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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플린 카이스트 총장이 18일 오전 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러플린 카이스트 총장이 18일 오전 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 강이종행
지난해 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사립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러플린 구상'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로버트 러플린 총장의 '카이스트비전'(KAIST VISION) 확정이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러플린은 18일 예정시간보다 늦은 오전 9시 50분 서울 메리어트호텔 회의실에서 '카이스트비전' 발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이에 앞서 열린 이사회에서는 '카이스트비전 세부안'에 대해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과시키지 않았다. 때문에 카이스트측에서는 취재진에게 미리 나눠줬던 '기자회견문'을 부랴부랴 수거해갔다.

이에 대해 러플린 총장은 "학교 기획예산팀에서 카이스트비전 세부 사안을 이사들에게 이틀 전에 전달했기 때문에 이사진은 검토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며 "이사진은 보고서 내용이 한국의 미래에 있어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좀더 검토하고 토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사들은 과기부나 우리 결정을 무시하고 다른 의견을 개진한 것이 아니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것일 뿐"이라며 "수주 내에 해결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또 러플린 총장은 "학교와 과기부는 큰 틀을 이미 공유하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치적 합의가 이뤄졌다, 골자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이사회에서 통과가 미뤄진 '카이스트비전'의 주요 내용이다.

1. 최고 수준의 교과과정(Top-Class Curriculum)
- 학부 교과과정 중 예술과 문화, 경영·경제학 분야 확대
- 의학, 경영·경제, 그리고 법학을 위한 트랙 추가
- 학부생의 연구참여 확대
- 대학원생들의 해외교육 트랙 추가
- 언어교육의 강화
- 시장에 대한 반응 강화

2. 최고 수준의 교수진(Top-Class Faculty)
- 최고 수준의 교수에 대한 보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증대
- 비 한국인 교수를 전체 교수의 15%까지 증가
- 경쟁력 있는 신임교원 정착금제
- 보상이 따르는 영년직 제도 도입

3. 최고 수준의 인프라(Top-Class Infrastructure)
- 학부 기숙사, 실험실, 체육시설 개선
- 탐험연구를 위한 종자기금 확대
- 캠퍼스 밖에서 거주하는 대학원생들을 위한 보상 확대
- 특허 취득 지원 확대
- 공동 연구시설 장비 지원 확대


"이사회에서 통과를 안 시켜? 이게 기사지"
[현장] 기자회견 지연되자 술렁이던 회견장

18일 오전 서울 메리어트호텔 3층 회의실에 모인 취재진들은 '카이스트비전'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며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카이스트 관계자로부터 "이사회에서 이 안을 통과하지 않고 있다. 토론이 계속되고 있다"는 말이 들려왔다. 곧이어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미리 배포했던 회견문을 수거해갔다.

사실 러플린 총장은 지난해 말 사립대를 골자로 한 카이스트 개혁안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 논란이 계속되자 '사립대는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나는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이번 '카이스트비전' 발표회가 관심을 모았던 것이 사실.

그러나 역시 최초 개혁안과는 다른 내용이 나오자 김이 새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사회에서 새 안조차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말이 들리자 기자들은 뉴스라고 생각할 수밖에.

이를 본 한 기자는 다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게 바로 기사지. 비전발표야 발표하는 것이고 이사회에서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게 진짜 기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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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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