 처단한 뒤 체포돼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가 1919년 중국으로 망명했음을 확인했음에도 도주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지적했다.
서울고검의 기소로 김씨의 재판은 다시 열렸다. 그러나 김씨는 첫 재판과 징역 2년이 구형된 두 번째 공판에는 출석했으나, 같은해 11월 선고공판부터 출석하지 않았다. 이어 김씨는 올해 초까지 열린 3차례에 걸쳐 재판에 이유없이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고, 구인장을 발부해 지난달 15일 공판에 출석토록 했다. 또 김씨는 불출석했고, 강제구인 조차에 의해 재판에 출석, 재개됐다.
이보다 앞서 김씨의 친일 행각은 여러차례 있었다. 김씨는 <친일파를 위한 변명> 등 일제 침략을 정당화하고 한국인 피해자들을 폄하하는 내용의 책과 칼럼을 써오는 등 독립운동가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3월 불구속 기소됐었다. 또 2003년 2월에는 명성황후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는 등 수차례 처벌을 받은 바 있다.
또 김씨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유관순 열사는 깡패, 아시아의 큰 별인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안중근은 흉악범" 등으로 기술해 유관순 열사의 조카인 제우씨와 안중근 의사 유족 등은 김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최근 의정부지검 등에 고소했다. 한편 그가 펴낸 <친일파를 위한 변명>은 청소년 유해도서로 지정돼 있지만, 동시에 출판된 일본에서는 한달 동안 무려 40만여 권이나 판매되기도 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