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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전마을 부지 전경
갈전마을 부지 전경 ⓒ 조태영

다시 그 분지에서 30분 산길을 걸어 봉우리 하나를 훌쩍 넘어서면 완만하게 경사를 이루는 산 하나가 과수원과 조그마한 저수지를 두 팔로 감싸고 있는 듯한 경관이 펼쳐집니다. 주위로는 갖은 녹색들이 명암을 달리하며 펼쳐진 병풍산들이 있고, 아직은 버려진 과수원과 길들과 저수지이지만 2년 후면 간디학교 캠퍼스와 40~50세대를 아우르는 생태마을과 공연장과 편의시설들로 바뀌어 질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이 갈전마을입니다.

(두 달 전에 전국에서 모여든 십여 가구의 도회지 주민들은 입주를 확정지었습니다. 회사원, 치과의사, 채소가게 사장님, 교사 등 그 직업도 나이도 다양한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삶의 가치를 공유하는데 동의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간디학교는 이미 나라 안에 대안학교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불려질 만큼 유명한 학교입니다. 이 학교를 중심으로 대안적 삶을 살려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마을을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주위에서든 자신의 입에서든 “나는 늙으면 시골 가서 살 생각이다”라는 말을 듣기도 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연과 가까운 시골을 동경하는 지도 모릅니다. 마치 어린아이의 마음이 항상 어머니를 향해 있는 것처럼 자연은 우리 사람에게 처음 우리를 머물게 했던 어머니의 자궁이나 거친 세상을 알기 전 따뜻하고 안온하기만 했던 어머니의 가슴일지 모르겠습니다.

행복은 무엇입니까? 돈을 많이 벌어 원 없이 소비할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까? 아직 그렇게 벌어보질 못했기 때문에 단정 지어 그렇다고 말할 수도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만 일시적인 흥분과 만족은 줄지언정 사람의 인생을 걸고 행복해 질 수 있는 조건은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함으로 얻어질 수 있는 만족은 오래 지속되지 못합니다. 만족이 끝나면 더 큰 소비가 필요하게 됩니다. 만족의 결말이 무엇인지는 저 역시 자못 궁금합니다.

행복은 무엇입니까? 일하지 않는 편리한 삶이 행복입니까? 자기의 몸을 굴리지 않고 얻는 편리한 삶은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불로소득을 통한 편안함은 반드시 다른 사람의 노동이나 희생의 대가를 통해서입니다. 진정으로 편안한 삶은 스스로 얻을 수 있을 만큼의 노력과 자기 희생 위에서 얻어지는 것이라야 합니다. 자족하는 삶이겠지요.

대한민국의 역사를 거슬러 보면 불로소득의 양과 질은 정권의 폭압과 비례하여 왔습니다. 만약 대한민국의 개혁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면 불로소득의 꺼리들이나 불로소득자들의 수는 현저히 줄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광포한 경쟁만이 선이고 만족할 줄 모르는 소비가 추앙 받는) 신자유주의 시대여서 어쩔 수없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하겠군요.

사람은 누구나 궁극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살고자 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살아갑니다.

도시의 삶을 통해 행복해 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명색이 도시에서 성공했다 소리 듣고 싶으면 무엇이든 소비할 수 있는 능력과 무한경쟁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자본주의적 성공 마인드가 가지는 좋은 점들도 있습니다. 사회의 생산력을 높여주고 삶의 편리성을 도모케 해줍니다. 그러나 그 이익을 누리는 사람들은 언제나 소수입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성공하지 못하는 인생을 삽니다. 소수의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요.

결과가 참 단순한 것 같지만 결과를 얻어내는 과정에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치명적인 물질적 정신적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적 박탈감 상대적 빈곤 헤어나기 어려운 금융부채, 건조한 인간관계 그로 인해 빚어지는 악순환들을 우리는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남녀와 노소를 넘나드는 자살률이 그렇고 사회적 불안요인들이 가정의 평화를 깨트리는 주범이 되기도 하고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가 건조해질 수밖에 없고 또한 극심한 스트레스는 많은 질병을 유발시키는 기제가 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생존의 문제와 교육의 문제가 그 중 큰 문제겠지요. 혹자는 문화생활을 이야기합니다. 주위에 널려있는 극장과 예술회관과 소극장들이 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과연 일 년이면 몇 번을 마음 편하게 그런 공간으로 찾아들 수 있을까요? 누리지 못하는 문화가 어떤 쓸모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기를 치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분에 넘치는 욕심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은 돈으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도시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욕심을 최고의 선으로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순화시켜 말하면 목표가 됩니다. 욕심이 없는 사람을 청맹과니처럼 보는 게 도시 사람들의 오래된 관습입니다. 욕심을 부채질해서 그 욕심으로 이익을 얻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족할 줄 아는 욕심을 도시에서는 가르쳐주질 못합니다. 그것이 도시의 생리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귀농하는 삶이 행복이라는 전제를 한다 해도 모든 걸 다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다만 욕심을 걷어내고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면 천병통치약은 될지 모르겠습니다.

자발적으로 청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욕심이라는 공룡의 끝 모르는 포식성을 깨우친 사람들입니다. 부질없는 욕심을 걷어내고 적당한 노동과 소박한 생활로 얻을 수 있는 시간과 여유로운 삶의 자락들을 가꾸고 누리는 것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또 다른 삶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간디학교를 중심으로 교육 생태 공동체 마을이 하나 둘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갈전마을은 아직 2년여의 시간을 보내야지만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서구 개척시대의 일방적 논리로는 결코 이 세상과 조화로울 수 없습니다. 자연은 늘 우리 곁에 있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에 다가서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달려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우리가 정작 감수해야 할 대상은 자기안의 욕심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갈전마을을 꿈꾸는 사람들은 아직 도시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지금의 삶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다 나은 행복한 삶을 위해 다른 방식의 인생을 설계하고 가꾸는 것이겠지요.

저도 2년 후에는 갈전마을에서 교육생태공동체 마을에서의 청빈하고 따뜻한 삶을 이야기 할 예정입니다. 많이 노력해야겠지요.

덧붙이는 글 | 갈전마을이 궁금하신 분들은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http://cafe.daum.net/educovill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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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유목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을 거쳤다가 서울에 다시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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